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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방치 말고 경영, 벌채 말고 수확…숲의 가치, 정말 누리려면? (하)

산림의 노령화는 이미 심각한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의 허파'라고 부르기엔 그 기능을 못 하는 수준의 나무가 70%에 달할 정도입니다. 이산화탄소 흡수능력이 떨어지기 시작한 나무뿐 아니라 흡수를 기대하기 어려울 지경의 나무도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금은 10%의 산림만이 그런 상황이지만 10년 후엔 30%, 15년 후엔 50%, 20년 후엔 70% 넘는 나무가 탄소 흡수를 거의 못 하는 상태인 거죠.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74)



이런 가운데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압박은 이제 국제사회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가 세운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에도 단순히 배출량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산림 등을 활용한 흡수량까지 '총동원'해도 모자란 상태인데, 해외에선 "감축 목표를 더 높여라" 압박이 이어지고 있는 거죠. 지난주, 우리의 산림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가'를 알아봤다면, 이번주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살펴보겠습니다.







#인식의_전환부터

산림 노령화의 심각성을 이야기할 때마다 함께 따라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그럼 수백년된 아마존의 열대림은 허파가 아니고 무엇이냐' 자칫 무분별한 산림 훼손으로 이어지는 것 아닐까 하는 걱정에서 나오는 목소리입니다. 보전하는 것만으로도 생태적 가치를 갖는 원시림의 경우와 1970~80년대 빠른 생장만을 따져 '가져다 심은 산림'은 의미하는 바가 다릅니다. 그리고, 이러한 우려가 나오는 배경엔 벌채에 대한 인식도 한 몫 합니다.



(자료: 산림청)(자료: 산림청)




벌채와 함께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부분이 부정적인 것들입니다. 민둥산, 불법, 환경파괴 등등… 이는 실제 설문조사 결과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산림청이 공개한 벌채인식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보통 40.5%, 부정 28.3%, 긍정 25.7% 순으로 꼽혔습니다. 워낙에 개발을 위해 마구잡이로 나무를 베어내는 사례들이 곳곳에서 목격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름다운 경관과 더불어 우리에게 심리적·육체적 휴식을 주는 숲이 사라지게 되니까요.



그런데 이처럼 무분별한 베어내기도 문제지만, 무분별한 방치도 심각한 문제를 부릅니다. 과거 1970~1980년대, 민둥산을 녹색으로 바꾸기 위해 전국 각지에선 나무를 심는 운동이 활발히 진행됐습니다. 당시의 목적은 크게 한 가지로 귀결됐습니다.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이 산을 나무로 채우자. 녹음(綠陰)으로 뒤덮인 결과물을 보여주자." 그렇게 인공적인 조림 작업에서 '빨리빨리'가 가장 중요한 가치로 꼽혔죠. '산림 경영'이라는 개념 하나 없이 말입니다.



결국, 빨리 자라나는 나무를 최대한 촘촘히 심었습니다. 당장 눈앞의 '보이는 성과'는 성공적으로 얻어냈고요. 하지만 무엇이 해당 지역에 가장 적확한 나무인지, 또 각각의 나무가 올바른 생장을 하려면 어느 정도의 밀도로 심어야 하는지, 그 나무의 생태 혹은 임업 측면에서의 가치는 얼마나 되는지 등등. 장기적인 관점은 고려 대상에서 후순위로 밀려났습니다.



우리 인간의 주거와 비교를 해보면 이렇습니다. 마치 도로나 기타 생활 기반시설에 대한 고려 없이 그저 용적률을 최대한으로 높인 컨테이너식 건축물을 빼곡하게 쌓아올린 셈입니다. 빠른 시일 안에 가장 많은 가구수를 공급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그 외에 주거공간이 갖는 의미들은 아무 것도 찾지 못한 겁니다.



산림의 관리는 곧, 겉만 푸른 숲이 아닌 알맹이도 푸른 숲으로 만드는 데에 그 목적이 있습니다. 오래도록 보존해야하는 생태학적 의미가 있는 숲은 지속적으로 잘 관리해나가고, 마치 버려진 땅처럼 아무 손길조차 닿지 않은 숲엔 관리의 손길을 가져가고, 지속적으로 살아 숨쉬는 숲을 만들기 위해 생을 다 한 나무는 새로운 나무로 전환해나가는 일련의 모든 일을 의미합니다.



#가꾸지_않으면_얻는_것도_없다

과거에 이렇게 마구잡이로 심어졌던 나무들은 관리도 제대로 받지 못 했습니다. 그저 대대 손손 내려온 '선산'처럼, 개인의 재산 서류에는 존재하지만 실제 개인의 인식이나 눈, 기억에선 사라진 채 방치된 것이죠. 또, 이 나무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일이 있던 것도 아니었으니 그 누구도 시간이나 돈을 들이면서까지 손을 대지 않았던 겁니다. 설령 관리라도 좀 해보려 해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처음 민둥산에 나무를 심을 때엔 사방이 허허벌판, 걱정 없이 트럭으로 나무들을 잔뜩 실어오면 됐지만 그로부터 수십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습니다.



관리를 하려면 최소한의 임도(林道, 산림 보호나 임업 경영 등을 위해 산림 내에 설치한 도로)가 있어야 하는데, 사람이 지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산과 숲이 되어버린 겁니다. 죽은 나무는 베어내고, 생장이 좋지 않은 나무는 가지치기를 하든 관리를 해줘야 하는데 이걸 사람이 직접 지게에 이고서 옮길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분명 선산에 올라가 보면, 고속도로나 잘 닦인 도로가 바로 눈앞에 있는데 말이죠.



우리나라와 해외 임도 밀도 차이 (자료: 국립산림과학원, JTBC 뉴스 갈무리)우리나라와 해외 임도 밀도 차이 (자료: 국립산림과학원, JTBC 뉴스 갈무리)




임도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있습니다. 바로, 임도 밀도입니다. 1ha의 땅에 몇 미터의 임도가 있는지를 나타낸 것인데요, 우리나라의 임도 밀도는 일본의 4분의 1 수준입니다. 독일은 우리나라의 13배가 넘고요. 독일과 우리나라를 비교해보자면, 우리가 숲에 들어섰을 때 독일에선 평균 110m 이내에서 임도를 찾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평균 1.4km를 가야 임도를 마주할 수 있는 겁니다. 오늘날, 산림 관리의 중요성을 알아도 관리할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이유입니다.



무분별하게 촘촘한 나무들이 관리조차 안 됐을 때 나타나는 문제점은 또 있습니다. 바로 바이오매스, 이른바 '자연산 땔감'입니다. 나무가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떨어지는 잎과 가지의 양도 많아지는데, 관리 없이 쌓여가는 바이오매스는 결국 작은 산불도 큰 산불로 만드는 불쏘시개가 되고 맙니다.



쌓여 있는 바이오매스는 산불을 키우고, 부족한 임도는 진화를 어렵게 합니다. (JTBC 뉴스 갈무리)쌓여 있는 바이오매스는 산불을 키우고, 부족한 임도는 진화를 어렵게 합니다. (JTBC 뉴스 갈무리)




산불을 키우는 것도, 그러한 산불을 끄기 어렵게 만드는 것도 모두 산림에 대한 관심과 관리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관리 없이 빼곡하게 심은 나무들은 계속해서 땅 위에 바이오매스를 떨어뜨리고, 그 빼곡한 숲엔 물탱크 차 1대도 들어갈 틈도 없는 거죠. 결국 산불이 발생할 때마다 산불진화대원들은 각자 등에 통을 짊어지고 불길을 마주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무는_많은데_나무가_없다?



(자료: 산림청)(자료: 산림청)


'그래도 이렇게 나무가 많으니 목재 걱정은 하지 않겠구나'라고 생각하기 쉽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2019년 기준, 국내 총 원목 이용량은 724만㎥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이중 국산 원목의 비중은 60%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또, 업종별로는 일반제재로 쓰이는 목재의 대부분이 수입산입니다. 용도별로 따져보면, 건축 내·외장재로 쓰이는 목재는 대부분 수입산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2020년 기준, 원목 자급률은 61%, 목재 자급률은 15%에 불가한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만일, 30~40년 전, 그저 빨리 자라는 나무만 심은 것이 아니라 목재로서의 가치도 인정받는 나무를 심었다면, 지금의 울창한 숲은 그저 겉만 울창한 것이 아니라 속도 울창한 숲이었을 겁니다. 자연스레 나무가 더 잘 자랄 수 있도록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기도 했을 테고요.



이렇게 무관심 속에 심각해져가는 산림 노령화 문제는 사실 나무만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우리나라의 임가 현황 (자료: 산림청)우리나라의 임가 현황 (자료: 산림청)




나무와 함께하는 사람들의 수가 줄어들뿐더러 이들도 마찬가지로 고령화 문제를 겪고있는 겁니다. 나무와 함께 살아가며 나무에 대해 고민하는 임가의 가구수는 2017년 8만 4천여 가구에서 2019년 8만여 가구로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습니다. 인구수는 같은 기간 19만 5천여명에서 17만 8천여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이들 임업인구의 평균연령은 65.8세에 이릅니다. 임가소득이 아무리 증가 추세라고 하더라도 다른 농가나 어가대비 소득이 낮다보니 자연스레 새로운 임가인구의 유입이 적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죠.



한국형 산림경영 모델 (자료: 산림청)한국형 산림경영 모델 (자료: 산림청)




지금이라도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많은 전문가들은 산림경영(Forest Management)에서 답을 찾고 있습니다. 잘 심고, 잘 가꾸고, 잘 베고, 잘 쓰고. 이러한 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러한 개념에 거부감과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어찌 보면, 이러한 개념에 쓰이는 단어들은 이 거부감을 더 부추기는 요소로 작용할지도 모르겠습니다.분명 'Management'라고 할 때엔 말 그대로 '관리' 혹은 '가꾸기'의 느낌이 잘 살아나는데 '경영'이라고 하면 과도한 이익을 추구하거나 무언가를 과용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으니까요. '베다'라는 표현 역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때엔 부정적인 상황이 떠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이러한 선순환의 궁극적인 목적은 겉만 푸른 숲이 아닌 그 알맹이도 푸른 숲을 만드는 데에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일부 전문가들은 위의 산림경영의 선순환 구조에서 '베다'라는 표현을 '수확하다(Harvest)'로 바꾸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설명을 하기도 합니다. 벤다는 표현에서 오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본래의 의미를 압도하기 때문입니다.



#자발적_참여가_관건

우리나라 산림의 66%는 사유림입니다. 아무리 정부가 국유림에 대한 각종 대책들을 내놓더라도 시민들의 직접적인 참여 없이는 유의미한 변화와 성과를 기대할 수 없죠. 때문에 정부는 올해가 탄소중립으로 향하는 원년인 만큼, 보다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2021년 산림 예산 개요 (자료: 산림청)2021년 산림 예산 개요 (자료: 산림청)




올해 산림 예산은 총 2조 528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천억원 가량 늘었습니다. 특히 임도 시설에 들어가는 예산은 지난해보다 15% 늘어났고, 산림사업 종합자금 예산은 34% 늘었습니다. 부문별로는 산림재해 대응 및 생태계 보전, 미세먼지 대응, 국제협력 및 R&D 부문의 예산이 크게 늘었습니다. 시민사회의 자발적인 산림경영 참여를 높이고, 지금의 산림을 지켜내고, 효율적이고도 효과적인 산림경영을 고민하는 데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지는 겁니다.



그렇다고 앞뒤 따지지 않은 무분별한 지원은 피해야겠죠. 정확한 산림경영률을 평가할 시스템도 뒤따라야 합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2021 산림·임업 전망을 발표한 자리에서 "산림경영률의 평가와 보고를 위한 MRV 체계가 수립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간의 산림관리가 그저 양적 측면에서 사업을 얼마나 시행했는지에 집중됐다면, 앞으론 질적 측면에서 '산림사업의 효과성'에 중점을 둬야한다는 겁니다.



스마트 산림탄소 관리시스템 구축안 (자료: 국립산림과학원)스마트 산림탄소 관리시스템 구축안 (자료: 국립산림과학원)




이러한 예산 지원 측면 외에도 이미 우리가 갖고있는, 현재 자리잡은 시스템을 잘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바로, 배출권 거래시장에 사유림 소유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2015년 문을 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은 올해로 1기(2015~2017년)와 2기(2018~2020년)를 지나 3기에 접어들었습니다. 배출권을 거래한다는 새로운 개념에 대한 '허니문' 기간은 끝났고, 본격적인 시장의 역할을 기대해야 하는 시점인 것이죠.



자신이 잘 가꾼 숲으로 배출권을 거래시장에 판매할 수 있게 된다면. 자신이 갖고 있는 산을 개발하거나 작물을 재배하지 않고도, 그저 그 숲을 진정한 '푸른 숲'으로 가꾸기만 해도 수익을 낼 수 있다면. 전국 산림의 66%에 해당하는 개인 소유 산림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자연스레 사람들은 자신이 갖고 있던 산림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사유림은 다시 생기를 되찾을 것이고, 소유주는 관리한 노력의 대가를 얻어갈 것이며, 그로 인한 산림의 효과는 우리 모두가 감사히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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