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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사퇴해야" 대표 文 때리던 與최고위원, 친문에 입 닫았다

2015년 5월 8일, 주승용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도중 정청래 최고위원과 공개 석상에서 언쟁을 벌이다 문재인 대표의 만류를 뿌리치며 퇴장하고 있다. 뉴스1

2015년 5월 8일, 주승용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도중 정청래 최고위원과 공개 석상에서 언쟁을 벌이다 문재인 대표의 만류를 뿌리치며 퇴장하고 있다. 뉴스1

 
“사퇴할 것처럼 하면서 사퇴하지 않는 것은 공갈치는 것입니다.”
“사퇴한다고 공갈쳤다? 저는 사퇴합니다. 모든 지도부 사퇴해야 합니다.”

 
2015년 5월 8일,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정청래·주승용 당시 최고위원 간 날선 신경전이 오갔다. 문재인 당시 대표에게 “친노(親盧) 패권주의를 청산하라”고 요구해왔던 주 최고위원은 “지도부 모두가 사퇴해야 한다”는 말을 끝으로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이후 100여일만에 최고위원직에 복귀한 뒤에도 문 대표를 향해 “역대 이렇게 선거 참패를 거듭하고도 끈질긴 대표는 없었다”고 하는 등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과거엔 당대표·최고위원 간 충돌이 드문 일이 아니었다. 2010년 민주당 시절엔 정동영 당시 최고위원이 “대표 개인의 생각이 당 정체성이 아니다”라며 갓 출범한 손학규 대표 체제를 두드렸다. 2017년 4월에는 추미애 당시 대표와 김영주 최고위원이 문재인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놓고 격론을 벌이다 김 최고위원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전당대회 레이스가 한창인 민주당에선 “최고위원회의는 요식행위, 통과의례에 불과한 기구가 됐다”(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는 말이 나온다. 다음달 2일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뽑는 5개 선출직 최고원 자리에 도전하는 후보는 7명(전혜숙·강병원·백혜련·서삼석·김영배·김용민 의원, 황명선 논산시장) 뿐이다. 당초 최대 20명의 후보가 나설 거라는 전망은 현실이 되지 않았다.
 
출마를 고민했던 이재명계(김병욱·민형배·김남국 의원)는 후보를 내지 않기로 결정했고, 초·재선 중 인지도가 높은 편에 속하는 강훈식·이소영·이탄희·전용기 의원도 결국 불출마했다. 사실상 출마자 대부분이 선출되는 선거여서 선거전 흥행도 실패 분위기다.
 

과거엔 대표·최고위원 충돌도 빈번

22일 오전 대전 서구 오페라웨딩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표·최고위원 후보자 순회 합동연설회에서 최고위원 후보자들이 인사하고 있다. 뉴스1

22일 오전 대전 서구 오페라웨딩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표·최고위원 후보자 순회 합동연설회에서 최고위원 후보자들이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이처럼 최고위원 자리를 향한 경쟁이 김이 빠진 이유는 선거 참패 후 촉박하게 출마 여부를 결정해야 했던 상황적 요인 탓도 있다. 출마를 고민하다 접은 한 초선 의원은 “비전을 함께 추구할 분들이 있는가에 대해 고민은 물론, 섣불리 나갔다가 돈·시간만 소모하고 떨어지는 것 아닐까 하는 우려가 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최고위원의 위상 자체가 과거에 비해 떨어진 점을 근본 원인으로 지목한다. “예전엔 최고위 결정이라고 하면 무게감이 실렸는데, 대표가 전권을 휘두르다시피 하며 최고위원은 대표에 가려지는 구조가 형성됐다”(민주당 전 최고위원)는 지적이다.  
 
이런 구조는 2018년 6월, 민주당이 당대표에 권한을 몰아주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전환하면서 굳어졌다. 이때 선출된 시·도당 위원장이 권역별 최고위원을 맡는 제도가 폐지되고, 당 대표(1명)와 선출직 최고위원(5명)을 분리해 뽑는 현재와 같은 제도로 바뀌었다. “대표 중심으로 굳건한 지도력을 형성하고 최고위원들이 받쳐주는 형태로 가는 것이 안정적”(김현 당시 대변인)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친문 지지층을 의식해 당내 이견 표출을 금기시하는 분위기도 최고위원회의를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시킨 핵심 요인으로  거론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최고위원을 지낸 한 의원은 “비공개 회의에서 몇 번 이견을 내다가 ‘다른 편’으로 낙인찍히는 게 싫어서 자기검열을 하고 입을 닫게 됐었다”며 “‘분열하면 안 된다’는 인식에 당이 너무 함몰돼 있다”고 비판했다. 다른 중진 의원도 “추미애 당 대표 때부터 당내 이견이 용납되지 않는 분위기가 굳어지면서 최고위원들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기 시작했다”며 “이런 압박 속에서 지지 기반이 취약한 의원들은 최고위원 출마를 결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위원 후보들 ‘親文’ 일색

이번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한 후보들도 연일 친문 지지층을 향한 호소로 일관하고 있다. 22일 대전에서 열린 합동 연설회에서 친문(親文) 후보인 김영배 의원은 “혹자는 개혁 때문에 민생을 챙기지 못했다고 하지만, 나는 생각이 다르다”며 “개혁과 민생은 우리 당의 양 수레바퀴”라고 말했다. 4·7 재·보선 패배 이후 기존 노선·정책의 후퇴를 걱정하는 친문 당원들의 심사를 의식한 발언이다. 강병원 의원은 지난 21일 오후 출연한 언론 인터뷰에서 “박근혜 탄핵 당시 우리 당 의원들은 ‘탄핵 꼭 성사시키라’는 국민들 문자에 힘을 얻었다고 말했었다. 그때는 고마웠던 문자가 지금은 당을 해친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강성 지지층의 ‘문자 폭탄’을 두둔했다. 
 
이런 가운데 호남을 대표해 출마한 ‘무계파’ 서삼석 의원의 정책·지역 이슈 중심의 정중동 행보가 오히려 눈길을 끈다. 서 의원은 21일 통화에서 “광주·전남의 유일한 후보로 나왔는데, 아직 부족한 인지도를 만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남은 기간 동안에도 민주당을 세상에 꼭 필요한 소금처럼 만들겠다는 메시지를 널리 전하는 데 힘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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