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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원수도 부처도 만들어, 원망을 감사로 돌려야”

백성호 기자 사진
백성호 중앙일보 종교전문기자
 
 

원불교 최고지도자 김주원 종법사
원불교 최대 경절인 대각개교절
28일 행사 앞두고 세상에 조언

아이들이 아프면서 크는 것처럼
우리 사회도 갈등 겪으며 나아가

“밤은 낮에서 나오고, 낮은 밤에서 나온다.”
 
오는 28일은 원불교 최대 경절인 대각개교절(大覺開敎節)이다. 1916년 4월 28일 소태산 대종사(본명 박중빈, 1891~1943)가 대각(大覺)을 이루고 원불교를 연 날이다. 깨달음 직후에 소태산은 세상을 향해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고 주창했다. 그래서 원불교는 민족종교의 골수에 해당하는 ‘마음개벽 사상’과도 맥이 통한다. 20일 전북 익산의 총부에서 원불교 최고지도자 (田山) 김주원(73) 종법사를 만났다. 그에게 원불교와 마음공부를 물었다.  
 
 
-밤은 밤이고, 낮은 낮이다. 왜 밤이 낮에서 나오나.  
“생각해보라. 밤이 가면 낮이 오고, 낮이 가면 또 밤이 온다. 그러니 밤이 낮에서 나온다. 삶의 고통도 그렇다. 고(苦)가 가면 낙(樂ㆍ즐거움)이 오고, 낙이 가면 고가 온다. 이걸 알면 우리의 생활이 달라진다.”
 
-어떻게 달라지나.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은생어해 해생어은(恩生於害 害生於恩)’이라고 했다. 은혜는 해로움에서 나오고, 해로움은 은혜에서 나온다‘는 뜻이다. 그러니 좋은 일도 그 속에는 나쁜 일이 숨어 있고, 나쁜 일도 그 속에는 좋은 일이 숨어 있는 법이다. 코로나가 우리에게 이걸 다시 일깨워주었다.”
 
-코로나가 무엇을 일깨워주었나.  
“1년 넘게 이어지는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코로나가 역설적으로 죽음에 대해 생각을, 명상을 하게 했다. 그러니 코로나라는 ‘해로움(害)’ 속에서도 ‘은혜(恩)’가 나온 셈이다.”
 
 
-코로나 때문에 재택근무가 늘어났다. 아이들도 온라인 수업을 한다. 가족이 모두 온종일 집 안에 머물면서 오히려 갈등이 생기고, 원수가 된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도 있다.  
“원수도 마음이 만들고, 부처도 마음이 만든다. 그럴 때 써먹을 수 있는 특별한 처방이 있다. ‘원망 생활을 감사 생활로 돌리자.’ 원수가 따로 있나. 원망 생활하는 곳이 원수가 사는 곳이고, 감사 생활하는 곳이 부처가 사는 곳이다.”
 
-말은 쉽다. 실제로 하기는 쉽지 않다. 원망 생활을 어떡하면 감사 생활로 돌릴 수 있나.
“원망하는 마음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다들 원망하는 마음을 갖고 산다. 가령 상대방이 욕을 하면, 나도 욕을 한다. 그랬더니 상대방이 또 욕을 하고, 자꾸 욕이 커진다. 그래서 멈추어야 한다. 이때 원망을 감사로 돌리는 게 필요하다. 그런데 그저 되지는 않는다. 우리가 ‘큰 은혜’를 알 때 비로소 원망을 녹여내기가 쉬워진다.”
 
-큰 은혜가 뭔가.  
“하늘과 땅, 부모와 동포(이웃), 사회의 제도적 법률로부터 받은 큰 은혜다. 이걸 깊이 깨달으면 원망하는 마음이 녹는다. 원망보다 은혜가 더 크기 때문이다. 원망 생활을 감사 생활로 돌리자. 여기에는 진리의 핵이 담겨 있다. 기독교로 따지면 ‘원수를 사랑하라’는 뜻이다. 원불교에서 그걸 좀 더 쉽고 가깝게 표현한 거다.”
 
 
원불교는 올해 1월에 미국 총부를 설립하고, 미국 종법사를 임명했다. 세계 종교사에서도 거의 유례가 없는 일이다. 한국에 최고지도자인 종법사가 있는데, 미국에도 종법사를 새로 세운 것이다.  
 
-미국 종법사 때문에 한국 종법사의 위상이 떨어진다는 우려는 없나.
“하하하, 그렇지 않다. 원불교는 현재 세계 24개국에 교당이 세워져 있다. 나는 지금이라도 각국에 해외 종법사를 다 세우고 싶다. 해외 교화는 그 나라 문화와 환경에 맞게끔 현지 지도자가 있어야 한다. 법은 변함이 없어도 교화의 방식은 실정에 맞게끔 달라져야 한다. 세계 각국에 해외 종법사가 생기고, 한국은 중앙종법사 역할을 하면 된다.”
 
-종법사 임기 내에 꼭 이루고 싶은 과제는 뭔가.
“제도적인 건 꽤 손을 봤다고 본다. 남은 건 대종사님께서 말씀하신 상시훈련이다. 원불교는 생활불교다. 그럼 우리의 생활, 우리의 일상 속에서 지속적으로 마음공부의 바퀴가 굴러가야 한다. 그게 원불교의 상시훈련이다. 일요일 교당에 갈 때만 하는 마음공부라면 곤란하지 않나. 이 상시훈련 체제가 일선 교화 현장에 정착이 될 때, 비로소 원불교의 정체성이 빛을 발한다.”
 
 
-우리 사회의 갈등이 심각하다. 정치적 갈등도 크고, 사회적 갈등도 크다.  
“아이가 어떻게 크나. 아이는 아프면 큰다. 아프고 나면 크고, 아프고 나면 큰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 아니겠나. 큰 걱정은 안 한다. 다만 우리가 이걸 지나가게끔 어떻게 마음을 잘 쓰느냐의 문제다. 여기에도 원망 생활을 감사 생활로 돌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익산=글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vangogh@joongang.co.kr, 사진 프리랜서 장정필  
 
◆대각개교절(大覺開敎節)=1916년 4월 28일 소태산(少太山) 대종사(본명 박중빈, 1891~1943)가 대각(깨달음)을 이루어 원불교를 연 날이다. 원불교는 대종사의 탄생일이 아니라 깨달은 날을 최대 경절로 삼는다. 깨달음을 통해서 본래 나를 찾는 것이 진정한 탄생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올해는 원기 106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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