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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차보다 사람, 그런 세상 됐으면

조경수 한국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본부장

조경수 한국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본부장

지난해 11월 광주광역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네 모녀가 화물차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보행자를 발견 못 한 화물차 운전자의 부주의를 원인으로 보기 쉽다. 하지만 보행자가 횡단보도 한가운데 서 있는데도 그냥 내달린 주변의 차들도 문제였다. 만약 ‘보행자를 기다려주는 운전자’였다면, ‘차보다 사람이 우선인 교통 문화’였다면 충분히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의 교통 정책과 문화도 사람 중심, 안전 중심으로 변화할 때가 됐다. 사실 사람 중심 교통정책의 역사는 이미 20년이 넘었다. 그럼에도 교통 문화의 변화는 참으로 더디다. 1995년 도로교통법에서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 자동차가 일시 정지하도록 규정했지만 아직도 무신호 횡단보도에서 이를 지키는 운전자는 많지 않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조사에 따르면 보행자가 횡단 중인 무신호 횡단보도에서 멈춰선 차량은 11%에 불과했다.
 
정부는 보행자 중심 문화 정착을 위해 ‘안전 속도 5030’과 같은 속도 하향 정책이나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 대책’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특히 ‘안전 속도 5030’은 도시 지역 최고 속도를 기존 시속 60㎞에서 50㎞로 낮추는 내용으로 오는 17일 전국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정책은 이동성이 강조되던 교통 환경에서 ‘빠른 이동성보다 안전이 우선’이라는 가치에 중점을 둔 정책이다. 단 시속 10㎞의 하향으로 사고 시 보행자의 중상 가능성을 20%포인트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하지만 일부 국민의 반응은 냉랭하다. 빠른 이동 위주의 교통 환경에 익숙한 운전자들은 통행 시간이 늦어지고 차만 더 막히는 것이 아닐까 우려한다. 하지만 속도를 낮춰도 주행 속도에는 큰 차이가 없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실험 결과에 따르면 시속 60㎞로 주행했을 때와 50㎞로 주행했을 때 통행 시간 차이는 단 2분에 불과했다. 2분만 천천히 가면 내 가족과 이웃을 지킬 수 있다.
 
운전자도 차에서 내리면 보행자가 된다. ‘안전 속도 5030’은 국민 모두를 안전하게 하기 위한 정책이다. 법·제도는 정부 주도로 개정할 수 있으나, 제도가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선 모든 국민이 동참해야 한다. 국민의 공감과 실천이 동반되지 않으면 어떤 정책이든 서류의 글씨일 뿐 제 역할을 할 수 없다. 하루빨리 ‘차보다 사람이 먼저인 사회’가 되어 ‘차 조심해’라는 말이 필요 없어질 그 날을 기대해본다.
 
조경수 한국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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