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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우, 2차전지 소재 공급사슬로 포스코 혁신한다

미래 먹거리 발굴.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당장 풀어야 할 숙제다. 2018년 포스코 회장이 된 이후 그는 ‘미래 먹거리’를 찾고, 이를 포스코의 새로운 ‘성장동력화’하는 데 주력해 왔다. 이사회가 2018년 그를 회장으로 선임한 이유이기도 하다. 잇따른 사망 산재 등으로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연임 반대 목소리가 불거졌지만, 지난달 12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한 것도 결국 이 때문이다. 아직은 미래 먹거리의 성장동력화가 덜 됐으니 이를 마무리하라는 게 주주들의 뜻이다. 최 회장 본인도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들에게 서한을 보내 “전 사업 분야에서 혁신과 성장에 매진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업무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2024년 3월까지 3년 더 포스코를 이끈다.
 

‘신성장 동력’으로 체질 개선
탈탄소 바람에 철강 세계적 부진
회장 연임 뒤 새 먹거리 찾기 가속

양·음극재 생산, 원료 공급까지
수소환원제철소 개발에 10조 투입
산재 예방 위해 3년간 1조 투자도

최 회장은 부산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포스코에 입사해 감사·재무·경영전략 등 숫자와 전략, 조직문화를 다루는 부서에서 경력을 쌓은 재무·전략통(通)이다. 포스코건설,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케미칼 등 계열사를 두루 거친 덕분에 포스코 구석구석을 훤히 꿰고 있다. 그룹 전체의 사업구조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라는 얘기다. 경제부총리 출신인 김만제 전 회장 이후 첫 비(非)공학도 출신 회장이지만, 그는 스스로를 ‘철강업 전문가’라고 칭한다. 2018년 7월 회장 취임 직후 기자회견에선 “한 회사에서 30년 정도 일을 하면 그 업의 전문가”라며 “엔지니어 출신 CEO와 달리 제철소 공정에서 효율성이 떨어지는 부분을 상업적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고, 이를 통해 개선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이런 이력이 그가 주도하고 있는 포스코 변혁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최 회장은 2018년 11월 내놓은 ‘100대 개혁과제’에서 2030년 포스코의 철강·비철강·신성장사업의 수익 비중을 각각 40%, 40%, 20%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당시 그는 “철강사업에서의 수익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철강의 뒤를 잇는 강력한 성장엔진을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철강산업이 내리막길로 접어든 만큼 철강만으로는 더는 성장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액센츄어는 보고서에서 “세계 철강 수요는 매년 1.1%씩 증가해 2035년께 18억7000만 t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 철강 생산 가능 규모는 현재 수요를 훨씬 웃도는 23억 t에 이른다.
 
게다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의 철강업체가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이 같은 위기에 최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선점한 건 ‘2차전지 소재사업’이다. 최 회장은 2015년 가치경영실장 시절 포스코의 신성장 동력을 고민하며 리튬·양극재·음극재 등 2차전지 소재 분야에서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후 포스코케미칼(당시 포스코켐텍) 대표를 맡은 뒤 본격적으로 2차전지 소재사업을 집중 육성하기 시작했다. 최 회장은 2018년 7월 취임 기자회견에서 “신성장 사업은 우선 에너지 소재 분야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에너지 저장 소재에 들어가는 양극재와 음극재 그리고 전 단계인 원료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도 했다. 최 회장은 취임 직후 2차전지의 음극재와 양극재 사업을 각각 담당하던 포스코켐텍과 포스코ESM을 합병하고, 사명을 포스코케미칼로 변경했다. 또 2차전지 수요 증가에 대비해 포스코케미칼의 음극재 2공장을 증설했다.
 
최 회장은 단순히 2차전지 소재만 생산하는 게 아니라 원료까지 자체 공급망을 구축하는 ‘가치사슬’을 만드는 데도 속도를 내고 있다. 2차전지 소재는 포스코케미칼이 맡고, 2차전지 소재 원료는 포스코가 담당하는 식이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지난 2월 호주의 광산개발회사 블랙록마이닝의 탄자니아 흑연 프로젝트 지분 15%를 확보했다. 2차전지 소재사업이 순항하며 포스코케미칼 매출은 지난해 1조5000억원대로 올라섰다.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약 4500억원, 영업이익은 250억원가량으로 전년 동기 대비 모두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 덕에 코로나19 속에서도 이 회사 주가는 최근 1년 새 4배 가까이 올랐다.
 
최근 급부상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위해 수소환원제철소로의 전환도 서두르고 있다. 석탄환원제철소에선 철강 1t을 만드는데 이산화탄소 2t이 발생하지만, 수소환원제철소에선 탄소 배출이 없다. 이를 위해 2월 16일 현대차그룹과 수소환원제철 기술 협력이 포함된 ‘수소사업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최 회장은 이날 경북 포항 포스코 청송대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만나 제철소 내 수소전기차 도입과 수소충전소 구축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수소동맹을 맺었다. 2050년까지 모든 제철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제로(0)’로 만들어 친환경에 앞장선다는 게 목표다. 최 회장은 이를 위해 앞으로 1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그는 3월 주주총회에서 “앞으로 ESG 경영에 미래가 좌우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수소환원제철소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탄소 제품 개발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차전지 소재사업을 제외하곤 사실상 이제 사업을 구체화하거나 시작하는 단계여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 회장의 도전이 성공하려면 기술력 확보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철강업체 간 연대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김영호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ESG·탄소중립 정책은 중국의 독주를 막고 기술 장벽을 쌓는 일종의 대응책 성격이 있다. 수소환원제철소는 이제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글로벌 스탠더드와 주도권이 어느 방향으로 흐를지 불투명하다”며 “설비·연구 투자를 위한 충분한 현금 확보와 폭넓은 동맹 체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사업장 내 사고를 줄이는 것도 급선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에 따르면 2018~2020년까지 3년간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서 산재로 포스코와 협력사 직원 10여 명이 숨졌다. 올해 들어서도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포스코는 작업중지권 시행과 안전신문고 신설, 안전 스마트 인프라 확충 등에 집중하고 있다. 포스코 측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앞으로 3년간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며 “노후·부식 대형 배관 등 설비를 첨단화하고, 콘크리트·철골 구조물을 새로 설치하거나 보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석탄 대신 수소제철소, 글로벌 철강 업체도 ESG 바람
미국 네브라스카에 위치한 친환경 에너지 스타트업 모노리스의 상용 공장 모습. 미쓰비시 중공업은 지난해 12월 이 회사에 투자해 수소 기술 확보에 나섰다. [사진 모노리스]

미국 네브라스카에 위치한 친환경 에너지 스타트업 모노리스의 상용 공장 모습. 미쓰비시 중공업은 지난해 12월 이 회사에 투자해 수소 기술 확보에 나섰다. [사진 모노리스]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철강업계에도 ESG 바람이 불고 있다. 철강업계는 ‘수소’를 통해 ESG 경영에 대비하는 추세다. 쇳물을 만들 때 연료로 코크스 대신 수소를 사용해 탄소 배출량을 줄여 ESG 요건을 충족하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수소제철소다.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회사는 미쓰비시중공업이다. 포스코를 비롯한 대다수 철강업체가 아직 연구개발(R&D) 단계에 머물고 있는 데 비해 미쓰비시중공업은 연내 완공을 목표로 오스트리아에 세계 최대 규모의 수소제철소를 짓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그간 노르웨이·호주 등지의 수소 생산업체의 지분을 사들여 역량을 확보해 왔다. 올 1월에는 영국의 로열더치셸·스웨덴 바티폴과 손잡고 독일 함부르크에 수소발전소 시범 가동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수소 제조 기술 스타트업인 미국의 모노리스에 투자했다. 아르셀로미탈도 연내 독일에 수소제철소 건설에 나선다. 독일 SMS이나 이탈리아 다니엘리도 수소환원제철소에 쓰이는 설비·공정 개발에 착수했다. 일본의 신일본제철은 최근 수소 공급 인프라를 구축하는 한편 탄소 포집 프로젝트를 가동하는 중장기 경영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유럽 금융권은 이런 친환경 프로젝트에 대한 대출 지원도 하고 있다. 유럽투자은행(EIB)는 지난해 아르셀로미탈의 저탄소 제강 기술 개발 사업에 7500만 유로(약 1000억원)를 빌려줬다. 특히 유럽연합(EU)은 미래 소재·에너지 분야의 공급사슬에서 유럽이 제외됐다고 판단하고, 2차전지 부문에 대규모 지원을 펼칠 계획이다. 아르셀로미탈의 경우 건축 설계부터 자재, 건설, 완성까지 친환경 요소를 고려하는 ‘스텔리전스(Steligence)’란 건설 솔루션 브랜드를 내놓는 등 다방면으로도 접근하고 있다.
 
세계 철강시장의 53.3%(스태티스타, 2019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업체도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잇달아 감산에 나서며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정부 유관기관 주도로 탄소중립채권 시스템 구축, 탄소중립그린본드 발행에도 나섰다.
 
하지만 중국 업체의 ESG 역량은 아직 가장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채권 전문평가사 서스테이널리틱스는 최근 중국 바오산철강의 ESG 리스크를 가장 낮은 등급인 ‘심각한 위험’으로 평가했다. ESG 평가 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도 중국의 허베이강철에 최저 등급인 CCC등급을 부여했다.
 
MSCI는 포스코에 대해선 BBB등급을 매겼다. MSCI 등급 분류상 BBB등급은 총 7등급 중 4번째 등급이다. 철강업체 중에선 일본제철 만이 포스코와 동일한 등급을 받았고, 나머지 업체들은 모두 그 이하 등급을 받았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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