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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유산이라서? 값 오르는데 해외 광산 손절해버린 정부

정부가 국내 공기업의 재무 개선을 목적으로 해외광산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주요 원자재 가격이 꾸준히 오름세를 타고, 주변국이 해외 자원개발에 팔을 걷어붙이는 상황에서 한국만 서두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광물종합지수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광물종합지수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18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최근 칠레 산토도밍고 구리광산을 매각했다. 2011년 인수 이래 투자한 금액은 약 2억4000만 달러. 그런데 1억5000만 달러 가량을 받고 넘겼다. 투자 원금의 3분의 1 이상을 날리고 ‘손절’한 셈이다.
 
‘헐값 매각’ 논란이 나오고 있지만, 정부의 의지는 단호하다. 과거 정부의 무리한 자원외교로 공기업인 광물공사의 부실이 심각해졌고, 이들 광산의 채산성도 알려진 것보다 나쁘다는 게 매각 이유다. 정부 관계자는 "해당 광산은 그동안 탐사를 마치고 초기 개발단계였으나, 공사가 개발 비용을 더 투입해야 할 여력이 없어 지분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이번 칠레 광산 매각은 문재인 정부의 해외 자원개발 정책의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주무 부처인 산업부는 이외에도 광물공사가 보유한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ㆍ코발트 광산, 멕시코 볼레오와 파나마 코브레파나마 구리 광산, 호주 와이옹 유연탄 광산 등의 매각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자원개발 업계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현 정부가 ‘MB 유산’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해외 자원개발의 부정적 측면만 유달리 부각한다는 것이다. 매수자와 ‘흥정’도 하기 전에 광산을 팔겠다고 먼저 공언한 터라 시장에서 값을 더 높여 받기도 힘들어졌다.  
 
특히 최근에는 주요 광산의 자산가치가 재평가를 받고 있다. 주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다. 철ㆍ동ㆍ니켈ㆍ아연 등 산업적 중요도가 높은 15개 광물의 가격을 지수화한  ‘광물종합지수’는 15일 2092로 2016년 1월(1000)에 비해 2배 이상으로 올랐다. 니켈ㆍ코발트 등은 전기차ㆍ스마트폰 배터리 등에 쓰이는 4차 산업혁명 핵심 소재고, 다른 광석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 한국은 이들을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안정적인 확보 전략이 필수적이다. 광산 매각보다는 보유가 장기적으로 득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美·中·日은 자원개발 적극적인데, 한국은 역주행 

주변 나라는 우리와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해외자원개발 기업 인수합병(M&A)이나 지분 인수에 107억 달러(약 12조원)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돈을 퍼부었다. 일본은 지난해 해외자원탐사 예산으로 1960만 달러를 투입했는데, 이는 2016년(650만 달러) 대비 3배 이상으로 늘어난 금액이다.  미국 역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희토류 확보 방안 마련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정권을 초월해 핵심자원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모두 주요 자원 보유국들의 원자재 무기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공기업의 해외 자원개발사업 투자액.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공기업의 해외 자원개발사업 투자액.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반면 한국은 역주행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에너지ㆍ자원 공기업의 지난해 해외 자원 개발 투자액은 7억1300만 달러로 2011년(70억3100만 달러)의 10분의 1 수준이다.
 
사실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을 처음 수립해 정부가 해외 자원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김대중 정부 때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러시아ㆍ브라질ㆍ칠레 등 17개국을 순방하며 자원외교에 적극 나섰다. 광물공사가 팔려고 하는 암바토비ㆍ볼레오 광산의 투자 결정도 노무현 정부 때 이뤄줬다.
 
익명을 요구한 자원개발 업계 관계자는 “물론 이명박 정부 시절 해외 자원개발 사업이 과열됐고, 일부 사업은 경제성과 투명성에 흠결이 있었음을 묵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하지만 그렇다고 해외 자원개발을 무조건 ‘적폐’로 낙인찍고, 당장 성과가 나지 않는다며 주요 광산을 처분하는 것은 성급한 처사”라고 말했다.  
 
특히 자원은 없고, 기술로 먹고살며, 대외 충격에 취약한 한국에 안정적인 원자재 확보는 생존의 문제다. 이런 점에서 해외 광산의 옥석을 가리되, 부득이 매각해야 한다면 전략적 시기를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자원개발 전문가인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해외 자원개발은 10년~30년은 지나야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초장기 정책이기 때문에 특정 시점에 성패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강 교수는 이어 “지금처럼 정권에 따라 해외 자원개발 정책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다 보면 독립적인 의사결정은 힘들어지고, 그간 쌓아온 인적역량이나 네트워크가 무너진다”면서 “과거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해외 자원개발 노하우를 얻은 만큼 이젠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긴 호흡의 해외 자원개발 정책을 수립할 때”라고 강조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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