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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화재에 6400억 써” 4조 전력기금 좀 달라는 소방청 논리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난 수원시 한 아파트 화재 현장. 수원남부소방서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난 수원시 한 아파트 화재 현장. 수원남부소방서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 진압에 연간 6000억원이 든다. 전력기금을 소방 예산에 배정해야 한다.”(소방청)
“전력 산업의 발전과 기반 조성을 위한 돈이다. 불 끄는 데 쓸 수는 없다.”(산업통상자원부)
4조 원대의 전력산업기반기금(전력기금)을 놓고 물밑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소방청 "전력기금, 소방 분야에도 투자해야"

전력기금은 전기산업 발전과 기반조성, 안전관리를 위해 지난 2001년 조성됐다. 매달 내는 전기요금의 3.7%가량을 적립한 돈이다. 사실상 모든 국민이 내는 '준조세'다. 지난해 말 기준 4조513억원의 기금이 조성됐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전기안전관리와 전력수요관리, 신재생에너지 산업 지원·활성화, 전력 관련 연구개발(R&D),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농어촌전기 공급 지원 등에 이 기금을 사용하고 있다.
 
소방청이 전력기금에 관심을 보이며 산업부에 본격적인 제안을 한 것은 지난 2월이다. 명분은 이랬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화재 20만8691건 중 22.7%인 4만7465건이 전기적 요인이었다는 것. 화재 원인만 따지면 부주의(49.6%) 다음으로 많았다. 소방청은 지난해 총 소방예산 5조7645억원 중 화재대응에 2조8246억원(49%)을 투입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기로 인한 화재에는 6440억 원이 투입된 것으로 추정한다.
 
소방청 관계자는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화재에 연간 6000억원 넘게 투입되고 있으니 전력기금을 소방 예산에 배정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력기금 용도에는 '전기안전 분야'가 있지만, 소방분야 투자는 전무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소방청 앞에 설치된 화재경보기 설치 포스터. 뉴스1

소방청 앞에 설치된 화재경보기 설치 포스터. 뉴스1

소방청이 전력기금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예산 때문이다. 소방공무원은 지난해 국가직으로 전환됐다. 그러나, 예산은 여전히 지방정부에 기대는 형편이다. 전체 소방예산 5조7000원 중 60.4%인 3조4813억원이 각 시·도 부담이다. 예산의 71%인 인건비(4조547억원) 기준으로 보면 81.9%(3조3238억원)을 지자체가 지불한다. 소방청 전체 예산 중 소방안전교부세와 국고보조금 등 국비 비중은 11.5%인 6643억원뿐이다. 무늬만 국가직인 셈이다.
 
여기에 소방청은 올해부터 5년간 화재예방‧대응 정책사업, 인건비 등에 7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현재까지 확보된 예산은 61%인 4조3000억 원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담뱃불로 인한 화재가 이어지면서 현재 담배에 부과하는 개별소비세의 45%(연간 9000억원가량)가 소방 재원으로 활용된다"며 "전기로 인한 화재도 잇따르고 있으니 전력기금을 소방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나왔다.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은 지난달 전력기금을 화재 예방 조사·연구·홍보와 소방장비 보급에 관한 사업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전기사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의원 측은 "전기판매사업자와 전기사용자의 사회적 책임성을 강화하고 전기로 인한 화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력기금을 소방 관련 예산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이 법안은 23일 열리는 국회 산업통상자원벤처중소기업위원회에 상정돼 있다.
 

산업부 "전력기금 소방분야 투자 불가"

산업부는 소방청의 제안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전력기금을 말 그대로 '전력산업의 발전과 기반 조성을 위한 돈'이라 소방 예산으로 쓸 수 없다는 거다.
산업통상자원부. 뉴스1

산업통상자원부. 뉴스1

전력기금이 줄고 있는 것도 이유다. 2019년까지 4조5000억원이 누적됐으나 지난해는 4조 원대로 줄었다. 2019년 68개이던 기금 관련 사업이 지난해 79개로 늘면서 수입보다 지출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력산업과 소방이 무슨 관련이 있느냐"며 "소방 관련 예산은 관할 부처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의원이 발의한 전기사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대해선 "국회 논의 과정을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정연제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력기금을 소방예산으로 쓰는 것은 전력기금 조성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4조원대 기금을 둘러싼 공방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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