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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투자 세계 9위 한국의 ‘탈석탄’ 선언…기후악당 오명 벗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미국이 주최한 화상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해 ‘기후목표 증진’ 주제의 1세션에서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기후대응 행동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미국이 주최한 화상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해 ‘기후목표 증진’ 주제의 1세션에서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기후대응 행동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신규 해외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공적 금융지원을 전면 중단할 것입니다. 탄소중립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기후정상회의에서 전 세계적인 ‘탈(脫)석탄 선언’에 한국도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핵심은 신규 해외 석탄발전소의 공적 금융지원을 전면 중단하는 것이다. 여기에 올해 안에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추가 상향해 유엔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해외 석탄 투자는 그동안 국제사회가 한국을 '기후악당국'이라고 비난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다. 문 대통령이 탈석탄 카드를 꺼낸 것도 이런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기후정상회의를 주최한 미국 측은 이번 회의의 주요 성과로 대표적인 석탄 투자국인 한국과 중국, 일본의 해외석탄발전 투자 제로(0) 등을 염두에 두면서 현재 진행 중인 석탄발전 사업의 중단을 지속해서 요구했다.
 
실제로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석탄 발전에 투자하는 주요 국가로 꼽힌다. 독일 환경단체 우르게발트가 공개한 ‘세계 석탄 퇴출 리스트(Global Coal Exit List)’에 따르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 9번째로 큰 규모로 석탄에 투자하는 나라다. 올해 1월 기준으로 주식과 채권 투자액이 총 18조 6000억 원에 이른다. 투자기관 중에서는 국민연금공단이 국내에서 가장 많은 12조 6500억원을 투자해 1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석탄발전 투자 중단 흐름이 강화되고 있는 데다 탄소 중립을 실현하려면 탈석탄은 피해갈 수 없는 과제였다. 이미 G20과 OECD에 소속된 총 41개국 중 영국과 미국을 포함한 11개국이 해외 석탄발전 공적 금융지원 중단을 선언했고, 세계은행·유럽투자은행·아시아개발은행 등 국제 금융기관들도 석탄발전 투자 중단을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한국전력이 지난해 10월 신규 해외 석탄발전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고, KB금융그룹·한화금융그룹 등 민간금융사도 석탄발전 투자 중단을 선언했다.
 

신규 석탄 투자만 금지…“한계 뚜렷”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 자와(JAWA)의 석탄화력발전소 자와 9·10호기 건설 예정 부지. 그린피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 자와(JAWA)의 석탄화력발전소 자와 9·10호기 건설 예정 부지. 그린피스

하지만, 이번 선언은 앞으로 새롭게 추진되는 해외 석탄발전 사업에만 적용된다. 현재 사업이 진행 중인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석탄화력발전소 투자에는 영향이 없다. 환경단체들이 “반쪽짜리 탈석탄 선언”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박지혜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과거보다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이미 두 건의 대규모 석탄발전 투자를 결정하고 추가 사업이 없는 상태에서 나온 선언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당국자는 “상대국가와 신뢰 관계, 사업의 진행 상황을 같이 고려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현재 건설 중인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현재 건설 중인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정부는 국내에서도 신규 석탄발전소 허가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등 탈석탄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30년 이상 된 노후석탄발전 10기를 연말까지 조기 폐쇄하고, 2034년까지 현재 58기 석탄발전 중 절반인 28기를 폐지하거나 LNG 연료로 전환할 방침이다.
 
하지만, 현재 신규 건설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7기에 대한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기후정상회의가 열린 이날도 가동을 앞둔 경남 고성군의 고성하이화력발전소에서는 석탄발전소 폐쇄를 요구하는 환경단체들의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22일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등 환경단체가 신규 가동을 앞둔 경남 고성군 고성하이석탄화력발전소 앞에서 폐쇄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22일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등 환경단체가 신규 가동을 앞둔 경남 고성군 고성하이석탄화력발전소 앞에서 폐쇄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환경운동연합은 성명에서 “문재인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2050 탄소 중립을 선언하며 석탄 감축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동시에 탄소 중립의 가장 큰 걸림돌인 석탄발전은 신규 7기를 건설하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온실가스 절반 줄이겠다는 미국, 한국은?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미국이 주최한 화상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각 국 정상들과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미국이 주최한 화상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각 국 정상들과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이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상향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탄소 중립 이행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지난해 말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절대 배출량을 2017년 대비 24.4%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은 한국을 포함한 각국의 NDC가 파리협정의 목표 달성 감축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고 분석하면서 NDC 상향을 지속해서 요청해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날 기후정상회의에서 2030년까지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을 2005년 수준과 비교해 50~52%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앞서 영국과 유럽연합(EU)은 지난해 NDC를 대폭 상향해 유엔에 제출했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안에 2050년 탄소 중립 시나리오를 확정한 이후 하반기에 이해관계자 수렴 등을 거쳐 탄소 중립에 부합하는 NDC 상향안을 확정하고 유엔에 공식 제출할 계획이다. 또, 내년부터 기후대응기금을 조성해 기업의 저탄소 전환을 지원하기로 했다.

 
산업부 당국자는 “NDC 목표 상향은 국가 경제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거쳐 감내 가능한 수준으로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전문위원은 “미국, 영국, 일본 등이 한층 진전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한 데 반해 이들과 함께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으로 분류되는 한국에서 그 책임과 역량에 맞는 선언이 나오지 못한 것이 아쉽다”며 “기후위기 대응 선도국으로 나아가겠다는 포부에 부합하는 2030년 50% 이상의 감축 목표가 제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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