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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존버’라고 다 ‘뉴트로’가 되는 건 아니다

기자
한재동 사진 한재동

[더,오래] 한재동의 남자도 쇼핑을 좋아해(36)

요즘 자주 보는 말이 ‘뉴트로’ 다. 뉴트로(newtro)는 ‘새로운’(new)과 ‘복고풍’(retro)의 혼성어로, 복고풍이 새롭게 유행하는 현상을 뜻하는 신조어다. 트렌드 키워드에 선정되었을 만큼 유행을 하고 있는데, 과거의 것을 그대로 가져오지 않고 현재에 맞게 재해석된다는 점이 기존의 복고풍과는 차별점이다. 패션뿐만 아니라 문화 전반에 걸쳐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그 정도면 유행도 한 번쯤 돌아오지 않을까? 곧 중년인 나의 삶을 반추해 보건대 유행이 돌아오는 경험을 몇 번은 한 것 같다. 증거를 대자면, 나의 청재킷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때는 한국이 월드컵에서 단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던 시절, 당시 유행하던 브랜드를 가지고 싶은 열망에 빈티지 가게에서 바다 건너온 ‘GUE**’ 청재킷을 샀다.
 

결국 몇 번 못 입었던 청자켓. [사진 무신사]

 
사실 당시에도 청재킷은 인기 아이템은 아니었다. 그러니 빈티지 가게에서 유명 브랜드 옷을 싸게 구했던 것이다. 아무튼 유행 지난 청재킷을 사고 나서 우리나라가 월드컵에서 4강에 가고, 스마트폰으로 세상이 천지개벽을 하고 나니 거리에 청재킷을 입고 다니는 사람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역시 유행은 돌아오는 건가? 일명 ‘존버’를 하고 나니 그때 샀던 청재킷이 유행하는 패션 아이템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내가 청재킷을 입고 돌아다니는 일은 없었다. 분명 같은 청재킷인데도 요즘 유행하는 청재킷과 십수 년 전 샀던 청재킷은 디자인이 미묘하게 달랐다. 유행하는 것만 입는 트렌드 세터는 아니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청재킷은 촌스러워서 입을 수 없었다. 기다려온 시간이 아깝지만 나의 ‘GUE**’ 청재킷은 결국 의류 수거함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사무실에서 사용하면 모두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키보드. [사진 WISH]

사무실에서 사용하면 모두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키보드. [사진 WISH]

 
이렇게 오래된 물건이라고 모두 뉴트로가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내가 요즘 가장 잘 쓰고 있는 뉴트로 제품은 무엇일까? 주중에 내 손길이 가장 많이 닿는 물건, 바로 키보드다. 점점 작아지는 노트북이 불편해 블루투스가 되는 키보드를 따로 구매하려고 했는데, 타자기 같이 생긴 뉴트로 키보드가 귀여워 아내를 졸라 장만했다. 하지만 마트 구석에 있는 저렴한 제품을 샀더니 정말 타자기 같은 강렬한 터치음이 들려 주변 동료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상당히 다양한 뉴트로 키보드 제품이 있었는데, 어떤 것은 LED로 빛까지 나온다고 한다. 정말 일하는 티 팍팍 내며 화려하게 일하고 싶은 분께 추천할 만하다.

 
또 하나 눈독을 들이고 있는 뉴트로 제품은 바로 LP 음반이다. 사실 LP 음반이야말로 가장 레트로라는 말이 잘 어울리고, 그 감성을 잘 살린 아이템이라고 생각한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연예인 집에 LP 음반으로 가득한 방이 나오기도 하고, 백화점에서는 턴테이블을 팔기 시작했다. 이런 유행을 꿰뚫고 있는 아티스트들은 신규 앨범을 한정판 LP 음반으로 발매하기도 한다. 불티나게 팔리는 것을 보니 상당히 많은 LP 음반 애호가가 생긴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가격이다. 예전에 동묘시장에서 싸게 구할 수 있던 LP 음반이 아니다. 턴테이블의 가격도 웬만한 음향기기보다 비쌀뿐더러, LP 음반 자체의 가격도 CD 이상이다. 그 정도 돈을 들여 LP 음반을 수집할 만큼 좋은 귀를 가지고 있진 않아서, 오늘도 난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듣는다.

 

턴테이블과 LP음반을 즐기는 애호가가 늘고 있다. [사진 pxhere]

 
심지어 소주도 뉴트로가 잘 팔리는 세상이 되었는데, 사실 포장만 복고풍이지 도수는 낮아져 속은 더 트렌디해졌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유행은 돌아오긴 하는데 사실 약간씩 달라져서 돌아온다. 그래야 사람들이 새 옷과 새 물건을 사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이게 바로 10년을 넘게 보관해 유행이 돌아온 청재킷을 다시 입을 수 없는 이유다. 더구나 유행도 유행이지만, 그사이 내가 나이를 먹어버렸다. 유행이고 뭐고 그때 입고 싶던 옷은 그냥 입을 걸 그랬다.

 
직장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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