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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이순신의 거북선처럼, 우리에겐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다"

충무공 이순신 탄신 474주년인 2019년 4월 2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이순신 동상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충무공 이순신 탄신 474주년인 2019년 4월 2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이순신 동상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이순신의 충(忠)은 백성을 향해 있었다" 

“정권도, 지도자도 계속 바뀌는데 국민은 왜 바뀌는 것이 없다고 생각할까요. 왜 부정부패와 세월호 같은 환란(患亂)이 반복되는 걸까요. 그 답이 ‘이순신 정신’에 있어요.”  

 
오는 28일 충무공 탄신 476주년을 앞두고 김종대(73) 전 헌법재판관이 한 말이다. 성웅(聖雄) 이순신 연구에 한평생을 쏟은 그는 1975년 군 법무관 시절 우연히 접한 이은상의 책 『충무공의 생애와 사상』을 접하면서 이순신에 관해 관심을 가졌다. 이후 헌법재판관으로 공직생활을 마감한 후에도 서울·부산·여수의 이순신 학교에서 ‘작은 이순신’을 양성하며 이순신 연구를 하고 있다.

'46년간 이순신 연구'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

 
지난 6일 부산 남구 선일회계법인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인터뷰에 앞서 몇 가지 단서를 달았다. ‘특정 정권이나 정당과 연관해서 이순신 이야기를 하면 근본 취지가 희석되고 곡해된다. 오직 이순신 정신에 관해서만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취지였다. 다음은 김 전 재판관과의 일문일답.
 
지난 6일 중앙일보와 인터뷰 중인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 송봉근 기자

지난 6일 중앙일보와 인터뷰 중인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 송봉근 기자

왜 갑자기 이순신이냐고 묻는다면.
“지금 우리나라는 코로나뿐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국제 등 모두가 큰 위기다. 이순신이 임진왜란 당시 나라를 구한 근원적인 비법을 뿌리까지 찾아내면 오늘날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이순신의 리더쉽’을 소환하게 됐다.”
 
이순신 정신으로 볼 때 역대 정부의 문제점은.
“이순신 리더쉽의 뿌리는 4가지다. 사랑과 정성, 정의와 자력이 그것인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랑이다. 국민에 대한 사랑이 우리나라 지도자들에게 가장 중시돼야 한다. 이순신이 쓴 『난중일기』 등에 보면 한결같이 전란으로 고통받는 백성들의 아픔이 언급되고 있다. 가뭄 때는 가뭄 걱정, 가뭄 끝에 비가 오면 백성들이 얼마나 좋아하겠느냐며 즐거워한다. 우리나라 지도자의 마음가짐도 (이순신처럼) 국민에 대한 사랑에서 시작해야 한다. 힘든지 안 힘든지 관심을 가지고, 아프면 함께 걱정하고, 그 걱정을 해결하기 위해 자기 몸을 던져야 한다.”
 
지도자들이 국민에 대한 사랑이 없다는 말인가.
“자기 스스로 그런 것이 결여돼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면 수양이 부족한 것이다. 이순신 리더쉽의 뿌리를 만든 것이 수양이다. 류성룡 등 이순신을 곁에서 봤던 사람 중에 이순신에 관해 이야기할 때 수양이라는 말을 빼놓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제가 저술한 『이순신, 신은 이미 준비를 마치었나이다』에도 이순신의 수양과 관련된 구절들을 나온다. ‘순신의 사람됨은 말과 웃음이 적고, 얼굴은 단정해 몸을 닦고 언행을 삼가는 선비와 같았으나 그의 뱃속에는 담기가 있어 자신을 잇고 국난에 몸을 바쳤으니, 이는 평소 수양을 많이 쌓았기 때문이다.’(류성룡), ‘공은 지혜를 내고 일을 지휘함에 한 가지 실수도 없었고, 또 용기를 분발하고 기회를 결단하기만 하면 그의 앞에는 강한 적이 없었다. 이 모든 것은 평소의 수양이 밑받침된 것이었으리라.’(대제학 이식)”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이 저술한『이순신, 신은 이미 준비를 마치었나이다』책 표지. 위성욱 기자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이 저술한『이순신, 신은 이미 준비를 마치었나이다』책 표지. 위성욱 기자

국민에 대한 사랑이 부족한 것도 수양 문제인가.
“국민을 앞에 세우는 척하면서 뒤에서 자기 개인적인 욕망과 당파적 이익을 챙기면 사랑은 왜곡된다. 대통령, 국회의원, 판·검사 등 중요한 국가 일을 하는 사람들은 ‘내가 하는 일을 정령 국민이 좋아할까?’라고 묻고, 거기에 ‘양심의 오케이(OK)’가 난 뒤 일을 해야 한다. 그게 이순신을 닮는 법이다. 옛날 지도자들이 ‘나는 어떤 인물로 기억되기 바란다’ 하는데, 그거 하지 말라는 얘기다. 미래를 생각해서 공과를 얘기하면 현실에 사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냥 목숨 걸고 국민을 사랑하는 데 그치면 된다. 그러면 뒤에 사람들이 알아서 평가해주는데 왜 뒷사람들이 평할 것을 걱정하는가.”
 
사랑과 함께 강조되는 정성이란 무엇인가.
“정성은 3가지 단계다. 철저히 준비하고, 일에 전념하고, 끝났을 때는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다. 이순신은 통신사들이 일본에 다녀온 뒤 전쟁이 안 난다고 했는데도 자기는 준비를 했다. 만약 대비를 안 했다가 전쟁이 나면 ‘내 백성은 어찌하냐’ 하는 그런 마음으로다. 사랑과 정성이 합쳐지면 미래에 우리에게 닥쳐올 위기를 감지하게 된다. 그렇게 나온 게 거북선이다. 이순신의 사랑과 정성의 산물인 셈이다.”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 송봉근 기자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 송봉근 기자

‘나도 국민을 사랑한다’라고 항변하는 정치인도 있겠다.
“그런 말 하는 건 수양이 안 된 거다. 그런 변명을 왜 하는가. 지금처럼 위기 상황에선 (이순신이라면) ‘내 책임이다’ 할 것이다.”
 
왜 지도자들이 국민을 가장 우선시하지 않는다고 보나.
“우리나라는 5000년간 모든 백성은 왕의 백성이고, 왕의 땅이었다. 왕과 그 신료들의 나라였다. 이것이 1948년 7월 17일 대한민국 헌법이 만들어지던 날 바뀌었다. 우리나라에서의 가장 위대한 혁명이다. 대한민국 헌법 1조는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다’는 선언을 하고 있다. 그럼 그동안 주인 하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느냐? 이름을 공무원으로 바꾸어 7조에 ‘공무원은 국민의 봉사자다’ 이렇게 돼 있다. 그런데 아직도 대통령 뽑아 놓고 옛날 왕이제, 국무총리 뽑아놓고 옛날 영의정이제, 이런 소리를 하고 있다. 프랑스처럼 피 흘리고 왕의 목을 쳐서 얻은 것이 아니라 일본의 항복으로 독립국이 되면서 너무 쉽게 얻어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이순신은 400년 전에, 그것도 왕조시대에 지금의 헌법 1조와 7조의 정신을 가졌던 인물이다.”
 
제작 자문을 하셨던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의 정신을 꼽는다면.
“(영화를 보면) 이순신의 아들이 ‘왜 아버지는 선조에게 충성을 다했는데 왕은 아버지를 계속 죽이려고 하느냐’는 취지로 묻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이순신이 아들을 부르며 ‘충(忠)은 백성을 향하는 것이다’라고 답한다. 영화적 상상력이지만 이순신이 말하고 행동한 것을 보면 그의 충은 백성을 향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순신처럼 백성에게 충성을 해야 백성을 사랑하는 참 지도자가 된다.”
 
 2014년 개봉한 영화 '명량'. [중앙포토]

2014년 개봉한 영화 '명량'. [중앙포토]

이순신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일화가 있다면.
“초급장교 시절 때 일이다. 병조판서가 이순신의 사람됨이 됐다 싶으니까 자신의 서녀를 첩으로 주려고 했다. 서녀라도 병조판서 사위가 되면 이른바 ‘빽’이 생기는 건데, 이순신은 중매쟁이를 그냥 돌려보낸다. ‘내가 이제 막 벼슬 나온 사람이 그런 권세가에 줄을 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면서다. 벼슬에 나가기 전에는 류성룡이 ‘같은 덕수 이씨 문중인 율곡을 만나보라’고 하니 그것도 거절했다. 인사문제로 집안 어른을 만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성공이 눈앞에 보여도 자력이, 정의의 길이 아니면 가지 않는 이순신의 면모를 잘 보여주는 일화들이다.”
 
이순신은 어떤 수양을 했길래 그런 경지에 달한 것인지.
“이순신의 자는 여해(汝諧)다. ‘서경’에 보면 순(舜)임금이 우임금에게 나라를 물려주며 ‘오직 너(汝)라야 세상을 화평케(諧) 하리라’고 했는데 거기서 따온 것으로 이은상은 해석했다. 저는 자를 그렇게 쓴 것은 순임금의 신하라는 의미의 순신(舜臣)이라는 이름에서도 보이듯 순임금으로 대표되는 군자의 모습을 닮으려 하지 않았겠느냐고 본다. 이순신은 32살에 관직에 나갔는데 그 전에 수양하면서 자신의 인생관, 사생관, 국가관을 확립했다. 강인한 여인이었던 어머니로부터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1999년 해군이 복원한 거북선 모습. [중앙포토]

1999년 해군이 복원한 거북선 모습. [중앙포토]

아직 우리에게 희망은 있는가.
“우리 민족은 저력이 있다. 코로나 시국에 위험 속으로 뛰어드는 의료진이 그렇고, IMF 때 나라를 구하겠다고 금(金) 들고 나온 사람들이 다 이순신의 후예이자, 작은 이순신들이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고, 희망이 있다.”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환란을 막기 위한 방책이 있다면.
“전투에서의 승패는 눈에 보이는 조건과 눈에 보이지 않는 조건이 충족됐을 때 갈린다. 그런데도 통상은 외견상으로 보이는 조건만 갖고 승리의 원인을 규명하려 한다. 그러나 그리해서는 원균이 칠천량해전에서 객관적 승리요건을 모두 갖추고도 패했고, 이순신이 명량해전에서 승리한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다. 그 이유를 묻고 또 묻는 것이 이순신 리더십의 원천을 찾아가는 핵심적 방법이다.
 
이순신 관련 법을 만들어 리더십 교육을 해야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위기는 이순신 정신에 대한 교육을 통해 근본적인 대책을 만들어 낼 수 있어서다. 교육을 통해 우리 사회 곳곳에 작은 이순신들을 만들어 놓으면 어떤 위기가 와도 극복이 가능하다.”
 
부산=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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