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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방탄총장 필요하긴 한데…” 참패한 與의 '이성윤 딜레마'

야당의 압승으로 끝난 4·7 재·보궐선거 이후 차기 검찰총장 후보 구도에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여당의 참패로 이른바 ‘검찰개혁’ 등 국정 동력이 약화한 상황에서 청와대의 셈법도 복잡해졌다는 평가다. 이르면 내주 초께 소집될 것으로 예상되는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선 법무부가 검증한 피천거자를 심사하는 과정을 거쳐 총 3명 이상의 최종 후보를 추릴 전망이다.
 

이성윤 ‘딜레마’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전국 검사장 화상회의가 열린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걸린 검찰기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뉴스1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전국 검사장 화상회의가 열린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걸린 검찰기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인 이성윤(59·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은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하지만 여당의 재·보선 참패로 이 지검장을 검찰총장으로 앉히기에 부담이 더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있으면서 현 정권을 겨냥한 주요 수사를 사실상 뭉개왔단 비판을 받는 터라, 총장으로 영전할 경우 민심 이반 현상을 더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지검장이 수사 대상인 점도 여전히 부담이다. 이 지검장은 2019년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재임 당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긴급 출국금지 의혹에 대한 안양지청의 1차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지검장은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 이정섭)로부터 4차례의 소환 통보를 받았지만 모두 불응하는 등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수사팀은 이 지검장에 대한 대면조사 없이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자칫 헌정 사상 초유의 ‘피고인 총장’ 이 탄생할 수도 있다.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부터 ‘황제 조사’를 받았다는 논란으로도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 있다.
 
다만, 여권 일각에서는 정권 말기 레임덕 국면에서 ‘내 편’이 필요하단 분위기가 여전하다.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 관련 청와대발(發) 기획 사정(司正) 의혹 사건 등 청와대를 겨냥한 수사가 대형 권력형 비리로 비화하는 걸 막기 위해서다. 검찰총장의 임기는 2년으로 문 대통령 퇴임 이후까지 내다본다면 ‘방탄 총장’을 세워야 한단 것이다. 같은 이유로 비(非)검사 출신 한동수(55·24기) 대검찰청 감찰부장의 깜짝 기용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 부장도 친 정부 성향으로 꼽힌다.
 

김오수 ‘급부상’ 

김오수(오른쪽) 전 법무부 차관과 이성윤(왼쪽) 서울중앙지검장은 가장 유력한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꼽힌다. 사진은 2019년 10월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답변하는 김오수 당시 법무부 차관과 이성윤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 연합뉴스

김오수(오른쪽) 전 법무부 차관과 이성윤(왼쪽) 서울중앙지검장은 가장 유력한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꼽힌다. 사진은 2019년 10월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답변하는 김오수 당시 법무부 차관과 이성윤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 연합뉴스

김오수(58·20기) 전 법무부 차관은 현 여권과 가까우면서도 검찰 안에서 ‘합리적 성품’ ‘원만한 인간관계’ 등의 평가로 총장 후보군에 꾸준히 포함돼 왔다. 금융감독원장이나 감사원 감사위원 등 중용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그는 2018년 6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법무부 차관을 역임하며 박상기·조국·추미애 전 장관과 호흡을 맞췄다.
 
이 때문에 여당의 재·보선 참패로 드러난 여론 악화를 정면으로 치받지 않으면서 여권과도 소통이 수월한 절충안으로 김 전 차관 발탁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현 정부 잔여 임기 1년간 검찰 조직을 무난히 이끌면서 법무부와 관계 개선도 꾀할 적임자란 이유에서다. 그가 보좌했던 박상기 전 장관이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장이란 점도 유리한 조건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여권이 주장하는 ‘검찰개혁’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관여한 만큼 국정철학을 비교적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도 가점 요인이다.
 

조남관 ‘존재감’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전국 검사장 화상회의가 열린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전국 검사장 화상회의가 열린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61·23기)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4일 전격 사퇴하면서 검찰의 임시 수장이 된 조남관(56·24기)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은 최근 들어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전국 고검장회의, 대검 부장회의, 전국 검사장 회의 등을 잇달아 개최하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한명숙 사건 모해위증 무혐의 처분 재고’ 수사지휘 등에 별도 공개 입장을 내기도 했다.
 
조 대행은 현 정부에서 국가정보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 팀장을 지내고 서울동부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을 거쳐 대검 차장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런데도 지난해 11월 윤 전 총장 징계 시도 국면에선 공개 반기를 들고, 지난 2월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앞두곤 “임의적인 ‘핀셋 인사’는 안 된다”는 소신 행보로 후배 검사들의 신망이 두터운 편이다. 한명숙 사건 모해위증 의혹 불기소 결정(지난달 19일) 이후엔 여권 강경파로부터 “신(新) 정치 검사”(김용민 의원)란 비판도 받고 있어 ‘총장 가도’엔 적신호가 켜졌단 전망도 있다.
 
이 밖에도 전직 검찰 인사 중에선 봉욱(56·19기) 전 대검 차장, 이금로(56·20기) 전 법무부 차관, 양부남(60·22기) 전 부산고검장 등이, 현직 중에선 강남일(52·23기) 대전고검장, 구본선(53·23기) 광주고검장, 윤대진(57·25기) 사법연수원 부원장 등의 이름이 거론된다.
 
다만, 검찰 안팎에선 차기 총장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분위기가 적잖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지금 유력하게 거론되는 후보 모두 리더십 측면에선 후한 점수를 줄 수 없는 인물들”이라고 평가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누가 총장이 되든 고검장급 선배 검사들이 자리를 지켜 조직 안정에 기여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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