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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하루 24조…“정부, 범죄취급하며 세금 걷을 궁리뿐”

“가상자산의 가치는 누구도 담보할 수 없고, 가상자산 거래는 투자라기보다는 투기성이 매우 높은 거래이므로 자기 책임하에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19일 정부가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세탁, 사기 등 불법 행위에 대한 특별단속을 벌이겠다고 발표하면서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이 한 말이다. 최근 암호화폐 열풍에 따른 부작용과 우려가 속출하자 정부가 다시 칼을 빼든 것이다. 지난 15일 국내 암호화폐 거래액은 약 24조원으로 내국인의 국내외 주식 거래액 합계(21조원)를 넘어섰다. 열풍의 세기가 지난 2017년 비트코인 대유행을 넘어선 지 이미 오래다.   
 

2017년 넘어선 광풍… “정부 엄포 이제 안 속아”

 
‘단속’은 가상자산 광풍을 다룰 수 있는 현재 정부가 가진 유일한 정책 수단이다. 그나마 이것도 지난해 3월 통과된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이 지난달 시행돼 가능해졌다. 이 법 시행으로 암호화폐를 ‘가상자산’이라는 법적 개념으로 부르게 됐고, 일부 불법 행위를 금지·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그러나 이날 정부의 발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2017년 비트코인 버블을 한방에 터뜨렸던 ‘박상기 쇼크’때와는 달랐다. 2018년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암호화폐 거래를 금지하고 거래소 폐쇄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하자, 시장에선 패닉셀(공황 매도·panic sell)이 이어져 2000만원대를 상회하던 비트코인 가격이 반의반 토막이 났다.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자금세탁, 다단계 유도, 투자 사기 등 불법 행위는 당연히 단속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가상자산을 규제하는 법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는 정부 발표는 알맹이 없는 찬물 끼얹기란 것을 이제 누구나 안다”고 말했다. 

소득세는 걷는다지만…거래 기본법 감감 

 
가상자산 제도화의 첫걸음을 뗀 특정금융정보법 외에, 가상자산 관련 시행이 예정된 법은 내년 1월1일부터 적용되는 소득세법이 전부다. 가상자산으로 얻은 소득 중 250만원을 넘는 금액에 대해 20%의 세금을 걷겠다는 내용이다. 
 
거래의 규칙을 정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가상자산 거래 기본법’을 만들기 보다 처벌과 과세를 앞세우다 보니 투자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피해 볼 땐 아무런 보호도 안 해주면서 이익에는 세금을 떼냐”는 등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박성준 센터장은 “과세를 하려면 형평성이 있어야 한다”면서 “가상자산 거래를 가치 없는 범죄 행위로 취급하면서 세금부터 걷는다니 불만 폭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 전문가 구태언 변호사는 “가상자산을 규제 사각지대로 방치하기보다 거래를 양성화, 제도화해야 사기 피해를 더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가상자산 거래소.

 
21대 국회엔 가상자산 거래소의 시세 조작과 과도한 수수료 책정 등을 막고, 다단계 등 다중사기범죄 피해를 방지하는 등의 10여개 법안이 발의돼 있다. 하지만 모두 상임위원회에 계류된 채 논의다운 논의를 해보지 못한 상태다.    
 
가상자산 거래 기본법인 ‘가상자산업권법’ 발의를 준비 중인 김병욱 의원실 관계자는 “이제 해외 입법 사례를 파악하는 단계”라면서 “업계와 충분히 협의해서 법안을 내려면 단기간에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곳곳이 지뢰밭…“당정은 뒷짐”

도지코인(doge coin)

도지코인(doge coin)

 
2017년까지 암호화폐의 주인공이 비트코인이었다면 최근엔 ‘잡코인’(알트코인: 비트코인 외 가상화폐를 낮춰 부르는 말)이 대세다. 지난 17일 미국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의 트윗 한 마디에 도지코인(doge·개를 장난스럽게 부르는 말)은 가격이 수천 퍼센트 급등락했다. 이날 도지코인의 거래대금(17조원)은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14조원)을 앞질렀다. 조진석 한국디지털에셋 최고운영책임자는 지난 9일 한 세미나에서 “많은 알트코인은 어떻게 생성되고, 어떤 목적으로 쓰이는지 허위로 공시해도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문제가 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상자산 거품에 대한 시중 은행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높은 이른바 ‘김프’(김치 프리미엄) 때문이다. 국가간 시세 차익을 이용해 수익을 내고 해외로 송금하는 사례가 급증하자 은행권은 해외 송금 한도를 제한하는 등 조치에 나섰다. 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은행연합회가 자체적으로 규제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은 “가상자산 거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피해가 급증하고 있지만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여전히 제도화 논의 자체를 꺼리고 있다”며 “당이 주도하는 건 역량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송승환 기자, 김보담 인턴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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