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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힘 빼겠단 경고"…靑 방역기획관 임명에 의료계 우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질병관리청장)이 1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 점검회의 비대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질병관리청장)이 1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 점검회의 비대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청와대 개편을 단행하며 신설한 방역기획관 자리에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를 발탁한데 대해 의료계와 정부 안팎에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이어지고 백신 공급난이 심각한 와중 청와대에 전문적인 식견을 더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의견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힘을 빼는 ‘옥상옥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청와대 방역기획관은 코로나19 방역 정책과 백신 접종 업무를 총괄한다. 그간 사회정책비서관이 맡아온 방역 관련 업무를 앞으로는 방역기획관이 맡게 된다. 
 
기 기획관은 예방의학 전문가다.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자문기구인 생활방역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해왔다. 지난 2월 생활방역(0단계)과 1ㆍ2ㆍ3단계로 구성된 새로운 거리두기 체계 초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번 인사에 대해 김윤 서울대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지금 질병관리청이 제대로 힘을 쓰는 것이 아니다. 질병청 조직의 문제, 질병청에 권한을 다 내주지 않는 복지부의 문제, 또 뒷짐지고 있다가 사고가 생기면 책임만 질병청에 떠넘기는 다른 부처의 문제 등이 원인이다”라며 “방역기획관이 가서 제대로 역할을 한다면 이런 부조화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예방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1년 3개월 이상 이어졌는데 너무 늦었다”라며 “대통령 지근거리에서 방역정책의 맥을 짚어주고 문제점을 직언해줄 인사가 절실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청와대 방역 정책에 목소리를 내줬으면 좋겠다”라고 기대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가 지난 2월 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을 위한 2차 공개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가 지난 2월 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을 위한 2차 공개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방역정책을 결정할때 질병청과 소통하면서 대통령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보좌하는 방역기획관은 진작 있었어야 한다”면서도 기 기획관 발탁에 대해선 “대단히 잘못된 인사”라고 비판했다. 
 
그는 “기 교수는 과학적이고 의학적인 근거와 원칙에 의해 방역 정책을 조언한 게 아니라 정부가 내놓는 정책을 정당화시키는 근거만 만들어냈다”며 “정부 방역 정책에 대해 잘한건 잘했다, 잘못한건 잘못했다 해야 하는데 비판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방역기획관을 선정한다면 백신 확보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인사여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최재욱 고려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방역기획관 자리 하나 만든다고 해결되는게 아니다. 대통령이 안된다면 총리 산하에라도 명망있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과학적인 방역 자문위원회를 꾸려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매번 비밀리에 자문단 회의를 했다면서 명단 공개도 하지 않는데, 그게 무슨 자문회의냐”라며 “다른 나라는 명단을 모두 공개하고 전문가들도 발언 공개를 전제로 소신있게 이야기한다. 그것부터 먼저 해야지 자리 하나 만든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의료계 내부에선 기 기획관이 코로나 사태 내내 했던 비과학적이고 정치적인 발언으로 반발이 심하다. 청와대가 질병청에 단 한번도 방역ㆍ백신 관련 전권을 쥐어준 적도 없으면서 방역기획관을 그 위에 앉혔다. 결국 옥상옥이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내부에서도 걱정스런 반응이 쏟아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이번 인사를 정은경 청장과 질병청에 대한 불신임과 경고로 여기고 있다”라며 “질병청 의견을 제대로 들어준 적도 없는데 책임만 묻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상 청와대에서 모든걸 틀어쥐고 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야당은 기 기획관의 남편이 지난해 총선에서 경남 양산갑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던 사실을 짚으며 ‘보은 인사’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황규환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17일 ‘자질부족, 정치편향의 기모란 방역기획관을 임명철회하고, 근본적인 백신확보에 더욱 매진하라’ 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기 기획관은 전문가로서의 자질이 의심되고, 정치적 편향성도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황 부대변인은 기 기획관을 가리켜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코로나19 확산은 광복절 집회’ 때문이라며 전문가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진영논리를 보여줬다”라고 비판했다 또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구매를 급하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 ‘다른 나라에서 먼저 접종하는 게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고마운 것이다’라며 국민 불안은 안중에도 없이, 백신확보에 무능했던 정부를 일방적으로 옹호하기 위해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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