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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났네""소설 쓰네""XX자식"…유독 잦은 與 '마이크 잔혹사'

상대는 못 듣고, 청중만 듣도록 말하는 혼잣말을 연극에서 ‘방백’이라고 한다. 최근 국회에서 정부·여당 인사들의 ‘방백 설화(舌禍)’가 유독 잦다. 연극이 아니니 상대가 못 들을 리 만무한데도 “의도가 왜곡됐다” 또는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한 말”이었다는 해명이 반복된다.
 

#1. “아주 신났네, 신났어”

21일 김상희 국회부의장은 “이틀 전 본회의 과정에서 있었던 제 혼잣말이 의도치 않은 오해를 낳았다”며 “의원님들께 유감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공식 사과했다. 그는 지난 19일 본회의 사회를 보던 중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어휴, 아주 신났네, 신났어”라고 말했다.
 
 
질의를 마친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단상에서 내려오자 “잘했다”며 박수·환호를 쏟아내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보고 되뇐 말이다. 그는 다음 질문자(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를 호명한 뒤, 자신의 마이크가 꺼졌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다음날(20일) “사과부터 하라”는 국민의힘 측 항의를 무시하고 그대로 대정부질문을 진행하려던 김 부의장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전원 퇴장과 “국회 윤리위 회부”(허 의원) 주장으로 배수진을 치자 이틀 만에 “원만한 의사 진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2. “어이가 없다” “소설 쓰시네”

 
국민의힘은 김 부의장을 향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떠올리게 한다”(박기녕 부대변인)고 했다. 추 전 장관은 재직 시절 국회에서 두 차례나 다 들리는 혼잣말로 여야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지난해 7월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당시 윤한홍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고기영 법무부 차관에게 아들 서모(27)씨 관련 의혹을 제기하자 답변자(고 차관) 옆자리에서 “소설을 쓰시네”라고 중얼거렸다.
 
두 달 뒤(9월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건 좀 심하다는 모욕감을 대변한 독백이었다”고 사과했지만, 추 전 장관은 불과 일주일 뒤(9월 21일) 또 일을 냈다.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이 아들 서씨 관련 추가 의혹을 제기하자 옆자리에 있던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 “어이가 없다. (김도읍) 저 사람은 검사 안 하고 국회의원 하길 정말 잘했다. 죄 없는 사람을 여럿 잡을 거 같다. 허허”하고 속삭인 게 국회에 생중계됐다.
 

#3. “부산을 또 가야겠네. 허, 참”

김태년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4·7 재·보선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 2월 18일 당 유튜브 채널 ‘델리민주’의 당 정책조정회의 생중계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부산을 또 가야겠네. 허, 참”하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이를 두고 야당은 “민주당 원내대표가 부산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겠다”(홍종기 국민의힘 부대변인)고 공세했다.
 
당시 김 전 대표 측은 곧바로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이 알맹이가 빠진 채 통과될 전망이라는 기사에 대한 언급”이라며 “특별법을 부산시민들에게 약속한 대로 통과시킬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표현”이라고 해명했다. 일주일 뒤(2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을 필두로 당·정·청 핵심 인사들이 부산에 총출동해 지역 발전을 공약하는 대규모 행사를 열었지만, 전세를 뒤집진 못했다.
 
 

#4. “그렇게 해도 (집값) 안 떨어져”

차갑게 돌아서던 부동산 민심에 불을 지른 설화는 지난해 7월 있었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이 MBC 프로그램 ‘100분 토론’에서 부동산 대책 관련 토론을 마친 뒤 마이크가 꺼지지 않은 걸 모르고 “그렇게 해도 (부동산 가격이) 안 떨어질 것”이라고 한 일이다. 당시 고스란히 방송을 탄 대화가 이랬다.
 
▶김현아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비대위원=집값 떨어지는 것이 국가 경제에 너무 부담되기 때문에 그렇게 막 떨어뜨릴 수 없어요.
▶진 의원=그렇게 해도 안 떨어질 겁니다. 부동산이 뭐 어제오늘 일입니까.
▶김 위원=아니, 여당 (국회) 국토교통위원이 그렇게 얘기하면 국민은 어떻게 합니까.
 
 
논란이 확산하자 진 의원은 “여당의 부동산 후속대책이 입법돼도 걱정할 만큼 부동산값이 폭락하거나 하락하지 않을 것이란 의미였다”며 “발언 취지와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왜곡보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에서조차 “단순 실언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는 반응이 나왔다.
 

#5. “XX자식”…‘나쁜’ 자식이었다?

비슷한 시기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빈소에서는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의 혼잣말 욕설 소동이 있었다. 그는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 관련 질문을 받고 “예의가 아니다. 그런 걸 이 자리에서 예의라고 하나. 최소한 가릴 게 있다”며 쏘아붙인 뒤 자리를 뜨며 해당 기자에게 “XX자식 같으니라고”라는 말을 남겼다. 일부 언론은 방송 카메라 녹음을 토대로 이를 ‘호로자식’이라고 보도했다.
 
그러자 이 전 대표는 두 달 뒤 시사인 인터뷰에서 “‘나쁜 자식’이라고 한 건 그 기자한테 한 말이 아니고 돌아 나오면서 혼잣말을 한 건데, 또 어떤 기자는 ‘호로자식’이라고 했다고 쓰고, 언론이 안 좋은 태도를 보였다”고 언론 탓을 했다. 
 
 
여당만 말실수를 한 건 아니다. 20대 국회에서 야당 소속이던 여상규 전 법사위원장이 민주당 의원들에게 “XX같은 게”라고 욕설했다가 “흥분해서 기억이 안 난다”고 해명한 일이 있다. 민주당 소속 보좌관은 “미디어가 말이 정책으로 이어지는 여당 의원들에 집중하다 보니 여당이 설화를 낼 위험이 크다”며 “그래도 의사진행을 맡은 부의장의 발언 등은 변명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의도치 않은 말실수나 발언 노출은 과거에도 당·정을 통틀어 자주 있던 일”이라며 “그 자리에서 즉각 즉각 사과하면 될 일을 괜한 정쟁으로 끌고 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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