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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도체 투자 당장 해야, 중국 눈치 볼 필요 없어”

[SUNDAY 인터뷰]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삼성전자 사장과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진대제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 대표가 3월 30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반도체 산업이 흔들린다’는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진 장관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한국을 도울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뉴스1]

삼성전자 사장과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진대제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 대표가 3월 30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반도체 산업이 흔들린다’는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진 장관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한국을 도울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뉴스1]

지난 12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삼성전자 등 세계 주요 반도체 관련 기업 19곳을 백악관으로 불러 모았다. ‘랜선’을 통한 화상 회의였지만,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GM·포드 등 미국의 완성체 업체는 물론 한국·독일 등지의 주요 업체가 공장 가동을 중단했거나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이 참석했다.
 

반도체 패권 전쟁 속 한국 전략은
미·중 사이서 줄타기 외교 한계
중국 손잡는다고 한한령 안 풀어

미, 중국 견제하는 4~5년이 기회
기술 초격차 유지해 치고 나가야
정부, 우수한 기술인력 육성 중요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국적과 관계없이 ‘반도체 가치 동맹’(AVC·Alliance Value Chain)을 만들어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반도체 공급망을 재정비해 미국 등 세계를 상대로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미국 투자를 늘려 달라고 요구했다. “상원의원 23명과 하원의원 42명으로부터 반도체 투자를 지지하는 서한을 받았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투자 요청을 받아 든 삼성전자는 고민에 빠졌다. 삼성전자 전체 반도체 매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가 넘는 만큼 이날 회의에 대한 ‘화답’을 해야 하는데, 중국 또한 주 고객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20%에 이른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중국의 눈치도 봐야 하는 셈이다. 그런데 이날 회의에 함께 초대받은 대만의 파운드리 TSMC는 14일 중국 고객사와의 거래를 끊겠다고 밝혔다. 백악관 반도체 회의에 대한 화답이다. 이에 대해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고민할 것 없이 미국에 화답하고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탄탄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 전 장관은 14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동안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해 왔는데 한계에 이른 것 같다”며 “한국 정부뿐 아니라 국민도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결정을 할 때가 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이 기회”라고 강조했다. 진 전 장관은 미국 휴렛팩커드 연구원, IBM 왓슨연구소 연구원을 지내고 이후 삼성전자에서 15년 동안 일하며 세계 최초의 64메가 D램, 128메가 D램, 1기가 D램 개발을 지휘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신임을 받아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제9대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냈다. 다음은 진 전 장관과의 일문일답.
 
12일 화상 회의는 결국 미국 본토 투자 압박이다. 한국으로선 중국 눈치도 봐야 하지 않나.
“한국 반도체는 이미 이전에도 샌드위치였다. 현재 반도체는 근본적으로 부족하다. 미국은 중국에 반도체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중국이 최첨단 제품 생산을 못 만들게 하는 거다. 중국이 반도체 생산을 하지 못해 생긴 부족분은 미국에 투자해서 미국에서 만들라는 거다. 한국 기업 입장에선 미국에 가서 만들면 된다. 미국에 공장을 지으면 한국에서 기술자가 파견을 나간다. 미국에 공장을 짓는 것이지만 그 또한 일자리 창출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한국 입장에선 중국을 마냥 무시할 수도 없다.
“외교 전략 중에 가장 좋은 것이 ‘모호성’이다. 나는 누구와 친하고 누구와 적이다, 라는 구분을 확실히 하지 않는 것이 외교상으로는 가장 좋다. 현재 상황은 한국 반도체 기업의 대응을 넘어서 국가의 방향이 무엇인지를 정해야 할 때다. 미국과 동맹 관계가 중요한지, 중국과 전략적 협력관계가 중요한지 정해야 한다. 지금까지 줄타기를 잘해 왔는데 한계에 이른 것 같다. 한국 정부뿐 아니라 국민도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결정을 할 때가 온 거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태도를 정확히 해야 한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지금이라도 빠르게 미국과 동맹 관계를 확고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미국이 반도체 설비 투자를 해달라고 한다? 그럼 당연히 해야 한다. 이것저것 생각할 거 없다. 당장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중국과 손을 잡는다면 자칫 중국의 속국이 될 수 있다. 미국을 외면하고 중국 손을 잡는다고 해서 중국 정부가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같은 제재를 풀어줄 거 같나. 그럴 리가 없다고 본다. 국민이 이런 뜻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정부가 방향을 잡을 수 있다.”
 
정부가 중국을 외면하고 미국 쪽으로 정책 가닥을 잡을 수 있다고 보나.
“왜 안 되나? 위급한 상황이 닥친다고 보자. 중국에서 무슨 도움을 받을 수 있겠나. 중국은 북한과 혈맹관계다. 중국이 한국을 도울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국과 1대 1로 맞붙은 나라들을 보면 전부 힘들어하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는 중국이 반도체가 필요하면 한국에서 사 가면 되는, 그 정도면 된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 지금 이 상황이 기회가 될 수 있을까.
“물론이다. 좋은 기회다. 미국에서도, 중국에서도 자국에 투자해 달라고 하는데 한마디로 ‘귀하신 몸’이 된 거 아닌가. 이럴 때일수록 우리 할 일을 잘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반도체 기술의 초격차를 유지해서 경쟁 우위에 있어야 한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해주는 이 기간이, 4~5년 정도가 우리가 치고 나갈 수 있는 기회다. 중국이 한국에서 두려워하는 것이 딱 두 가지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올레드)와 반도체뿐이다. 그런데 올레드는 이미 중국이 다 쫓아왔다. 반도체 하나 남았다. 반드시 지켜야 한다.”
 
미국을 비롯해 중국, 대만 등은 정부가 반도체 육성에 적극적이다. 반면 한국은 민간기업이 ‘알아서 하는’ 분위기다. 한국 정부가 어떤 지원을 해야 한다고 보나.
“국내에 투자하라는 압박을 하지 않는 것이 돕는 거다. 미국에서, 중국에서 투자하라고 압박인데 국내 투자까지 요청한다면 그야말로 삼중고를 겪게 된다. 외교 문제를 만들어서 반도체 업체가 필요한 소재나 부품 구매가 어려워지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인력 육성에 힘써서 환경 조성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기술 개발도 결국 우수한 인력이 있어야 하는 거다. 노사 문제 발생으로 공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게 뒷바라지를 해주는 것도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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