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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의 시선] 선거 이기자 입 싹 씻은 문재인, 선거 이기자 바로 오만해진 국민의힘

 4.7 재보궐선거를 마지막으로 퇴임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나서며 당직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4.7 재보궐선거를 마지막으로 퇴임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나서며 당직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20대 총선을 넉 달 앞둔 2016년 벽두.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삭풍 거센 북악산 기슭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집에 다짜고짜 들어갔다. "난 당신 볼일 없으니 가시오!"라고 뿌리치는 김 전 위원장을 무시한채 거실 소파에 눌러앉아 "우리 당 비대위원장이 되달라"며 읍소했다. 김 전 위원장 부인 김미경 교수의 전언이다.
 "새벽 1시 넘도록 앉아 있더라. 소파에 등을 기대지도 못하고 끝자락에 걸터 앉아, 무릎 꿇고 있는 줄 알았을 정도였다. 그 분(문재인 대통), 남편(김종인)에겐 아무 얘기도 못해. 그러다 나랑 눈이 마주치니까 '사모님 도와주십시오' 라고 했다. '우리 당 비대위원장 돼주시면 비례 남자 1번(전체 순번은 2번) 드리고요…'라면서. 내가 '남편 보고 위원장 또 하라구요? 욕 먹을텐데' 하니까 문 대통령은 '제가 다 막아드리겠다...이제 허락 하시나요?' 고 하더라. 딱해서 '남편이 한 70% 쯤 (허락)했다. 이제 저희도 자야 하니까 그만 가달라'고 했다."  

재·보선 이기자마자 당권 아귀다툼
'송언석 사건'목소리 낸 이 단 한명
고강도 개혁으로 수권정당 입증해야

 기다림 끝에 문 대통령은 김 전 위원장을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내 사달이 났다. 민주당이 '비례 2번 준다'는 약속을 뒤집고 '10번대'를 제안하자 김 전 위원장이 당무를 거부하고 칩거한 것이다. 다시 부인의 전언.  

 "선거 보름 앞둔 때였다. 문 대통령이 급하니까 집에 다시 왔다. 또 그 거실 소파에 앉아 읍소하더라. 남편은 화가 나 말을 안 하니까 나만 쳐다보며 '사모님 제가 약속한 것, 거의 다 들어드렸지 않습니까' 하더라. 실은 약속 안 지킨 게 얼마나 많은데. 그래서 내가 문 대통령에게 약속 위반 사례를 30분 넘게 줄줄이 얘기했다. 그러자 얼굴이 벌게지면서 '이제 와 어떡합니까?' 하더라. '2번 주기로 했으면 그렇게 하세요'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김종인에 2번이 웬말이냐'며 남편을 맹공했던 조국 욕을 좀 했다. 그러자 그날 밤 조국이 갑자기 '김종인에 2번 주는 건 괜찮다'고 SNS에 쓰더라. 내 참…."  
 이런 우여곡절 끝에 문 대통령의 '김종인 붙잡기'는 성공했다. 그 결과 민주당은 20대 총선에서 원내 1당에 오르는 대박을 친다. 그런데 총선 끝나자마자 '문 대통령이 입을 싹 씻더라'고 김 전 위원장은 회고한다. 
 "총선 뒤 1주일이 넘도록 연락 한번 안하더라. 보다 못해 '저녁 먹자'고 불렀다. 대뜸 '당 대표 출마하실 겁니까?' 묻더라. 어이가 없어서 '여보쇼! 내가 대표하려고 민주당 오겠다 했소?'라고 쏘아붙였다. 이어서 '당신, 대통령 하려는 모양인데 어떻게 할 생각인가?' 물었다. 문 대통령은 '호남 김홍걸(김대중 전 대통령 3남)과 영남 김현철(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쌍두마차로 대선 후보 하겠다'고 하더라. 어이가 없어 주변에 '저 사람 대통령 되면 나라 엉망될 것'이라 했다. 4년 뒤 보니 딱 맞지 않았나."  
 5년 전 일화를 소환한 건 지금 국민의힘이 그때의 문 대통령과 비슷한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총선에서 궤멸적 참패를 당하자 김 전 위원장밖에 없다며 모셔간 사람들이 선거 한번 이기자마자 그를 내보내고 서로 당권 먹겠다고 아귀다툼이다. 김 전 위원장의 일갈대로 '아사리판'이다. 
 이번 4·7 재·보선 민심은 뼈를 깎는 개혁으로 수권 정당의 면모를 세우라는 엄명이다. 중도·청년·수도권의 표심을 얻을 수 있도록 인물과 노선을 바꾸는 게 지상과제다. 그런데 당 중진들은 이런 고민 대신 당권과 상임위원장 자리에 혈안이 돼있다. 대표 하겠다는 후보들 면면을 보면 재·보선에서 역할은커녕 당 흔들기에 열 올렸던 이들이 대부분이다. 당장 이런 중진들부터 2선으로 물러나고 '새 피'에 힘을 모아줘야 한다. 영남 의원들도 뒤로 빠져야 한다. 막말의 상징인 홍준표 의원의 복당은 논의할 때가 아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내로남불'이라 욕할 자격도 없다. 당직자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폭행을 가한 송언석 의원에 대해 '읍참마속'을 외친 이는 조경태 의원 단 한명 뿐이다. 국민의힘도 인물난은 인정하는지 너도 나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데려오겠다"고 의욕을 내보인다. 하지만 이런 한심한 당에 속칭 '블루칩'이라는 윤 전 총장이 선뜻 들어오길 기대하는 건 나무에서 생선을 구하는 거나 다름없다.
 국민의힘은 정치판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신공 과외선생'을 모시고 벼락치기 공부로 '57.5 점'에 간신히 턱걸이한 루키에 불과하다. 내년 대선까지 11개월도 남지 않았다. 자신의 처지는 생각하지 않는 분수 넘치는 욕심과 환상부터 버려야 한다. 다시 헝그리 정신으로 돌아갈 때다.  
강찬호 논설위원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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