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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종이보다 얇은 금박 입히자 생활소품이 일상에 빛 더해줘요

강지민·주혜리(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전통 금박공예 공방 금박연을 찾아 국가무형문화재 제119호 금박장 보유자 김기호 대표(오른쪽)에게 금박에 대해 배웠다.

강지민·주혜리(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전통 금박공예 공방 금박연을 찾아 국가무형문화재 제119호 금박장 보유자 김기호 대표(오른쪽)에게 금박에 대해 배웠다.

소중 친구들은 조선시대 배경 사극에서 왕과 왕비가 화려한 옷을 갖춰 입고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을 본 적 있나요? 이를 국혼(國婚·왕실의 혼인)이라 해요. 국혼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바로 금박 직물로 만든 혼례복입니다. 금박은 금을 종이처럼 아주 얇게 눌러서 만든 형태를 말해요. 금박은 언제부터 사용됐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제작될까요? 강지민·주혜리 학생기자가 서울시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에 있는 전통 금박공예 공방 금박연을 찾아 궁금증을 풀고 직접 체험해보기로 했어요. 멋스러운 한옥의 나무 대문을 열자 국가무형문화재 제119호 금박장 보유자 김기호 대표가 소중 학생기자단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금박연은 조선 철종 재위 시기인 1856년부터 운영을 시작한 유서 깊은 공방이에요. "조선 철종 시기 내수사(內需司·왕실 재정 관리를 맡은 관아)에서 근무한 고(故) 김완형 왕실장인이 저의 고조부세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총 5대에 걸쳐 금박공예를 가업으로 이어오고 있죠."  
 김기호 대표와 함께 금박연 전시실을 둘러보는 소중 학생기자단.

김기호 대표와 함께 금박연 전시실을 둘러보는 소중 학생기자단.

문양을 새긴 나무 도장·붓·조각칼·숫돌·어교의 재료인 민어 부레·금박 등 도구들. 나무 도장은 실제로 조선 왕실에서 썼던 것이다.

문양을 새긴 나무 도장·붓·조각칼·숫돌·어교의 재료인 민어 부레·금박 등 도구들. 나무 도장은 실제로 조선 왕실에서 썼던 것이다.

 
금박연에는 장인의 작업 공간 외에도 금박 관련 물품들을 관람할 수 있는 전시실이 마련돼 있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김 대표와 함께 대대로 내려오는 조각칼, 조선 왕실에서 쓰던 문양판, 금박을 천에 붙일 때 쓰는 어교(魚膠)의 재료인 민어의 부레 등 금박 공예에 필요한 장비부터 살펴보기 시작했어요. 금박을 입힌 대례복과 함께 착용하는 도투락댕기, 붓을 넣는 주머니인 필낭, 소지품을 넣는 귀주머니도 볼 수 있었죠.
 금박으로 장식한 귀주머니. 조그마한 소지품이나 돈을 넣는 용도다.

금박으로 장식한 귀주머니. 조그마한 소지품이나 돈을 넣는 용도다.

 왕실 여인들이 예복을 입을 때 머리에 쓰던 화관. 한지로 형태를 잡아 금으로 장식하고 각종 보석을 달았다.

왕실 여인들이 예복을 입을 때 머리에 쓰던 화관. 한지로 형태를 잡아 금으로 장식하고 각종 보석을 달았다.

 
"금박 공예는 우리나라에서 언제 처음 시작됐나요?" 전시실을 둘러보던 혜리 학생기자가 물었어요. "현재 남아 있는 기록으로는 고구려 때가 가장 이릅니다. 평양 교외에 있는 고구려 시대 무덤인 진파리 4호분 벽화에 금박을 입힌 연꽃 문양이 있죠. 우리가 매체를 통해 많이 접한 금박 옷은 조선 왕실의 예복이 대표적이에요. 유교 사회였던 조선시대는 검소함이 미덕이었기에 왕실에서도 행사 때만 금박이 들어간 예복을 입을 수 있었죠. 옷에 금박을 한다는 건 그 사람의 기품을 드러내고, 문양과 글자마다 소망을 담는 일이었습니다. 때문에 금박에는 복과 행운을 기원하는 길상(吉祥) 문양이 많이 쓰였죠. 조선시대에는 혼례복·수의 등 왕실 예복을 금박으로 장식해 왕실의 권위와 국가 번영에 대한 염원을 표현했어요. 품과 시간도 많이 듭니다. 금박 무늬 작업 기간은 옷의 크기에 비례해요. 예를 들어 조선시대 여성 예복 중 하나인 홍원삼에 금박을 입히려면 약 6개월이 걸려요. "옷에 금실로 바느질하는 건 중국 기법이죠. 반면 한국은 어교·아교를 사용해 섬유에 부착하기 때문에 세탁하면 안 돼요."(김)  
 조선의 왕비가 입던 대례복인 홍원삼. 가슴·등·양쪽 어깨에 네 개의 발톱을 가진 용을 금으로 장식했다.

조선의 왕비가 입던 대례복인 홍원삼. 가슴·등·양쪽 어깨에 네 개의 발톱을 가진 용을 금으로 장식했다.

 조선 왕실 혼례에서 사용하는 면사포. 꽃과 나비 등 여러 가지 길상문을 금박으로 입혔다.

조선 왕실 혼례에서 사용하는 면사포. 꽃과 나비 등 여러 가지 길상문을 금박으로 입혔다.

"사극을 보면 같은 왕족이더라도 어떤 사람은 봉황 무늬 금박 옷을 입고, 또 어떤 사람은 꽃무늬 금박 옷을 입고 있더라고요. 각각 어떤 의미가 있나요?" 지민 학생기자가 홍원삼의 봉황 무늬에 눈길을 주며 말했어요. "신분에 따라 쓸 수 있는 문양이 제한적이었어요. 용 모양은 임금·대비·황후의 의복에만 쓸 수 있었죠. 봉황 문양은 왕비, 꽃 문양은 공주·옹주·비빈을 뜻했죠. 아래 계급은 상위 계급의 문양을 쓸 수 없었어요. 반면 상위 계급은 아래 계급의 문양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김기호 대표가 구상한 ‘천상열차분야지도 2020’의 일부. 용과 서로 마주 보는 봉황 두 마리가 벽면에 금박으로 입혀져 있다.

김기호 대표가 구상한 ‘천상열차분야지도 2020’의 일부. 용과 서로 마주 보는 봉황 두 마리가 벽면에 금박으로 입혀져 있다.

이렇게만 보면 금박 공예의 주 용도는 한복 장식처럼 느껴지는데요. 사실 생각보다 활용 범위가 넓어요. 조선시대에는 가구는 물론이고 궁궐의 현판(懸板·글자나 그림을 새겨 문 위나 벽에 다는 널조각)도 금박으로 장식하곤 했죠. 김 대표는 금박 공예가 의복에 국한된다는 선입견을 깨기 위해 노력하며 최근에는 금박을 실내 장식 등 건축 분야에 적용하려 시도 중이에요. 이와 관련해 3D 디자이너와 협업한 '천상열차분야지도 2020' 영상을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보여줬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도 중 하나인 국보 제228호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를 재해석해 금박 실내 장식으로 구현한 거죠. 건물 로비의 한쪽 벽면을 금박을 입힌 천문도로 꾸밀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시안입니다. 그 옆 벽면에는 금박 공예를 대표하는 문양인 용과 봉황이 자리했죠. "금을 이용한 건물 내·외장 장식은 여러 나라에서 존재했어요. 일본 교토의 사찰인 금각사, 태국 방콕 에메랄드 사원의 금탑 등이 대표적이죠. (종교적 용도의 건물이 아닌) 현대 건물에도 얼마든지 금박을 이용한 실내·외 장식을 할 수 있죠."
 국화와 박쥐, 모란 등 길상 문양을 새긴 도장과 각종 조각칼, 골무 등이 소중 학생기자단을 위해 준비됐다.

국화와 박쥐, 모란 등 길상 문양을 새긴 도장과 각종 조각칼, 골무 등이 소중 학생기자단을 위해 준비됐다.

 생활 소품에도 금박을 입힐 수 있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금박연에서 운영 중인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서표(책갈피)와 허리에 차는 두루주머니를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금박연 한옥 중앙 마당에 탁자를 놓고 지민·혜리 학생기자 자리하자 조각칼, 숫돌, 나무판, 종이를 덮은 금박, 여러 무늬를 새긴 도장 등이 앞에 놓였어요. "금박 공예는 ▶ 문양 도안 만들기 ▶ 나무판에 문양 그려 옮기기 ▶ 나무판 조각 ▶ 금박용 풀 만들기 ▶ 섬유에 풀로 문양 찍기 ▶ 금박 올리기 ▶ 뒷손질하기 순서로 진행돼요. 오늘은 금박 공예에서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계인 문양 도안 만들기와 나무판 조각 단계를 생략하고, 문양을 새긴 도장으로 대체할 겁니다. 실제로는 어떻게 조각하는지 잠깐 보여줄게요." 김 대표가 용 모양이 그려진 작은 나무판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용이 양각의 형태가 되도록 파내면서 말했어요.  
 서표와 두루주머니에 금박을 입히기에 앞서 설명을 듣고 있는 소중 학생 기자단.

서표와 두루주머니에 금박을 입히기에 앞서 설명을 듣고 있는 소중 학생 기자단.

 
천에 올리는 금박 공예는 얇은 금박을 표면에 부착하는 섬세한 작업이기 때문에 초보자가 처음부터 잘하기는 어려워요. 일단 연습 삼아 붉은 천에 꽃 모양 금박을 입혀봤습니다. "붓에 풀을 살짝 묻혀 도장에 있는 문양에 얇게 발라주세요. 그리고 천에 도장을 찍은 뒤, 핀셋으로 금박을 한 장 집어 풀을 바른 천 위에 올립니다.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려 잘 접착해준 뒤, 솜으로 슥슥 문질러 풀을 붙인 문양 외의 금은 제거하세요." 김 대표의 말에 따라 신중하게 손을 움직이는 소중 학생기자단. 하지만 손놀림이 마음 같지 않네요. 도장에 풀을 너무 많이 발라서 금박이 뭉치기도 합니다. 핀셋으로 얇디얇은 금박을 한 장 한 장 분리해 천에 고르게 붙이는 일도 만만치 않았어요. 우여곡절 끝에 붉은 천 위에 나타난 금색 꽃들. 그 찬란한 아름다움에 소중 학생기자단이 눈을 반짝였습니다.  
 한눈에 보는 비단에 금박 입히는 과정. 양각 문양에 풀을 발라 천에 찍고, 그 위에 금박을 붙인다. 손가락으로 두드려 금박을 고정하고, 솜으로 문질러 문양을 제외한 금을 떼어내면 완성.

한눈에 보는 비단에 금박 입히는 과정. 양각 문양에 풀을 발라 천에 찍고, 그 위에 금박을 붙인다. 손가락으로 두드려 금박을 고정하고, 솜으로 문질러 문양을 제외한 금을 떼어내면 완성.

 
연습을 무사히 마친 지민 학생기자가 파란색, 혜리 학생기자가 붉은색 책갈피를 집어 들었죠. 붓에 풀을 묻혀 도장에 발라 비단으로 된 책갈피에 찍고, 금박을 핀셋으로 집어 책갈피에 붙인 뒤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리고 솜으로 문지릅니다. "박박 문지르면 다 떨어져요. 시계 방향으로 한 번, 반시계방향으로 또 한 번 원을 그리면서 문지르세요."(김) 표면에 생긴 금가루를 툭툭 털어내니 금빛 국화와 모란이 내려앉은 책갈피가 완성됐네요.  
마지막으로 비단 두루주머니에도 금박을 입혔습니다. 세 번째 작업이다 보니 소중 학생기자단의 손길에도 훨씬 자신감이 붙었죠. "다들 처음치고는 잘했어요." 완성된 결과물을 보던 김 대표가 박수를 쳤죠. 금박을 입힌 두루주머니에 솜을 넣고 윗부분에 있는 끈을 조이면 언제 어디서나 휴대할 수 있는 멋스러운 소품이 완성되죠. "얇은 두께의 금이 아름답게 비단에 입혀지니 기분이 좋아요."(강) 곱게 얹어 붙인 금박이 햇볕에 반짝이는 걸 보는 지민·혜리 학생기자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습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비단으로 만든 서표와 두루주머니에 직접 금박을 입혀봤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비단으로 만든 서표와 두루주머니에 직접 금박을 입혀봤다.

 
흔히 전통문화라고 하면 민속촌이나 박물관 전시실에서만 접할 수 있는 것으로 여기기 쉬운데요. 발상의 전환에 따라 역사 속이 아닌 우리 옆에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답니다. 금박 공예도 마찬가지예요. 사극에서만 보던 문화유산이라 여기기 쉽지만, 알고 보면 책갈피·주머니·실내 장식 등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활용이 가능하죠. 이번 봄에는 내 주변을 더 반짝이게 하는 금박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요.  
 
글=성선해 기자 sung.sunhae@joongang.co.kr, 사진=박종범(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강지민(서울 잠실중 1)·주혜리(서울 신구초 5) 학생기자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평소 조선시대에 입던 금박 입힌 옷을 볼 때 정말 신기하고 아름답다고 느꼈는데요. 사극에서만 보던 금박을 입힌 예복을 금박연에서 만났어요. 김기호 장인 덕분에 금박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신분에 따라 금박으로 새길 수 있는 무늬가 달랐다는 점이 신기했어요. 또 금박 공예 체험에 앞서 장인이 나무판에 그려진 도안을 칼로 섬세하게 조각하는 걸 봤는데, 나무와 장인이 서로 교감하는 것 같았습니다. 책갈피와 두루주머니를 만들었는데, 두 개 다 금박을 입히니 더 아름다워졌어요. 금박의 매력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전통 공예가 오랫동안 보존되어 내려왔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전통 금박 공예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기대가 돼요. 20년 후에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 금박 공예품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강지민(서울 잠실중 1) 학생기자  
 
첫 취재라 정말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마침 옷에다 화려한 금무늬를 붙이는 금박에 대해 취재한다고 해서 너무나 설렜죠. 금박연에서 국가무형문화재 김기호 장인의 설명을 듣고 정말 놀라웠던 점이 많았어요. 금박 공예를 어떻게 만드는지, 누가 사용했는지를 들으면서 정말 재미있고 신기했죠. 금박연이 1856년부터 운영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약 165년간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특히 더 놀라웠어요. 금박을 천에다 새기는 작업도 너무나 흥미로웠어요. 완성한 작품을 보니 뿌듯했죠. 이전에는 금박이 이렇게나 아름답고 신기한 줄 몰랐었는데 취재를 통해 금박에 대해 많이 알게 된 것 같아요.
 
주혜리(서울 신구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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