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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초선 56명 “문파 눈치 안 보겠다” 청와대에 직격탄

장철민·장경태·오영환·이소영·전용기 등 더불어민주당 2030 의원들이 9일 국회에서 당 쇄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장철민·장경태·오영환·이소영·전용기 등 더불어민주당 2030 의원들이 9일 국회에서 당 쇄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청와대와 당 지도부, 문파의 눈치를 보지 말고 소신 있게 나가자.”
 

긴급간담회서 선거 참패 분석
“과신·안일·오만한 기득권 정당”
당·정·청 지도부 겨냥 강력 비판

2030 의원 5명, 별도 입장문 내
“검찰개혁 국민의 공감대 잃어”

9일 4·7 재·보궐선거 참패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열린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의 긴급간담회에서는 그동안 당내에서는 좀처럼 들리지 않던 강경 발언들이 일제히 쏟아졌다. 이날 오전 여의도의 한 빌딩에는 민주당 초선 의원 56명이 모여들었다. 민주당은 소속 의원 174명 중 81명(46.6%)이 초선이다. 여당 초선 의원들이 한자리에 모인 건 지난해 5월 21대 국회 개원 이후 처음이다. “갑자기 잡힌 일정에도 50명 넘게 모인 것은 그간 당의 운영 방식에 누적된 불만이 컸다는 의미”라는 반응이 나왔다.
 
지난 1년간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독자적인 목소리 없이 당론만 충실히 따르는 모습을 보여 야당으로부터 “거수기” “초식동물”이란 비판을 받아 왔다. 하지만 이날 초선 의원들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이들은 3시간 이상 계속된 간담회 후 초선 의원 일동 명의로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번 선거에서 보여주신 국민의 질책을 아프게 받아들이고 통렬하게 반성한다. 민심은 옳다”는 말이 첫줄이었다.
 
초선 의원들은 이어 “어느새 민주당은 ‘기득권 정당’이 돼 있었다. 우리가 모든 걸 할 수 있다는 과신, 일단 시작하고 계획을 만들어가면 된다는 안일함, 그리고 우리의 과거를 내세워 모든 비판을 차단하고 나만 정의라고 고집하는 오만함이 민주당의 모습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했던 오영환·이소영·장경태·장철민·전용기 의원 등 당내 2030 의원 다섯 명은 별도의 입장문을 냈다. “참패 원인을 야당 탓, 언론 탓, 국민 탓, 청년 탓으로 돌리는 목소리에 저희는 동의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내 비판이 금기시되던 ‘조국 사태’에 대해서도 “조 전 장관이 검찰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검찰개혁은 국민의 공감대를 잃었다”고 토로했다.
 
비공개 간담회에선 당·정·청을 향한 강한 비판도 쏟아졌다고 한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30여 명이 자율 발언에 나선 가운데 ‘무능·내로남불·오만·위선’에 대한 반성에 더해 청와대와 당 지도부가 이견을 허용하지 않고 정책을 밀어붙인 데 대한 비판이 줄을 이었다. “열린우리당 때 ‘108번뇌’를 거론하며 초선들 입을 막으려는 지도부가 결국 민주당을 이렇게 만들었다”면서다. 일부 초선 의원은 “청와대 인사 원칙이 무너졌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친문 회전문 인사는 하지 말라고 청와대에 요구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인사권에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초선 의원들은 ‘더민초’(가칭)라는 모임을 정례화하고 오는 12일 다시 모이기로 했다. 초선 의원총회를 수시로 열고 자체 쇄신안도 준비해 지도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당내에선 향후 초선들의 움직임에 따라 당내 친문계 핵심 인사들과의 갈등이 커지고 당·청 간에도 격랑이 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실제로 이날 간담회에서 한 초선 의원은 일주일간 비대위원장을 맡은 도종환 의원이 친문계임을 지적하며 “이게 반성의 자세냐”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반면 일부 초선들 사이에선 “개혁 때문에 졌다고 하는 건 완전히 틀린 이야기”라는 주장도 나왔다. 김용민 의원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개혁 때문에 지지율이 떨어지고 최종적으로 졌다고 평가할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수진 의원(서울 동작을)도 페이스북에 “검찰개혁·언론개혁·사법개혁은 180석의 힘이 아니고선 다시는 기회가 없다고 본다. 중도층 눈치 본다는 명목과 그 정도 해도 된다는 오만함으로 개혁을 게을리한 민주당 지도부의 잘못과 실수도 크다”고 썼다.
 
이현출 건국대 교수는 “민주당 초선들이 쇄신 동력을 만드는 건 긍정적이지만 친문·친조국 성향의 초선이 적잖은 상황에서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실질적인 정책 변화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눈속임이라는 비판을 받게 되거나 내홍만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를 향한 비판은 이날 초선뿐 아니라 민주당 곳곳에서 제기됐다. 익명을 원한 여권 관계자는 “정책 기조는 대통령이 방향타를 틀지 않으면 바뀔 수 없다. 여당이 174석을 확보하고 있지만 여론이 돌아선 상태에서는 어떤 법안도 강행할 명분이 없다”며 “이런 폭풍우 속에서 기존의 기조를 고집하는 건 다 같이 죽자는 말과 같다”고 우려했다. 당내에선 “상황이 얼마나 엄중한지 제대로 인식하고 있었다면 최소한 쇄신용 개각이라도 발표했어야 했다”거나 “시간만 보내고 있다는 건 준비가 없었다는 뜻이고 이는 변화할 의지 자체가 없었음을 시인하는 것”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또 다른 여권 인사는 “2030의 이탈이 문제였다면 40대 총리론을 꺼내거나 부동산 정책이 문제였다면 실책을 인정하고 방향 전환이라도 선언했어야 했다”며 “하지만 청와대는 아직 아무런 플랜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선 ‘이번 패배가 내년 대선엔 약이 될 수 있을 것’이란 말도 나오는데, 이대로 조용히 넘어가면 내년 대선도 승산이 없다”고 우려했다.
 
‘문파’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 전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당이 강성 지지층의 요구를 다 받아주면서 스스로 지지층을 좁아지게 만들었다”며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더 이상 끌려만 다녀서는 희망이 없다”고 비판했다. 안병진 경희대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비록 실패했지만 대연정 등 레임덕 현상을 돌파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다”며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좀처럼 바꾸려 하지 않고 기존 노선만 고수하고 있다. 비유하면 ‘샌님 정치’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강태화·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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