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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동문시장·포항 죽도시장 “日오염수가 지역 숨통 끊는다”

14일 오전 경북 포항시 죽도어시장에서 방문객들이 수산물을 둘러보고 있다. 김정석 기자

14일 오전 경북 포항시 죽도어시장에서 방문객들이 수산물을 둘러보고 있다. 김정석 기자

"오염수" 한 마디에 눈빛 싸늘해진 상인들

지난 14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죽도어시장. 동해안의 최대 수산물 유통 현장답게 평일 오전인데도 방문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죽도시장은 횟집이나 수산물 유통·가공 종사자 3만여 명이 일하는 곳으로 연간 약 1조원 규모의 수산물이 유통된다.
 
상인들은 이날 후쿠시마(福島)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한 물음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지난 13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사고 이후 발생한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한데 대한 불만이었다. 상인 대부분은 “일본이 말도 안 되는 짓을 한다”며 혀를 끌끌 찼다. 일부 상인은 심한 욕설을 하기도 했다.
 
상인 정재욱(25)씨는 “안 그래도 코로나 때문에 장사가 안되는데 원전 오염수 불안까지 겹쳐 타격을 입지나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허창호 죽도시장상인연합회장은 “원전 오염수가 끼치는 영향이 미미하더라도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지역 어민들도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포항에선 1361가구 5000여 명에 달하는 어업인구가 활동 중이다. 전국 대게 생산량 57%, 문어 생산량 23%, 과메기 생산량 90%로 연간 수산물 위판금액이 2000억원에 이른다. 임학진 포항수협 조합장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우리 바다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14일 오전 경북 포항시 죽도어시장에서 한 상인이 생선을 판매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14일 오전 경북 포항시 죽도어시장에서 한 상인이 생선을 판매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지자체들 일본 규탄 입장문 잇따라 발표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전국 곳곳이 들끓고 있다. 특히 바다와 접해 있는 지자체들은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 이후 일제히 반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수산물에 대한 소비심리가 위축될 경우 지역 경제에도 막대한 타격을 준다”며 걱정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지자체들이 걱정하는 원전 오염수는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당시 폭발한 후쿠시마원전의 녹아내린 원자로 격납용기 내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뿌렸던 물이 쌓인 것이다. 여기에는 방사성 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어 “오염수 탓에 수산물이 방사능에 오염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포항시는 지난 14일 입장문을 내고 일본 정부에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 철회를 촉구했다. “후쿠시마 원전수 방류로 수산물 품질을 보장하지 못할 경우 전 국민 건강에도 큰 걱정이 될 뿐만 아니라 전국 수산물 생산량에 상당히 기여하는 도시로서 국민 안전이 우려된다”면서다.
 
지난 14일 오후 제주동문시장내 수산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생선을 고르고 있다. 이날 상인과 시장을 찾은 시민들은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결정에 큰 분노를 드러냈다. 최충일 기자

지난 14일 오후 제주동문시장내 수산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생선을 고르고 있다. 이날 상인과 시장을 찾은 시민들은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결정에 큰 분노를 드러냈다. 최충일 기자

‘바닷가 도시들’ 덮친 日 원전 오염수 불안 

오규석 부산 기장군수는 지난 14일부터 부산 동구에 위치한 일본 영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오 군수는 “일본 정부는 오염수에 대한 모든 자료와 정보를 전 세계에 투명하게 공개하라”며 “방사능 오염수 처리 방안에 대해 국제사회로부터 과학적·객관적 검증을 받아 안전성을 확보하라”고 촉구했다.
 
송철호 울산시장도 성명서를 냈다. 송 시장은 “일본 정부 결정은 지구촌 전체 해양환경 보호, 울산을 포함한 태평양 연안 도시들의 생명권 확보를 위해서라도 절대 강행해서는 안된다”며 “일본 지역 자매·우호협력 도시들에 일본 정부 결정 철회를 요구하는 서한문을 발송할 것”이라고 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는 해양환경 오염은 물론 시민의 건강과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중앙정부와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단호하고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오규석 기장군수가 14일 오후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에서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방류 결정 철회 촉구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오 군수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은 제2의 임진왜란이다. 전 국민이 의병 되어 결사 항전의 각오로 일본 정부와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오규석 기장군수가 14일 오후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에서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방류 결정 철회 촉구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오 군수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은 제2의 임진왜란이다. 전 국민이 의병 되어 결사 항전의 각오로 일본 정부와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 역시 걱정이 크다. 15일 오전 제주 동문 시장에서 만난 상인 김모(60)씨는 “아직은 제주 바다에 문제가 없으니 안심하고 구입해도 된다고 손님들에게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바다를 공유한 인접국과 국민에 대한 폭거로 엄중 규탄한다”며 강력 대응을 시사했다.
 
경남도도 반발하고 나섰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방류 결정 철회를 요구했다. 김 지사는 “일본 정부의 결정은 국제사회는 물론 가장 가까운 한국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내려진 결정으로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병수 울릉군수는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출은 중국어선 북한해역 오징어 싹쓸이 조업과 함께 울릉도 어민들의 삶의 터전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14일 오후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협중앙회와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 등 수산단체 관계자들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해양방출 결정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오후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협중앙회와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 등 수산단체 관계자들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해양방출 결정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응 TF 구성에 대사관·영사관 앞 시위도

경북도는 원전 오염수에 대응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방사능 전문가·수산안전 전문가·해양환경전문가 등이 참여한 민·관 합동 안전대응 TF다. 오염수 내 방사성 물질의 해역 유입을 집중적으로 감시한다. 이와 함께 현재 1대인 수산물 방사능 검사 장비를 3대로 늘리고 해역 방사능 감시 지점 중 동해안 권역 10개 지점을 20개로 확대해 줄 것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오염수 방출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에 일본산 수산물 전면 수입금지, 방사능 유입 해역 감시 지점 확대를 적극적으로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학생기후행동 회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건물 앞에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 방출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대학생기후행동 회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건물 앞에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 방출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반발 움직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14~15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등에서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가 열린 데 이어 계속해서 집회가 예정돼 있다. 제주도 수협조합장협의회 등 제주 어업인 단체들은 16일 제주시 노형동 일본총영사관 앞에서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를 연다.
 
포항·창원·안동·제주·부산·울산=김정석·위성욱·김윤호·최충일·이은지·백경서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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