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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의 아트&디자인] 아깝다, 광주비엔날레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오우티 피에스키(Outi Pieski). 머나먼 나라 핀란드의 작가 이름을 외우려니 참 쉽지 않습니다. 올해 마흔여덟 살의 여성 작가인데요, 지난 1일 개막한 광주비엔날레에 다녀온 뒤 그의 이름을 계속 되뇌었습니다. 한 번도 만나본 적 없지만, 그의 이름을 외우고 싶었습니다. 광주비엔날레 사상 처음으로 무료로 공개된 비엔날레전시관 제1전시실에서 본 작품이 몹시 강렬했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머리에 맴돌았기 때문입니다.
 
그의 작품 ‘함께 떠오르기(Rising Together)’는 언뜻 보면 매우 단순해 보이는 설치물입니다. 이것은 철 구조에 나무 막대기, 실로 만든 매듭 조형물인데요, 붉고 노란 실들이 어우러져 자아내는 아름다움과 비범한 존재감이 탄성을 자아냅니다.
 
오우티 피에스키의 설치작품 ‘함께 떠오르기’. 이은주 기자

오우티 피에스키의 설치작품 ‘함께 떠오르기’. 이은주 기자

사미족 혹은 사미인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이들은 핀란드와 노르웨이·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에 거주하던 소수 민족인데요, 피에스키가 바로 사미족 출신입니다. 헬싱키에서 사미족 아버지와 핀란드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현대미술을 전공하고, 현재 사미족 전통 예술을 활용한 아름다운 작품으로 세계를 누비고 있습니다. ‘함께 떠오르기’도 사미족 전통 의상에서 영감을 받아 손으로 짠 작품입니다.
 
본래 혹한의 땅에서 유목해온 사미족의 토착문화는 19세기 중반 근대화 과정에서 그 흔적이 많이 지워졌다죠. 이런 맥락에서 피에스키의 작업은 자칫 사라지고 잊힐 뻔했던 공동체 문화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피에스키는 2017년부터 고고학자 에바-크리스티나 하를린과 협업해 왔는데요. 이제는 박물관 유물로만 남은 사미족 여성들의 모자(라조가피르)를 조사하고 추적한 프로젝트도 그중 하나입니다. 한때 그 독특한 모양 때문에 ‘악마의 뿔’로 몰려 탄압받은 모자 관련 사진·설치 작품은 제2전시실에서 볼 수 있습니다. 사실 피에스키는 이번에 광주가 소개한 여러 작가 중 한 명입니다. 한국 김상돈 작가의 ‘카트’를 본 충격도 작지 않았습니다. 마트에서나 쓰는 스테인리스 카트 위에 화려한 상여를 얹은 작품이라니요. 코로나19를 겪은 우리에게 삶과 죽음, 성스러운 것과 세속적인 것, 애도와 소비가 카오스처럼 엉킨 현대를 돌아보게 합니다. 이 밖에도 인도 화가 아르피타 싱, 칠레 작가 세실리아 비쿠냐, 아일랜드 미디어 아티스트 존 제라드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오우토 피에스키의 설치작품 '함께 떠오르기'. [사진 이은주]

오우토 피에스키의 설치작품 '함께 떠오르기'. [사진 이은주]

비엔날레는 왜 필요한 걸까. 한때 거칠게 그런 의문을 품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아주 다릅니다. 우리가 주목하지 못했던 작가와 작품들을 만나게 합니다. 우리 곁의 작가들 작품도 새로운 맥락에서 다시 보게 합니다. 밀레니얼 세대 두 예술감독 데프네아야스와 나타샤 진발라의 큐레이팅이 보여준 힘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단축된 기간이 아쉬울 뿐입니다.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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