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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책점 0, 패전처리 투수로 뜬 외야수

한화 외야수 정진호가 지난 10일 투수로 변신해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모습. 패전 처리 투수로 나섰던 정진호는 “타격에서 가치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뉴스1]

한화 외야수 정진호가 지난 10일 투수로 변신해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모습. 패전 처리 투수로 나섰던 정진호는 “타격에서 가치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뉴스1]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외야수 정진호(33)는 최근 ‘본업’이 아닌 ‘부업’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프로 데뷔 후 11년간 외야수로만 출전했던 그가 두 차례나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첫 두 차례 등판 한화 정진호
학창 시절 투수, 시속 100㎞대 공
동료들 ‘미스터 제로’로 불러
“등판은 진다는 뜻, 타격 욕심낼 것”

첫 등판은 10일 대전 두산 베어스전이었다. 정진호는 팀이 1-18로 뒤진 9회 초 2사 1·2루 위기에서 구원 등판했다. 내야수 강경학이 먼저 투수로 나섰다가 안타 3개를 맞고 4실점 한 뒤였다. 정진호는 시속 100㎞를 간신히 넘긴 느린 직구 4개를 던져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채웠다.
 
정진호는 그날 상황을 담담하게 떠올렸다. 그는 “수석 코치님이 ‘혹시 투수로 나가 공을 던질 수 있겠나’ 물으셨다. 학창 시절 투수를 해봤으니까 ‘스트라이크는 던질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강)경학이가 먼저 나가길래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얼떨결에 곧 마운드에 올랐다”고 털어놓았다.
 
정진호는 마운드를 내려오면서 ‘프로 첫 마운드 등판 기념구’를 챙겼다. 프로 첫 안타, 첫 홈런, 사이클링 히트 기념구와 함께 정진호의 야구 인생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생겼다. 그는 “은퇴 후에는 이런 경험도 다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두 번째 등판 기회는 예상보다 빨리 찾아왔다. 일주일 만인 17일 창원 NC 다이노스전. 한화가 4-14로 뒤진 8회 말 2사 3루에서 다시 전광판 투수란에 정진호라는 이름이 떴다. 볼넷 하나를 줬지만, 다시 무실점으로 위기를 넘겼다. 야수가 한 시즌 두 번 이상 투수로 나선 건 그가 처음이다.
 
첫 등판이 마냥 얼떨떨했다면, 두 번째는 달랐다. 정진호는 “아무래도 감독님은 ‘한 번 던져본 사람이 나가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던 것 같다. 나도 첫 등판엔 급하게 던지기만 했는데, 두 번째는 좀 더 여유가 생겼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의 평균자책점은 0. 동료들은 그를 장난삼아 ‘미스터 제로’로 부른다.
 
NC전이 마지막이 아닐 수도 있다. 메이저리그(MLB)에서는 승부가 크게 기운 경우, 야수를 종종 투수로 내보낸다. 다음 경기를 위해 불펜진을 아끼려는 거다. 2019년에만 그런 사례가 90차례였다. MLB 출신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과 한솥밥을 먹는 정진호는 ‘운명’을 받아들일 마음가짐이 돼 있다.
 
정진호는 다만 “내가 또 투수로 나간다는 건, 팀이 크게 지고 있다는 의미일 거다. 잦은 등판을 욕심내면 안 될 것 같다. 대신 팀에 내가 도움된다면, 그리고 감독님과 코치님이 ‘나가라’고 지시하면 ‘알겠다’고 하고 기꺼이 올라갈 것”이라며 웃었다.
 
아쉬움이 없지 않다. 정진호는 제 자리인 외야수로 더 빛나고 싶다. 2011년 두산에서 데뷔한 그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한화로 이적했다. 주전 외야수를 찾던 한화가 2차 드래프트에서 뽑았다. 그는 선수층이 두꺼운 두산이라서 만년 백업 외야수였지만, 다른 팀에 가면 더 많이 뛸 선수라는 평가를 받곤 했다.
 
아직 붙박이 주전으로 자리 잡지는 못했다. 그래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이적 첫 시즌인 지난해 정진호는 데뷔 11년 만에 가장 많은 경기(113)에 출전했고 가장 많은 타석(326)에 섰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자주 그라운드에 모습을 보이는 게 목표다.
 
정진호는 “개막 전까지 피카소처럼 화려하게 시즌 밑그림을 그렸다. 그런데 생각했던 대로 그림을 그리기는커녕, 스케치도 잘 안 되는 단계다. 방망이를 잘 쳐서 인터뷰해야 하는데, 투수 등판으로 화제가 되니 내 현실을 자각하게 된다”며 멋쩍게 웃었다.
 
지레 포기할 이유는 없다. 정진호에게는 아직 많은 기회가 남았다. 그는 “지금 잘 못 치고 있는데도 경기에 나갈 기회가 주어지는 게 다행이다. 한 경기라도 더 나가서, 어떻게든 내 가치를 보여주고 싶다”며 거듭 각오를 다졌다.
 
대전=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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