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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측 "스펙 추구하는 입시 현실이 문제…전부 무죄다"

봄비치고는 제법 많은 비가 쏟아진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법원 청사 입구에 파란색 손팻말을 든 사람들 서너명이 나타났습니다. 우산 쥔 손으로 펼쳐 든 팻말에는 “교수님 힘내세요”라는 문구가 적혔습니다. 그들은 저 멀리 구치소에서 피고인을 싣고 오는 호송차가 다가오자 손에 쥔 팻말을 흔들었습니다. 까맣게 코팅된 차창 탓에 ‘교수님’이 정말 그 차에 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요.

[法ON] 조국 2라운드 ④
7대 허위 스펙 “전부 무죄” 이유

 
12일은 입시 비리ㆍ사모펀드 의혹 등으로 항소심 중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첫 정식 재판이 열린 날입니다. 지난해 12월 23일 1심 선고 때 정 교수가 법정 구속된 뒤 4개월여 만에 모습을 드러낸 거죠. 방청석을 얻기 위한 대기 줄이 늘어섰고, 10여석의 중계법정도 가득 찼습니다. 검은 정장 재킷에 흰색 셔츠를 입은 정 교수가 법정에 들어서자 작은 탄식 소리도 들렸습니다. 피고인석에 선 정 교수는 발언 기회를 얻었지만 “나중에 변호인을 통해 말하겠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표창장 위조’들은 정경심 첫 반응 “어? 총장님이 준건데?”

지난해 12월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한 정경심 교수. 우상조 기자

지난해 12월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한 정경심 교수. 우상조 기자

앞선 두 차례 준비기일에서 예고됐듯 정교수측은 “전부 무죄” 주장을 이어나갔습니다. 이날 변호인은‘ 위조된 동양대 표창장’의 명의자 최성해 전 총장이 “표창장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그 근거로 2019년 8월 27일 검찰이 부산대 압수수색에서 문제의 표창장을 특정하기 이전 이미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동양대에 총장상 관련 자료를 요청했고, 최 전 총장은 그즈음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서울에서 회동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최 전 총장이 과거 표창장 발급을 승인했으니 검찰이 특정하기 전 표창장의 존재를 알았다는 게 변호인이 제기한 가능성입니다.  
 
또 동양대 영어 영재교육 프로그램 사업에 정 교수의 딸 조민씨를 연구보조원으로 올리고 160만원의 보조금을 받아 갈 때도 최 전 총장이 이를 알고 결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변호인은 이런 비유를 들었는데요. “학창시절 성적표에 엄마 사인을 위조하는 건 사인을 못 받을 것 같으니 숨기는 것”이라고요. 딸 이름으로 보조금 160만원을 타는 것은 공식 문서로 남기는 정 교수가 왜 표창장은 숨겨서 받았겠냐는 뜻이죠.

 
한 변호인은 표창장 위조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의 정 교수 반응을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표창장 문제를 묻자 정 교수가 “어? 그거 총장님이 준건데? 승낙을 해주지 않았나?”라고 반응했다는 거죠. ‘위조’라는 특별한 범죄였다면 기억했을 텐데 위법하지 않았으니 표창장이 기억에 없는 게 당연하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검찰은 “구체적으로 사실을 주장하지 않고 정치적 의혹 제기만 한다”며 정교수 측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하지만 1심은 정 교수가 160만원의 국고를 받은 동양대 영재프로그램 보조연구원 확인서는 시기가 동양대의 신청 공문상 프로그램 진행 시점과 다르고, 활동 핵심인 원어민 교수의 교재 수정은 실제 교재작성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며 허위로 판단한바 있습니다. 그 기간 조민씨는 다른 스펙 활동을 했다는것도 이유입니다. 
 

‘스펙’ 보는 입시 요구 따른 것…불공정 치부 안 돼

조민 ‘7대 허위스펙’ 1심 판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조민 ‘7대 허위스펙’ 1심 판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1심에서 전부 유죄로 인정된 ‘7대 허위 스펙’에 대해 다소 도발적인(?) 발언도 나왔습니다. 변호인은 1심서 인정된 이른바 ‘스펙 품앗이’가 사회적 불공정 문제만으로 치부되긴 어렵다는 주장을 ‘교육과정의 변화’와 연결지어 설명했습니다.
 
과거에는 학력고사나 수학능력시험에 올인한 ‘암기형 인재’들이 좋은 대학에 진학했지만, 이제는 시대가 변했죠. 요즘 입시에선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요구하는‘융합형 인재’를 우대 하는 게 시대적 요구가 됐고, 학부모들이 나서서‘자녀 스펙 만들 기회’를 찾는 것이 현실이라는 게 변호인의 진단입니다.  
 
변호인은 “학부모들이 알음알음 체험 활동을 마련하는 프로그램 기회는 특목고 학생들이 일반고 학생보다 상대적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비교적 부모가 사회 지도층에 있거나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로가 가진 지위를 이용해 체험학습 기회를 어렵지 않게 마련할 수 있었을 뿐인데, 이걸 불공정의 문제로 치부하긴 어렵다는 주장입니다. 이게 불공정이라면 일반고와 특목고라는 출발부터가 불공정한 것이 아니냐고도 반문했습니다.  
 
1심은 판결에서 정 교수의 입시 비리를 “공정 절차를 기대한 교육기관에 대한 업무를 방해한 것일 뿐 아니라 공정 경쟁을 위해 성실히 노력한 사람들에게 허탈감과 실망을 야기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정 교수측 주장이 항소심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입니다.
 

항소심 채택 유일한 증인 이상훈 전 코링크 대표

정경심 교수 항소심 첫 공판 출석하는 이상훈 코링크 PE 대표 [연합뉴스]

정경심 교수 항소심 첫 공판 출석하는 이상훈 코링크 PE 대표 [연합뉴스]

이날 재판에는 항소심에서 현재까지 유일하게 증인으로 채택된 이상훈 전 코링크PE 대표가 증언했습니다. 청문회 준비 당시“코링크에서 동생 관련 자료를 정리하라”는 정 교수의 지시는 정 교수→조국 전 장관 조카 조범동씨→이 전 대표→코링크 직원들로 전달됐고, 직원들은 내부자료를 삭제하고 SSD와 노트북을 교체했습니다. 1심은 이에 대해 증거인멸교사죄를 유죄로 인정했죠.
 
검찰은 가족펀드 의혹이 불거졌던 블루펀드 정관에서 투자자 이름과 투자자의 간인(間印)이 지워진 점을 문제삼았는데요. 변호인은 이 전 대표로부터 “투자자 명단은 원래 공개되지 않는다”라는 답을 끌어냈습니다. 일부러 숨긴게 아니라 애초에 비공개란 거죠.  
 
그러자 검찰은 “다른 펀드에서 간인까지 지워 본 사례가 있느냐”고 반박했습니다. 투자자 이름은 비공개라 해도, 간인을 지우는 치밀함을 보인 건 동생 이름을 절대 노출해서는 안 됐던 정 교수의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지난 준비기일에서 항소심 재판부는 선고 전까지 다섯 번의 재판 기일을 예정했습니다.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정 교수에게는 결심을 포함해 4번의 변론 기회가 남은 셈입니다. 다음 기일은 2주 뒤인 26일에 열립니다. 남은 항소심도 法ON에서 충실히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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