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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외치더니…'검수완박' 이끈 친문 핵심이 與원내대표

윤호중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는 16일 강성 친문(親文) 당원들, 이른바 문파 문제에 대해 ″당원들께서 한번 숙고하시고 판단해달란 요청을 이미 드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윤호중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는 16일 강성 친문(親文) 당원들, 이른바 문파 문제에 대해 ″당원들께서 한번 숙고하시고 판단해달란 요청을 이미 드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도로 친문 당이 됐다.”

 
16일 174석 거여(巨與)의 새 원내대표에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4선)이 선출된 것에 대해 민주당 일각에서 나온 평가다. 4·7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당 주류 책임론이 일었지만, 국회 법사위원장을 지내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앞장서 온 ‘친문 핵심’ 윤 원내대표가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기 때문이다. 이날 윤 원내대표는 총 169표 가운데 104표(61.5%)를 얻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정견발표에서 “검찰개혁, 언론개혁 등 많은 국민들이 염원하는 개혁 입법을 흔들리지 않고 중단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이 법사위원장 자리에 누가 앉아있다는 것이 무슨 관심이겠나”라며 자신의 원내대표 당선으로 공석이 되는 법사위원장 재배분 문제가 쟁점이 될 거란 관측도 정면 반박했다.
 

사그라든 자성론, 안으로 굽는 친문

재·보선 이후 민주당에선 전방위적인 자성론이 나왔다. 초선 의원 5명(오영환·이소영·장경태·장철민·전용기)은 지난 9일 “(패인은) 민주당의 착각과 오판에 있었다”고 했다. 이어 중진 의원 6명(변재일·이상민·안민석·노웅래·안규백·정성호)도 전날 “자기 생각과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에 대해서는 불문곡직하고 적대시하는 건 당의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라며 극성 친문 당원을 비판했다. 소위 ‘문파’로 대표되는 당심과 일반유권자의 민심 괴리를 경계하는 목소리였다.
 
86그룹 박완주 의원은 자성론을 폈는데 투표의원 169표 중 65표를 얻었다. 이에 "초선 의원 중 막판에 꽤 많은 표가 박 의원으로 이동한 것"(한 당직자)이란 해석이 나왔다. 오종택 기자

86그룹 박완주 의원은 자성론을 폈는데 투표의원 169표 중 65표를 얻었다. 이에 "초선 의원 중 막판에 꽤 많은 표가 박 의원으로 이동한 것"(한 당직자)이란 해석이 나왔다. 오종택 기자

원내대표 선거전까지만 해도 윤 원내대표의 강성 이미지에 부담을 느낀다는 의원도 여럿 있었다. 윤 원내대표는 지난해 7~8월 법사위원장으로 부동산 임대차 3법 단독 처리를 이끌었다. 보궐선거에선 “거짓말하는 (오세훈) 후보는 쓰레기”라고 해 막말 논란을 빚었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국민들에게 오만한 민주당을 각인시킨 사건들이었다. 스스로 반성했다면 안 나왔어야 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우려가 정작 표로는 연결되지 않았다. 선거 패배 후 외려 친문 구심력이 강해진 탓이다. 친문 초선 의원은 “친문이 주도해서 이끌어야 당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기류가 며칠 사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경선 상대인 박완주 의원(3선)보다 윤 원내대표의 역량이 뛰어나 당선됐다는 해석도 있다. 수도권 중진 의원은 “윤 원내대표의 법안 단독처리는 그가 역할에 충실하고 추진력도 있단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 초선 의원은 “두 후보의 체급 자체가 달랐다”고 말했다.
 
캐스팅보트로 기대됐던 81명에 달하는 초선 의원들이 윤 원내대표와의 개인적 인연에 쏠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 원내대표는 21대 총선에서 공천관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공천에 관여했다. 서울의 한 초선 의원은 “윤 원내대표가 공천부터 지금까지 각별히 초선들을 챙겼다. 보은까진 아니어도 길을 막아선 안 된다는 기류가 있었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초선 의원은 “초선 사이에서 윤 원내대표는 잘 알려져 있던 반면, 박 의원이 생소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민심·당심 더 괴리될 것”

윤 원내대표의 당선 직후 민주당 내부에선 당 결속력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왔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우리 내부의 분열주의적 기류를 억제하며 서로를 아끼고 존중해야 한다”며 “개인을 내려놓고 민주당의 깃발 아래 하나가 되자”라고 적었다. 최고위원에 출마한 친(親)조국 성향 김용민 의원은 “민주당의 주인은 결국 당원”이라고 말했다. 쇄신보단 친문 당원 중심의 통합에 무게를 둔 발언이었다.
 
윤호중 원내대표(왼쪽)은 21대 총선에서 사무총장, 공관위 부위원장으로 공천에 관여했다. 사진은 지난해 1월 '영입인재 1호'인 최혜영 의원(가운데)에게 파란 목도리를 선물하는 모습. 오른쪽은 이해찬 대표. 김경록 기자

윤호중 원내대표(왼쪽)은 21대 총선에서 사무총장, 공관위 부위원장으로 공천에 관여했다. 사진은 지난해 1월 '영입인재 1호'인 최혜영 의원(가운데)에게 파란 목도리를 선물하는 모습. 오른쪽은 이해찬 대표. 김경록 기자

친문 결집 기류는 5·2 전당대회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친문 당원들이 ‘친문’으로 자처하는 홍영표 당 대표 후보와 강병원·김영배 최고위원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거란 관측도 나온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윤 원내대표의 낙승이 권리당원에겐 ‘우리 방향이 옳다’는 신호가 됐다. 친문 주자로 응집력이 강해질 것”이라며 “민심과 당심이 괴리되는 현상은 더 심해질 거로 본다”고 말했다.
 
일사불란한 친문 기조가 차기 대선에선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86그룹의 한 중진 의원은 “당장 법사위원장 배분 문제부터 야당이 공세를 펼 텐데, 선거에 패배한 정당이 다시 법사위원장 독식하는 모습을 국민들이 뭐라 생각하겠나”라며 “그런 실망들이 모이면 대선 때 백약이 무효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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