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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요금 동결, 빚내 운행” 환승할인서 빠진다는 마을버스

‘6년간 요금동결, 환승하면 336원’

14일 오전 서울 광진구의 한 마을버스 전면에 붙은 현수막에 적힌 문구다. 현수막에는 오는 ‘6월 1일부터 운행을 중단하고, 환승 체계에서 탈퇴하겠다’는 내용도 있었다.
 
하루 전인 지난 13일에는 마을버스 운수종사자협의회 회원들이 서울시청 후문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이 든 피켓에는 ‘시의원님, 시장님. 마을버스 달릴수록 손해 보니 더는 운행 못 합니다. 대책을 마련해주세요’라는 내용이 적혔다. 우리 동네 마을버스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요금동결에 코로나까지…“빚내서 운행” 

14일 서울 시내 한 마을버스 전면에 마을버스 요금인상과 재정지원금 인상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허정원 기자.

14일 서울 시내 한 마을버스 전면에 마을버스 요금인상과 재정지원금 인상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허정원 기자.

서울 마을버스 업계가 서울시에 강경 대응을 선언하고 나섰다. 장기간 동결된 대중교통 요금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쳐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민영으로 운영되지만, 노선 조정, 요금 인상 권한은 지방자치단체에 있는 만큼 자율적으로 적자를 개선할 방법이 없어 ‘사면초가’에 몰렸다”고 주장한다. 서울시가 지난해 240억원의 예산에 더해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해 지원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강남 10번 마을버스를 운행하는 고금열 새롬교통㈜ 대표이사는 “수년째 요금이 동결된 된 데다 코로나19로 재정 지원받는 회사도 늘었는데 올해 시의 마을버스 지원 예산은 지난해와 똑같은 230억원 수준”이라며 “사주들이 빚을 내서 운행을 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 대표는 “기사 채용이 어렵다 보니 신참 기사들이 많이 와 보험료도 올랐다”며 “인건비를 못 주면 노동청에 신고되는데, 운행률도 함부로 낮출 수 없어 옴짝달싹 못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요금 인상·지원 확대 둘 중 하나는 해야”

13일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후문 앞에서 마을버스 운수종사자협의회가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허정원 기자.

13일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후문 앞에서 마을버스 운수종사자협의회가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허정원 기자.

 
서울시 마을버스운송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월별 마을버스 이용 승객은 적게는 7.2%에서 많게는 40.5%까지 줄었다. 승객 감소 여파로 수입액도 적게는 4.9%에서 많게는 40.6%까지 감소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임금이 밀린 마을버스 기사는 약 600여명, 체불액은 16억원 규모다. 업체가 스스로 낸 대출금은 311억원에 달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마을버스 업계는 ‘서울시가 요금을 인상하든, 지원 금액을 늘리든 둘 중 하나는 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마을버스 운수종사자협의회 관계자는 “더는 시가 복지부동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마을버스 일반 요금은 2015년 900원(교통카드 기준)으로 오른 뒤 6년째 동결된 상태다. 어린이(300원), 청소년(480원)은 14년째 오르지 않았다는 게 마을버스 업계의 설명이다. 
 
시내버스의 경우 실적에 따라 시가 수익을 나누고 적자도 보조해주는 ‘준공영제’로 운영되지만, 마을버스는 민영으로 운영되면서도 요금인상, 노선조정 권한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2004년에는 수도권 통합환승 할인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환승 승객 1명에게 받는 요금은 평균 336원 수준까지 낮아졌다.
 

市 재정도 한계…구청도 ‘나 몰라라’

지난 3월21일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본청. [중앙포토]

지난 3월21일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본청. [중앙포토]

 
서울시도 그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성국 서울시 경영지원팀장은 “운전기사 인건비, 연료비 등을 포함해 버스 1대당 일 45만7000원의 운송원가를 채우지 못하는 기업에 대해 지난해 총 260억원(적자업체 지원 230억원)을 지원했다”며 “지난해에는 하반기 추가경정예산(코로나 특별지원)을 통해 110억원을 추가로 편성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로나로 지원 대상 업체가 크게 늘면서 시 재정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7~11월 재정지원 금액의 30%를 각 구청이 분담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지원 조례가 마련되지 않는 등 문제로 서대문, 강남, 강동구 외에는 제대로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문현 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은 “사실상 재정지원이 30% 줄어든 것과 다름없다”며 “지원을 한 구청도 재정지원 명목이 아닌 재난지원금이어서 일회성”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재정지원 기준이 되는 운송원가도 41만1000원으로 낮아져 지원 대상도 좁아졌다는 게 마을버스 업계의 설명이다.
 

내년엔 지방선거…요금인상 또 좌초할까

오세훈 시장이 지난 8일 서울시의회를 방문,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과 만나 기념촬영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시장이 지난 8일 서울시의회를 방문,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과 만나 기념촬영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 안팎에선 올해 교통요금이 인상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마을버스뿐만 아니라 지하철 요금 또한 6년째 동결되면서 서울교통공사의 당기순손실 규모가 지난해 1조1137억원으로 급격하게 커진 탓이다. 황보연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지난해 10월 서정협 권한대행이 (요금인상을 놓고) 의회 설득에 나섰으나 결국 무산됐다”며 “의회가 실질적인 열쇠를 쥐고 있는 만큼 조율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 6월에는 지방선거가 예정된 데다 코로나19로 서민 경제가 빠듯해진 상황에서 요금을 올리는 것이 녹록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성중기 국민의힘 의원은 “요금 인상이 번번이 부결되면 마을버스 업체, 교통공사의 적자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국민 세금으로 보전해야 한다”며 “오는 19일 시작되는 행정사무감사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문현 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은 “올해도 요금인상이 부결될까 봐 업계 전체가 초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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