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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믿을 유전자 검사] 상. 오·남용 어느 정도인가

희귀성 유전 질환이나 범인 확인 등 제한적으로 사용하던 유전자 검사가 일상 생활로 파고들고 있다. 유전자 검사기관들은 머리카락 몇 올이나 피 몇 방울로 질병 예측이나 적성 분석까지 가능하다고 선전한다. 일부에서는 유전자 검사로 점을 치듯 자기의 앞날을 예측해 보려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적성·우울증 등 예측 ´점치는 수준´

유전자 검사는 친자 확인이나 사망자의 신원확인, 해외동포의 혈통 확인 등에는 상당히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런 검사에 대해서는 법원도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부 제한적인 분야를 제외하고 유전자 검사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평가한다.

◆ 엉터리 검사에서 위법 논란도=50대 주부 이모씨는 골다공증 관련 유전자 검사 결과를 믿었다가 낭패를 당할 뻔했다. 이씨는 올해 봄 한 유전자 검사업체에서 골다공증 관련 검사를 받았다. 특별한 증세가 있는 것은 아니었고 나이가 들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였다. 결과는 "골다공증에 걸릴 가능성이 낮음"이었다. 몇 달 후 골절 사고를 당해 병원을 찾은 이씨는 뜻밖의 얘길 들었다. "골다공증이 꽤 진행돼 있다"는 것이었다. 이씨는 "유전자 검사 후에도 건강관리에 소홀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안심하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며 속상해 했다.



원자력의학원의 홍영준 진단검사의학과장은 "대부분의 질환은 여러 가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발병한다"며 "현재 검사업체들이 한두 가지 유전자 검사로 질병을 예측하는 것은 점치는 것과 비슷한 확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와 대한의사협회는 지난해 4월 유전자 검사업체 5곳을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부정 의료행위로 사회적.윤리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요 유전자 검사업체들은 "의료계가 유전자 검사 시장을 독점하려는 의도에 불과하다"며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질병의 진단이 아닌 위험성 예측 검사는 일반 업체들이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무혐의', '기소유예' 판결을 거쳐 현재 대검에 올라가 있다.



◆ 똘똘이 유전자… DNA궁합=일부 업체들은 체력.탐구성(호기심).중독성 등과 관련이 있다는 유전자를 '학습 관련 유전자'로 홍보, 학부모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유전자 검사업체인 A사의 경우 올 상반기에만 100여건의 학습 관련 유전자 검사를 시행했다. 이 회사의 영업 관계자는 "최근에도 경기도 고양시의 B초등학교와 C초등학교에서 각각 180명, 50명 가량이 단체로 검사를 받았다"고 했다. 한 가지 검사에 4만~7만원대로 다소 비싸기 때문에 희망자들만 대개 2~3가지 검사를 함께 받는다고 한다.



주부 안모(43.충북 청주시)씨는 올 초 고등학생인 아들의 유전자 검사를 한 뒤 진로를 바꾸게 했다. 이씨는 아들이 문과 성향일 거라고 생각해 그쪽 공부만 강요해 왔는데 유전자 검사업체에서 "중독성이 높게 나오는 등 이과 쪽 적성"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의 유한욱 교수(의학유전학클리닉)는 "국내 영리업체들이 대부분 아직 임상적으로 입증도 되지 않은 유전자 검사를 하면서 결과까지 부풀려 해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심폐력과의 연관성 정도만 입증된 ACE 유전자에 대해 '체력 관련 유전자'라는 명칭을 붙여놓고 "선천적인 체력뿐만 아니라 외향적인 성격, 감성이 풍부한 성격, 학업수행능력 등의 성격 형성에도 영향을 준다"는 설명을 곁들이는 식이다.



일부 결혼정보회사들도 유전자 검사기관과 연계, 이른바 'DNA 궁합'을 본다며 회원들에게 유전자 검사를 권하고 있다. 유전자 검사업체인 D사의 경우 남녀 2인에게 체력, 중독, 호기심, 우울.폭력, 당뇨, 고혈압, 폐암유발가능성, 치매 등 8종의 유전자 검사를 해주는 '찰떡궁합'상품을 77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 유용한 검사도 있다=법의학적 용도로 이용되는 개인 식별 관련 유전자 검사는 정확성이나 신뢰성이 비교적 검증된 편이다. 최근'친자'와 관련한 소송은 대부분 유전자 검사 결과를 참조하고 있다. 해외 동포들의 혈족 확인 관련 검사도 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11월부터 대한민국 국적 취득(회복)을 원하는 해외 동포들의 혈통을 확인할 때 유전자 검사 결과를 활용한다.



또 경찰청 미아찾기센터가 지난해 4월부터 올 8월 말 현재까지 유전자 검사를 통해 가족 관계를 확인한 경우는 34건에 이른다.



특별취재팀=고종관.김정수.강승민 기자,오혜재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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