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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 진보'·'집콕 진보'는 없었다, 관악이 일깨워준 與의 착각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사거리에서 교통안전 봉사를 하고 있는 모습. 박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샤이 진보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했지만, 실제 개표 결과 숨은 민주당 지지층은 나타나지 않았다. 국회사진취재단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사거리에서 교통안전 봉사를 하고 있는 모습. 박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샤이 진보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했지만, 실제 개표 결과 숨은 민주당 지지층은 나타나지 않았다. 국회사진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해 온 ‘샤이(shy) 진보’(여론조사에 안 잡히는 진보층)는 없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57.5%)와 박영선 민주당 후보(39.2%)의 득표율 격차는 18.3% 포인트였다. 이는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격차보다 외려 늘어난 수치다. 지난달 30~31일 중앙일보·입소스 조사에서 오 후보는 50.4%, 박 후보는 35.7%로, 두 후보의 격차는 14.7% 포인트였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은 선거 막판까지 숨은 지지층의 존재를 자신했다. 박 후보는 지난 4일 “샤이 진보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고, 이낙연 전 대표도 투표일 전날(6일)까지 “말하지 않던 우리 지지자들이 말하기 시작했다”며 3%포인트 안팎 박빙 승부를 전망했다.
 
하지만 최종 개표 결과는 민주당의 참패였다. 호남 출신 유권자가 40%에 달한다는 서울 관악구에서도 오 후보가 51.0%를 얻어 박 후보(44.4%)를 6.6% 포인트 앞섰다. 이 지역 모든 동(洞) 단위에서 오 후보 승리였다. 양강 구도 선거에서 민주당이 서울 관악구의 모든 동에서 패배한 건 2007년 대선 이후 처음이다.
 
젊은 층이 많이 참여하는 사전투표 결과 역시 오 후보 승리였다. 오 후보는 사전투표에서 94만5278표(51.4%)를 얻어 박 후보(84만3231표·45.9%)를 5.5% 포인트 앞섰다. 박 후보는 25개 구 가운데 11개 구(종로·중랑·성북·강북·도봉·은평·서대문·강서·구로·금천·관악)에서 그나마 우위를 보여 격차를 줄였다. 민주당이 강세를 자신했던 호남 출신과 젊은 층 모두 ‘샤이 진보’는 없었다.
 

화를 자초한 민심 오독(誤讀)

 
4·7 재·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2일 점심시간. 종로구청 사전투표소에 시민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 더불어민주당은 자체 여론조사를 근거로 사전투표에서 우위를 자신했으나, 실제 개표된 사전투표 결과에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5.5% 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연합뉴스

4·7 재·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2일 점심시간. 종로구청 사전투표소에 시민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 더불어민주당은 자체 여론조사를 근거로 사전투표에서 우위를 자신했으나, 실제 개표된 사전투표 결과에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5.5% 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연합뉴스

민주당 내부에선 “선거운동 기간 내내 판세를 오독한 게 대패를 불러왔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게 사전투표일 마감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 분석이다.
 
지난 주말 실시된 당 자체 ARS 여론조사(비공개)에서 박 후보는 10%포인트 이상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사전투표에 참여했다”고 응답한 그룹에서 3%포인트 앞섰다는 결과에만 집중했고, 이런 추세가 본투표에서도 유지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6일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저희 당 후보에게 늘 유리했다. 서울과 부산 모두 크게 이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는 낙관론을 펼쳤다. 김종민 전 최고위원 역시 8일 “5% 포인트 정도 차이에서 지지 않겠나 예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표 결과에서 ‘샤이 진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뒤에는 “지지층이 투표장에 나오지 않아 패배했다”는 ‘집콕 진보’ 가설이 등장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층이 많은 지역이 투표율이 낮은 양상을 보였다”며 “저희 지지층 중에 많은 분들이 투표장에 안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58.2% 투표율…“‘집콕 진보’도 없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집콕 진보’ 가설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근거는 투표율이다. 평일에 치러진 4·7 서울시장 보선 투표율은 58.2%였다. 공휴일에 열린 최근 서울시장 선거 투표율(2014년 58.6%, 2018년 59.9%)과 별 차이가 없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만일 ‘집콕 진보’를 민주당 패인으로 설명하려면 정상 투표율이 70~80%는 되어야 한다는 비현실적인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며 “설득력이 떨어지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샤이 진보’나 ‘집콕 진보’ 같은 개념 자체가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7년 휴대전화 가상번호 제도를 도입한 이후 국내 전화 조사의 정확도가 크게 향상되면서,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표심의 오차가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김영원 숙명여대 통계학과 교수는 “전화 여론조사 대상이 실제 투표자와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지만, 휴대전화 가상번호 도입 이후 접촉률과 응답률을 꼼꼼히 챙기는 전화 여론조사는 그 정확성이 예전에 비해 몰라보게 향상됐다”고 말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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