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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바이든, 북한과 대화하고 중국과 협력을”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해 “지금 북한과 대화해야 한다”며 “비핵화는 한국의 생존 문제”라고 말했다.  
 

NYT 인터뷰 “트럼프 변죽만 울려”

지난 16일 청와대서 인터뷰
“비핵화, 트럼프 성과 위에서 진전”
미, 정책 계승 압박으로 여길 수도

보아오포럼선 “신기술 아시아 협력”
바이든 향해선 “중국과 협력” 촉구

또 미국의 대(對)중국 고립 전략에 대해서도 “중국과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해선 “변죽만 울렸을 뿐 완전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공개된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 소개된 문 대통령의 발언들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인터뷰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 중 특히 중국과의 협력을 촉구한 대목은 바이든 대통령이 현재 추진 중인 대중 노선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미·중 갈등을 북한 문제에 연결시키며 “미·중 간의 갈등이 격화되면 북한이 그런 갈등을 유리하게 활용하거나 이용하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초강대국 간의 관계가 악화하면 비핵화를 위한 모든 협상을 해칠 수 있다”고 했다.  
 
NYT “문 대통령, 싱가포르 합의 폐기는 실수 될 것이라 경고”
 
뉴욕타임스는 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을 전하며 “북한 및 기후변화를 포함한 기타 세계적인 관심 현안에 대해 중국과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 외교안보 의제 관련 발언

문재인 대통령 외교안보 의제 관련 발언

문 대통령은 전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주도한 보아오(博鰲)포럼에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도 “신기술 분야에서 아시아 국가 간 협력이 강화되면 미래를 선도하고 위기에 대응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반도체 공급망에서 제외시키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와는 다른 방향이었다. 또 “백신 기부와 같은 활동을 펼치고 있는 중국 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도 했다. 그래서 “5월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두둔하는 듯한 입장을 밝힌 건 한국의 외교적 공간을 스스로 좁히는 것”이란 지적이 나왔는데, 비슷한 톤의 발언이 이틀째 이어진 모양새다.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바이든 행정부에 거침없이 조언했다. 그는 “하루빨리 마주 앉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라며 북한과의 즉각적인 대화를 촉구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아직 대북 정책의 기본 틀조차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자(트럼프 전 대통령)의 많은 외교 정책 결정을 뒤집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폭넓은 목표를 정해 놓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2018년 싱가포르 합의를 폐기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했다. ‘경고했다’는 표현으로 전할 만큼 문 대통령의 발언 톤이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북한 문제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노력에 대해선 “변죽만 울렸을 뿐 완전한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사상 최초로 북·미 간 정상회담을 개최한 것은 분명히 그의 성과”라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문 대통령은 미국과 북한이 서로 양보와 보상을 ‘동시적’으로 주고받으면서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비핵화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며 “이는 문 대통령이 자주 사용하는 대본”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트럼프 정부가 거둔 성과의 토대 위에서 더욱 진전시켜 나간다면 그 결실을 바이든 정부가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이든 대통령께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실제적이고 불가역적 진전을 이룬 역사적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는 말도 인터뷰에서 했다.
 
외교가에선 문 대통령의 조언을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정부의 정책을 계승하라”는 압박으로 느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 대통령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는 “전날 중국에 친화적 메시지를 냈던 것과 비교해 미국에 대한 메시지가 공격적으로 읽힐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특히 싱가포르 합의를 이행하라는 경고는 마치 회담 결렬의 모든 책임을 미국에만 지우고 있다는 사인으로 볼 소지가 있다”며 “특히 바이든 대통령 역시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나온 이러한 메시지가 미국에 불필요한 오해를 줄까 우려된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북한과 외교를 할 준비가 돼 있다. 그러나 최종 결과가 비핵화라는 조건이어야 한다”고 밝힌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하며 “새로운 미국 지도자가 북한과 관련해 이룰 수 있는 진전을 문 대통령은 기대하고 있지만 미국과 북한 사이의 깊은 불신을 감안하면 큰 돌파구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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