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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만 태우고 닻 올렸다…'덜컹 공수처' 빌미 준 文 조급증

“여권이 ‘검찰 힘 빼기’라는 의도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밀어붙였다. 내실 있는 조직 구성에 대한 의지도, 실력도 보이지 않았다.”

  
수사 첫발을 떼기도 전에 흔들리는 공수처를 두고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검찰개혁의 ‘결과물’에 목맨 나머지 인력도, 사건 수사 규칙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닻을 올린 공수처가 좌충우돌하는 건 당연한 귀결이라는 얘기다. 지금이라도 차근차근 조직과 규칙을 정비하고 채용된 검사‧수사관의 역량을 키워야 공수처의 존재 이유를 증명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왼쪽부터) 남기명 공수처 설립준비단장,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김진욱 공수처장이 지난 1월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공수처 현판 제막식에 참가했다. 연합뉴스

(왼쪽부터) 남기명 공수처 설립준비단장,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김진욱 공수처장이 지난 1월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공수처 현판 제막식에 참가했다. 연합뉴스

 

與 밀어붙이기, 법 통과 후 41일 만에 졸속 출범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출범 90일을 맞은 공수처의 위기는 여권이 '속도전'으로 졸속 출범시킨 결과란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황제 조사’ 의혹 등 여러 논란에 휩싸여있다. 이 과정에서 미숙한 업무 처리와 석연치 않은 해명을 반복하며 신뢰를 잃어가는 모양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조직 구성을 마치고 공수처 관련 각종 규칙도 제대로 준비한 뒤 공식 출범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회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10일 통과된 뒤 42일 만인 올해 1월 21일 현판식을 갖고 공수처는 출범했다. 당시엔 김진욱 공수처장의 ‘나 홀로 조직’이었다. 여운국 차장은 공수처 출범 11일 후인 2월 1일에 취임했다.
 

여권의 밀어붙이기 결과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공수처 연내 출범”을 주장하며 공수처장 후보 추천 요건을 완화하는 공수처법 개정을 밀어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개정안 통과 당일 “새해 벽두에는 공수처가 출범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 관계자들이 지난 1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뇌물죄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공수처가 이 지검장에게 관용차를 제공한 이른바 '특혜 조사' 의혹과 김학의 관련 이 지검장 사건을 기소권 없이 재이첩한 처분 등에 대해 고발한다고 밝혔다.

투기자본감시센터 관계자들이 지난 1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뇌물죄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공수처가 이 지검장에게 관용차를 제공한 이른바 '특혜 조사' 의혹과 김학의 관련 이 지검장 사건을 기소권 없이 재이첩한 처분 등에 대해 고발한다고 밝혔다.

출범 90일에도 '반쪽 조직', 규정 없이 구멍 숭숭 

 
인력 미비의 결과 갖은 허점이 드러났다. 대표적인 게 이성윤 지검장에 대한 ‘에스코트 수사’ 논란이다. 지난달 7일 이 지검장 면담 조사 당시 김 처장 본인의 관용차를 보내 이 지검장을 태워 온 것이다. 
 
법무법인 이공의 양홍석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새로운 유형의 고위공직자 조사기법을 도입했으니 이거야말로 인권 친화적이라 생각할 법도 했다”며 “우리는 이런 걸 특혜, 황제 조사라 한다”고 꼬집었다. 한 검찰 간부는 “수사 경험이 있는 검사가 있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처장과 여운국 차장은 모두 판사 출신으로, 직접 수사 경험이 없다.
 

사건‧사무 규칙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도 공수처가 허둥대는 이유로 꼽힌다. 현재 공수처의 사건‧사무 규칙은 사건 이첩 기준, 처리 절차 등을 촘촘하게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공수처, 검찰 간 갈등의 씨앗이 됐다. 공수처는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를 막았다는 의혹을 받는 이성윤 지검장 사건을 검찰로부터 이첩받았다가, 다시 검찰로 돌려보내면서 "기소 여부는 우리가 판단하겠다"고 나섰다. 
 
법조항이나 규칙에 근거하지 않은 공수처의 '유보부 이첩' 요구에 대해 검찰은 강하게 반발했고, 논란은 진행형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17일 넘겨받은 ’이규원 검사 사건‘은 한 달 넘게 묵히면서 ’사건을 뭉개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인력도 모자라고 규칙도 미흡하지만, 공수처에 대한 기대는 높다. 고위공직자 관련 고소·고발 접수 건만 1000건에 육박한다. 
 
이 과정에 이성윤 지검장과 이규원 검사는 본인이 피의자인 사건을 공수처가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수처가 친정부 고위공직자 수사의 ‘방패막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한 셈이다.
 
공수처 검사 및 수사관 채용은 여전히 더디다. 석 달 동안 정원의 반쪽밖에 채우지 못했다. 신생 수사기관이라 수사력에 대한 의구심이 있는 데 인력도 부족한 것이다. 공수처 검사는 정원 23명 중 13명만 임명했다. 이중 검찰 출신은 4명에 그쳐 ‘수사 경험 부족’ 우려를 낳고 있다. 막 교육을 시작했다. 수사관도 정원(40명)의 절반인 20명만 선발했다.
지난 16일 오후 경기 과천정부청사 공수처에서 열린 ‘공수처검사 임명장 수여식’에서 김진욱 공수처장과 신규임용 검사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뉴스1

지난 16일 오후 경기 과천정부청사 공수처에서 열린 ‘공수처검사 임명장 수여식’에서 김진욱 공수처장과 신규임용 검사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뉴스1

與당권 주자도 “공수처, 내실 있는 진용 갖춰야”

 
이에 여권 일각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당 대표 후보로 나선 송영길 의원은 지난 19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수처가 출범한 지 석 달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 조직구성조차 마무리하지 못했다”며 “공수처가 내실 있는 진용을 갖추고 수사에 들어가는 것부터 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결국 수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공수처의 존재 가치가 드러날 것”이라며 “‘1호 수사’에 연연하지 말고 선발한 검사·수사관들의 역량 강화 등 내실을 다진 뒤 ‘좌고우면’하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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