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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협력업체 기술유출 없앤다…무단도용, 피해 3배 배상

음료 용기를 만드는 회사를 운영하는 A씨는 2017년 음료 회사에 기술 자료를 제공했다. 당시 업체가 자료 제공을 납품 조건으로 요구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게 A씨 주장이다. 그런데 음료 회사는 다른 경쟁업체에 그 기술 자료를 준 다음 가격경쟁을 하도록 했다. 그런 다음 납품가격 인하를 요구했다고 한다. A씨는 기술을 빼앗겼다고 생각했지만 뾰족한 대응책이 없어 속만 태웠다. 특허청은 2019년 9월 이 기술을 사용하지 말도록 시정 권고만 했지만 피해 보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특허청 "부정경쟁방지법 21일 시행"…기업 노하우 등도 해당

 
특허청이 입주해 있는 정부대전청사 전경. 중앙포토

특허청이 입주해 있는 정부대전청사 전경. 중앙포토

 
하지만 앞으로 A씨 같은 피해 사례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21일부터 중소기업·개인의 아이디어를 무단으로 사용하면 피해액의 최대 3배를 배상해야 한다. 이에 해당하는 아이디어는 특허로 등록은 안 됐지만, 기업의 독특한 기술이나 노하우, 디자인이나 공모전에 출품한 개인 아이디어 등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이런 내용을 담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이 이날 시행된다. 새로 바뀐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르면 거래 과정에서 제공된 아이디어를 무단으로 사용해 아이디어 제공자에게 손해를 입히면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해야 한다.  
 
이날 시행되는 부정경쟁방지법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정당한 대가 없이 사용하는 이른바 기술탈취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취지다. 또 이번 법에는 아이디어 탈취행위 등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시정 권고를 따르지 않으면 위반행위자의 인적사항, 위반 사실·시정 권고 내용을 관보 등에 공표할 수 있는 내용도 담았다.
 
그간 부정경쟁 행위를 해서 시정 권고를 받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아도 과태료 등 특별한 제재가 없었다. 아이디어 탈취행위에 해당해 '아이디어가 포함된 제품의 판매금지'를 권고해도,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제재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형사처분 규정도 마땅치 않았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중소기업이 제안한 기술에 제값을 지불하는 것보다 이를 탈취해 얻는 이익이 더 크고, 재판까지 가더라도 소요되는 시간 동안 얻는 이익이 배상액보다 작은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피해가 반복돼 온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허청에는 “아이디어 도용이 의심된다”며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도 잇따르고 있다. 김모씨는 지난해 기업이 실시한 제품 아이디어 공모전에 참여해 제안한 아이디어가 채택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수개월 뒤 그 기업이 유사한 제품을 출시해 아이디어 도용이 의심된다고 신고했다. 
 
김용래 특허청장(오른쪽 첫 번째)이 정부대전청사에서 인공지능(AI) 및 빅데이터 기술을 적용해 특허행정을 혁신하기 위한 차세대 스마트 특허넷 시연을 참관하고 있다. 뉴스1

김용래 특허청장(오른쪽 첫 번째)이 정부대전청사에서 인공지능(AI) 및 빅데이터 기술을 적용해 특허행정을 혁신하기 위한 차세대 스마트 특허넷 시연을 참관하고 있다. 뉴스1

김용래 특허청장은 “이번 부정경쟁방지법 시행으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타인의 아이디어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가 근절될 것"이라며 "특허청은 건전한 시장질서를 훼손하는 행위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특허청은 다른 사람의 특허권 또는 영업비밀을 고의로 침해했을 때에는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물어줘야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2019년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특허침해소송에서 손해배상액 중간값은 6000만 원에 불과했다. 이는 미국의 손해배상액 중간값 65억7000만 원보다 매우 적은 금액으로 한국과 미국의 GDP를 고려해도 9분의 1 수준이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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