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중국 칭화대생들, 1타강사 되려고 '이것'까지 한다고?

여러분 반가워요! 토르 선생님이에요. 앞으로 여러분들 수학 과목을 맡게 됐습니다. 저는 OOO 대학교에서 공부했어요 ···

 카메라 앞에서 학생들에게 수업을 하는 학원 강사. [사진출처=텅쉰신문 @양부부]

카메라 앞에서 학생들에게 수업을 하는 학원 강사. [사진출처=텅쉰신문 @양부부]

 

삼각대 위 카메라에 대고 하는 15분 자기소개, 첫 수업에 들어간 선생님들이 꼭 해야만 하는 의례 절차다.
 

화면 앞에 선 선생님은 긴장한 듯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뗀다. 간단한 인사와 만화 캐릭터에서 따온 별명, 앞으로 가르칠 과목, 경력 등을 소개한다. 마지막 차례가 되어서야 그는 자신의 출신 학교를 밝힌다. "칭화대에서 공부했어요."
 

채팅창 열기는 뜨거워진다. "아.. 왠지 학구파 느낌의 베이징대생 같았는데", "무슨 소리, 딱 칭화대생 느낌이신데", "선생님 너무 대단해요. 저도 너무 가고 싶어요."  
 

그제야 긴장이 풀린 얼굴의 선생님은 자신의 대학생활 이야기를 풀기 시작한다. 모두가 기다렸던 이 순간이다. 입시에 지친 학생들에게 명문대 출신 선생님의 흥미진진한 '대학 썰'은 그 어떤 약보다도 효과 좋은 피로회복제다.
 베이징 소재 모 학원의 라이브 수업 전용룸에서 수업을 준비하는 선생님 [사진출처=텅쉰신문 @양부부 / 런민스줴]

베이징 소재 모 학원의 라이브 수업 전용룸에서 수업을 준비하는 선생님 [사진출처=텅쉰신문 @양부부 / 런민스줴]

 

선생님 전원이 베이징대 아니면 칭화대?

 
베이징 소재의 한 입시 학원인 이곳. 그런데 여기엔 다른 '일반적인' 입시 학원들과 다른 점이 있다. 선생님들이 모두 중국 최고 명문 '칭베이(清北, 칭화대와 베이징대의 줄임말)' 출신으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다른 학원들보다 수강료가 비싸도 매년 수많은 수강생이 이곳을 고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선생님들 전원이 북경대와 칭화대로 구성된 학원의 선전물 [사진출처=샤오장방]

선생님들 전원이 북경대와 칭화대로 구성된 학원의 선전물 [사진출처=샤오장방]

 
최고 명문대를 가고 싶은 학생들에게 그곳을 나온 선생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는 것은 그 자체로 큰 동기부여가 된다. 영리한 학원들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명확히 알아챘다. 질 좋은 수업뿐 아니라 '내 아이의 최고 명문대 진학'이라는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 학부모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파악한 것이다.
  
그래서 학원 측에서는 명문대 선생님들로 하여금 의도적으로 수업 중 계속해서 학생들에게 '대학생활 썰'을 풀게 한다. 선생님들은 이런 지시사항이 한편 부담스러우면서도 곧이곧대로 따른다. 학원에서 이들에게 주는 막대한 연봉 때문이다.
[사진출처=중칭핑룬]

[사진출처=중칭핑룬]

 

중국 명문대생 강사들, 연봉은?

 
최근 들어 점점 많은 베이징대, 칭화대 출신 선생님들이 '높은 수입' 때문에 학원 강사의 길을 택하고 있다. 중국의 인재 채용 플랫폼 'BOSS'에서 지난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연봉과 복리후생 등 조건만 봤을 때 중국의 입시학원들이 제시하는 대우는 웬만한 대기업보다 훨씬 매력적이다.
  
예시로 들 수 있는 곳은 적지 않다. 기업형 학원 브랜드 러쉐자오위(乐学教育)는 선생님들 실력에 따라 월평균 6만-9만위안(약 1000만원-1500만원)의 월급을 지급하고 있다. IT기업 왕이(网易)에서 서비스하는 인강은 선생님들에게 최저 50만위안(약 8500만원)의 연봉에 더해 베이징 호구(户口, 후커우)까지 보장해 준다. 보통 베이징에서 취업하는 명문대생들은 고연봉을 제시하는 대기업을 가거나 저연봉이지만 베이징 호구를 주는 국유기업(혹은 공무원) 중 양자택일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학원에서는 둘 모두를 제공한다.
 100% 칭화대, 베이징대 선생님으로 구성된 '칭베이왕샤오'의 광고 [사진출처=칭베이왕샤오]

100% 칭화대, 베이징대 선생님으로 구성된 '칭베이왕샤오'의 광고 [사진출처=칭베이왕샤오]

 
하지만 아직 '끝판왕'이 남았다. 바로 앞서 언급한 칭화대와 베이징대 선생님들로만 구성된 '칭베이왕샤오(清北网校)'라는 곳인데, 틱톡을 만든 회사 즈제탸오동(字节跳动) 산하에 있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이다. 이들은 선생님들에게 200만위안(약 3억4천만원)에 달하는 연봉을 제공하며, 상한선 없는 추가 인센티브제를 운영하고 있다. '경제적 자유를 향한 막차'라 불리며 수많은 성공 신화들을 만들어 내고, 또 그것을 선전하고 있는 곳이다. 강사들은 이곳에서 '10년 일한 후 은퇴'의 꿈을 꾼다.
  
물론 이들 연봉이 다소 과장됐다는 지적 역시 보인다. 대부분 이러한 고액 연봉을 받는 선생님들은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선생님들에 해당한다. 물리적 제약이 없는 온라인상에서는 한 번 수업에 천명 단위의 학생들이 들어올 수 있으니, 스타강사 선생님들의 '억대 연봉'은 합당한 대우다. 이들이 학원에 벌어다 주는 돈에 비해서 말이다.
  
그렇다면 중국 명문대생들은 정말 과연 순수히 '돈' 때문에 공무원보다 '명예롭지 못하고', 국유기업보다 '안정성이 떨어지는' 강사의 커리어를 택하게 되는 것일까. 이들이 졸업 후 학원으로 향하는 맥락을 볼 필요가 있다.
 (좌)대학원 시험을 준비하는 대학생들 모습.[사진출처=스줴중궈] / (우)대학원 시험 등록 학생 수 추이[사진출처=신경보]

(좌)대학원 시험을 준비하는 대학생들 모습.[사진출처=스줴중궈] / (우)대학원 시험 등록 학생 수 추이[사진출처=신경보]

  

예전 같지 않은 명문대 졸업장 대우  

 
교육열이 높은 중국에서도 '학력 인플레' 현상은 매년 심화하는 추세다.
  
신경보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대학원 진학시험 참가자 수(报考人数)는 약 341만명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목할 것은 가파른 증가 속도다. 최근 몇 년간 이 숫자는 매년 50만명씩 증가하는 속도를 보인다.
  
한 해에도 수없이 많은 고학력자가 쏟아지지만, 이들을 받아줄 기업의 수는 한정적이다. 그래서 수많은 중국 학생들이 학사 학위를 따는 것을 넘어 석사와 박사 과정까지 밟아가며 '몸값 올리기'에 한창이다. 기업들이 인재를 보는 눈은 자연스레 점점 높아지고 있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직군의 경우 석사 학위 이상을 요구하는 경우는 이제 꽤 흔한 일이 됐다.
 중국 국경절을 맞아 칭화대학교 관광에 나선 학생과 학부모들 [사진출처=스줴중궈]

중국 국경절을 맞아 칭화대학교 관광에 나선 학생과 학부모들 [사진출처=스줴중궈]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무리 베이징대와 칭화대를 졸업해도 학부 졸업장만으로는 취업 시장에서 예전만큼 '약발'이 세지 않다. 날고 기는 중국 최고 명문대 졸업생이라도 지금의 노동시장에선 기를 펴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그런데 아직 이 '칭베이 학사 졸업장'이 큰 위력을 발휘하는 공간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사교육 시장이다.  
  

사교육 시장에선 '아직 먹히는' 명문대 간판

 
이 시장에서 칭화대와 베이징대 졸업장은 종종 강의력 등 실력보다 우선적인 가치를 지닌다. 중국 사교육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로 이 학부 졸업장만으로도 암암리에 연봉 차별이 존재하곤 한다. 985급 대학의 석사학위 선생님보다 '칭베이(清北)' 학사학위 선생님이 연봉으로 20-30만위안(약 3400-5000만원) 정도를 더 받는 경우가 다반사다. 최종학력보다도 학부 졸업장에 쓰인 학교 이름이 훨씬 중요하다는 얘기다. '입시' 학원이라는 속성 때문이다.
 100명의 '칭베이' 선생님들을 모시고 있다고 광고하는 한 학원 게시물 [사진출처=중칭핑룬]

100명의 '칭베이' 선생님들을 모시고 있다고 광고하는 한 학원 게시물 [사진출처=중칭핑룬]

  
일부 교육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입시학원계에서 선생님의 강의력이나 인성 같은 요소보다도 명문대 졸업장이 더 우선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마케팅의 후유증으로 실력보다 '간판'이 우선시되어 사교육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명문대생들이 그들의 전공능력을 발휘하기보다 '연봉'만을 바라보고 이 시장에 뛰어드는 것 역시 이들은 우려하고 있다. 사회적인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공대를 나온 칭화대생이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교육학을 전공한 사범대 선생님은 오히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실업자가 되는 '미스매치'가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사진출처=칭베이왕샤오]

[사진출처=칭베이왕샤오]

중국 사교육 시장의 미래는?

 
그런데도 이러한 사회적 우려가 명문대생들의 '입시학원행'을 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베이징대 졸업생이라 밝힌 한 댓글은 "'칭베이'를 나와 졸업 후 취업 걱정 없다는 말은 이미 오래전 이야기"라며, "명문대 졸업생들이 본인들이 가진 최대 가치를 끌어낼 수 있는 곳이 입시 시장이라면, 그곳으로 이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 의견을 밝혔다. 명문대 졸업장이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 현실에서 이들 역시 스스로에게 있어 최선의 선택을 내린 것뿐이라는 것이다. 중국 사교육 시장의 고학력화가 앞으로도 계속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차이나랩 허재원 에디터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