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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어선 240척 한밤 싹쓸이…中당국, 한국에 "단속 심하게 말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역에서 불법 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의 수가 이달 들어 하루 평균 약 240척으로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배, 코로나19 대유행 전인 2019년과 비교해도 2.6배로 늘어났다. 이런 갑작스런 급증은 한국 정부가 중국 정부를 상대로 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냐는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①얼마나 늘었나

정부 당국에 따르면 하루 평균 NLL 인근에서 조업하는 중국 어선의 수는 매년 4월 기준으로 2015년 340척, 2016년 250척, 2017년 200척, 2018년 50척, 2019년 90척, 2020년 80척, 2021년 240척으로 파악됐다. 2018년부터 두자리수대로 떨어져 지난해까지 이 수준을 유지하다가 올해 들어 급증한 것이다.

지난해 하루 80척→올해 240척 급증
코로나19 여파로 단속 강도 완화 등 원인
중국 불법어선 남획에 어민 생계 직격타
단속 나선 한국군‧해경 안전도 위협
정부, 서한‧면담 신청 등 소극적 대응 일관
"중국 심기 자극 우려하나" 지적도

판치는 중국어선의 NLL 불법조업.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판치는 중국어선의 NLL 불법조업.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NLL 일대인 연평도와 소청도 부근에서는 지난 19일과 20일 이틀 연속으로 불법 중국어선이 해양경찰에 나포됐다. 올해 들어서 해경이 서해 NLL 인근 해역에서 나포한 불법 중국어선은 총 6척이다.
 
NLL 인근 중국 불법 조업선은 대부분이 북한 수역에서 머무르다가 밤이 되면 우리 쪽으로 내려온다. 3~6월은 꽃게 성어기로 본격적인 꽃게 조업이 시작되면 매년 NLL 일대에 출몰하는 중국 어선의 수가 크게 늘곤 한다.
 
하지만 ‘4월 꽃게철’이라는 건 상수인데 올해만 유독 불법 조업선의 수가 늘어난 데 대해선 정부도 다양한 원인을 추정하고 있다. 우선 코로나19의 여파로 중국에서도 통관 절차가 엄격해져 수산물 수입이 과거보다 줄었고, 이로 인해 NLL 일대에서 불법 조업에 나선 선박 수가 늘었다는 설명이 있다. 코로나19 방역 문제로 중국과 북한 당국의 해상 단속 등이 전보다 소극적인 측면도 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지난 20일 나포된 중국어선. 이 어선은 목선으로 인천시 옹진군 소청도 남동방 18km 해상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9km 침범해 불법조업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지난 20일 나포된 중국어선. 이 어선은 목선으로 인천시 옹진군 소청도 남동방 18km 해상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9km 침범해 불법조업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동시에 북한이 중국에 조업권을 판매하는 여파라는 의혹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지난 2017년 북한이 자국 수역에 대한 조업권을 거래하는 것을 금지했다. 하지만 제재를 위반하고 중국 어선이 북한으로부터 조업권을 사서 북한 수역에서 조업을 하는 정황은 계속 포착되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발표한 전문가패널 보고서는 지난해 중국 어선이 북한 영해에서 태극기를 달고 위장한 채 조업을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군 당국은 북한의 조업권 불법 판매 의혹은 “첩보는 있지만 구체적 증거를 찾기 힘들고, 선원을 상대로 심문을 해도 구매한 적 없다고 발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입장이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발표한 전문가패널 보고서에 실린 북한 영해에서 태극기를 달고 위장한 채 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의 사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 보고서 캡쳐]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발표한 전문가패널 보고서에 실린 북한 영해에서 태극기를 달고 위장한 채 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의 사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 보고서 캡쳐]

②중국, 뭐라고 해명하나

불법 조업선을 단속하는 한국 군과 해경의 안전도 위협받곤 한다. 지난 2016년 10월 소청도 해역에서 중국 어선이 단속에 나선 한국 해경 고속단정을 들이받아 침몰시키고 도주하기도 했다. NLL 인근은 아니지만 2019년에는 서해 배타적 경제수역을 침범해 조업하던 중국 어선 승선자들이 한국 해경 쪽으로 도끼를 던지며 저항하고 달아나기도 했다.
 
특히 최근의 단속 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새까맣게 떼로 밀려드는 중국 어선에 소수로 맞서는 해경 단속 인력은 그야말로 중과부적의 상황을 매일 직면한다.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모든 불법 조업 어선을 단속할 수 없어 한두척만 나포하고 나머지는 밀어내는 식으로 겨우 버텨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고속단정 침몰 사건 때처럼 중국 어선들이 힘을 합쳐 해경을 공격하기라도 한다면 심각한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후방에서 중국을 압박하는 적극적인 외교가 필요한 이유다.  
NLL 인근 중국 불법조업선들이 한국의 수산 자원을 싹쓸이해가면서 서해 어민들의 어획량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쌍끌이 저인망 어선도 상당수라 어족 자원 고갈과 해양 생태계 파괴 우려도 제기된다.
이처럼 서해 어촌계의 타격 뿐 아니라 자칫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 계속되는데도 중국 측은 사실상 ‘배째라’식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문제 제기에도 일단 형식적으로는 수긍하면서도 “(불법 조업선은)우리도 사실상 통제할 수 없는 배들”이라며 “나름 열심히 단속하겠지만 물샐 틈 없는 단속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해명을 하는 식이다. 이에 더해 “불법 조업에 나서는 중국 어민들 중에는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이 많으니 단속을 너무 심하게 하지 말라”는 적반하장식 요구를 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중국이 전 세계에 걸친 자국 어선의 불법 조업 행태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데 대해 “중국 어선을 통해 해양에서 중국의 존재감을 높일 수 있고, 더 나아가 국가발전 전략과도 맞물려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식량 안보를 담보하고 해양 이익을 지키겠다는 정책”이라면서다.
지난 6일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서해5도 특별경비단이 외국인 어업 등에 대한 주권적 권리의 행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30~60t급 중국어선 2척을 나포한 뒤 압수한 어획물.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서해5도 특별경비단‧연합뉴스]

지난 6일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서해5도 특별경비단이 외국인 어업 등에 대한 주권적 권리의 행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30~60t급 중국어선 2척을 나포한 뒤 압수한 어획물.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서해5도 특별경비단‧연합뉴스]

③정부, 제대로 항의했나

중국 측의 무책임한 태도도 문제지만 한국 정부의 상황 개선 노력도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에서 아무리 군 당국과 해경이 위험을 무릅쓰고 철저한 단속에 나서더라도, 범정부 차원에서 단호히 항의하고 실질적인 재발방지책 마련을 촉구하지 않는다면 본질적인 문제 해결엔 한계가 있을수밖에 없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1일 중국 농업농촌부와 해경국에 “NLL 인근 중국 어선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바란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이어 지난 16일엔 주중한국대사관 해양수산관이 중국 농업농촌부와 해경국 관계자와 면담했다. 해수부 당국자는 “오는 6월 한ㆍ중 어업지도단속 실무회의와 10월쯤 열릴 예정인 보다 고위급의 어업공동위원회에서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주무 부처인 외교부는 지난 14일 한ㆍ중 해양협력대화에서 NLL 인근 불법조업선 문제를 거론했다고 밝혔다.
외교부가 지난 14일 중국 외교부와 화상 형식으로 개최한 '한중 해양협력대화' 모습. 외교부 당국자는 "NLL 인근 중국 불법조업선 문제도 다뤘다"고 설명했지만,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 결정 등 다른 현안 중심이었다. 대화 종료 후 외교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에도 '불법 조업' 문제는 포함되지 않았다. [외교부]

외교부가 지난 14일 중국 외교부와 화상 형식으로 개최한 '한중 해양협력대화' 모습. 외교부 당국자는 "NLL 인근 중국 불법조업선 문제도 다뤘다"고 설명했지만,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 결정 등 다른 현안 중심이었다. 대화 종료 후 외교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에도 '불법 조업' 문제는 포함되지 않았다. [외교부]

하지만 관성적이고 소극적인 대응에 그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해수부 차원의 서한과 면담은 중국이 “알겠다”고 하면 그만인 수준이다. 실제로도 중국 측은 “잘 알겠다, 조치하겠다”고 답한 뒤 아직까지 손을 놓고 있다. 외교부가 했다는 해양협력대화도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등 다른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불법 조업선 문제는 주요 주제가 아니었다. 그래서 무게감 있는 고위급에서 직접 문제를 제기하고 대책 마련을 압박할 필요성도 제기되는데, 이달 초 한ㆍ중 외교장관회담에선 불법 조업 문제는 테이블에 오르지도 않았다.
 
하지만 적극적인 대중 압박이 불법조업 감소의 효과로 이어진 경험이 존재한다. 2019년 1월 해경은 2016년 대비 불법 조업 건수가 급감했다고 발표하며, 유관기관 간 협업과 외교적 노력, 강력한 단속활동 등이 병행된 결과라고 풀이했다. NLL 인근 중국 불법 조업선의 수는 2016년 일평균 250척에서 2017년 200척 수준을 거쳐 2018년엔 50건까지 떨어졌다.
 
실제 2016년 고속단정 침몰사건 전후로 정부는 불법 조업 문제에 대해 중국에 적극적 문제 제기를 해왔다. 2016년에만 해도 중국 불법조업선 문제와 관련해 김형진 당시 외교부 차관보가 추궈훙 당시 주한중국대사를 총 세 차례나 초치해 항의했다. 사건 뒤에는 불법 조업에 대한 함포 사격도 허가하는 등 더 공세적 조치들을 취했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당시 사드 보복 때문에 한‧중관계가 힘든 상황이었지만, 그와 별개로 이 문제는 매듭을 꼭 지어버리자는 분위기가 정부 내에 강했다. 우리 어민 피해는 물론이고 해양 경계 획정 등 영토 문제와도 직결될 수 있는 사안이었기 때문”이라며 “차관보가 주한 중국 대사를 불러 수차례 직접 이야기하기도 했고, 꼭 해양 이슈 관련 만남이 아니더라도, 또 급을 따지지도 않고 계기가 될 때마다 불법 조업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④ 전문가들 “대중 항의 수위 높여야”

일각에서는 현 정부가 지금까지 대중 외교에 큰 노력을 기울였으면서도, 정작 국민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에서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적 자원을 투입한 만큼 상대국으로부터 원하는 바를 얻어내는 게 외교의 기본인데, 이런 비례성이 지켜지고 있느냐는 문제 제기다.
 
한ㆍ중 관계 개선에 방점을 찍느라, 껄끄러운 사안은 지엽적 문제로 간주하고 대화 테이블에 올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는 “우리 어민의 권리를 침탈하고 향후 군사적 분쟁까지 야기할 수 있는 사안에서까지 정부가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뜨뜻미지근한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결국 매년 반복되고 갈수록 악화되는 중국 불법조업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간 고위급 외교 채널 등을 동원해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기범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NLL 불법조업 문제는 정치적 고려 없이 외교적으로 강하게 항의할 수 있는 영역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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