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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투' '영끌'에 작년 가계가 끌어쓴 돈 173조로 '사상 최대'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 모습. 연합뉴스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에 지난해 가계가 끌어다 쓴 돈이 173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동학개미'와 '서학개미'로 나선 가계가 주식투자에 굴린 돈도 역대 최대치인 83조원에 달했다. 가계의 여윳돈도 지난해에만 100조원이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원금은 가계의 통장에 꽂혔지만 소비가 줄어든 영향이다. 
 
긴급 재난지원금 등을 지급하기 위해 정부는 여윳돈보다 더 많은 돈을 빌렸다. 지난해 정부가 빌린 돈 규모는 11년 만에 최대였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위축 속 기업도 회사 운영과 공장 가동을 위해 빚을 내면서 금융권에서 조달한 돈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경제 주체별 재무제표를 단순히 요약하면 이렇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20년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부문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83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64조2000억원)보다 19조3000억원이 늘었다. 
 
자금순환은 국가 경제 전체의 재무제표성 통계로 경제 주체 간 자금흐름을 파악한 것이다. 순자금운용은 예금·보험·주식투자 등으로 굴리는 돈(운용자금)에서 빌린 돈(조달자금)을 뺀 액수로 일종의 여유자금으로 볼 수 있다. 운용자금이 조달자금보다 많으면 ‘순자금운용’, 조달자금이 많아 음(-)의 숫자가 나올 경우 ‘순자금조달’이 된다.  
 

가계 여윳돈과 자금조달 규모 사상 최대

가계 및 비영리단체 자금조달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가계 및 비영리단체 자금조달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지난해 가계의 자금운용(365조6000억원)과 조달액(173조5000억원)은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192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92조2000억원)보다 100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2009년 통계 편제 이후 사상 최대 규모다. 이전 증가 규모 최대치인 2015년(95조원)보다도 100조원가량 많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코로나19 지원금 등으로 가계의 이전소득이 늘어났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대면 서비스를 중심으로 소비가 감소하면서 순운용 규모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계의 ‘빚투’와 ‘영끌’은 수치로 확인됐다. 지난해 가계의 자금조달 규모는 사상 최대인 173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84조3000억원 증가했다. 종전 최대치인 2016년(144조1000억원)보다도 50조원이 많다. 금융권에서 끌어다 쓴 돈만 171조7000억원에 이른다.
 
가계의 여윳돈은 단기성 자금뿐만 아니라 주식 등 고수익 금융자산에 흘러들었다. 가계가 지난해 국내 주식(63조2000억원)과 해외 주식(20조1000억원) 투자에 굴린 돈(투자펀드 제외)만 83조3000억원에 이른다. 가계의 결제성 예금은 42조4000억원이 늘어 통계편제 이후 최대수준을 기록했다. 
 
그 결과 가계 보유 금융자산 중 주식과 투자펀드 비율은 18.1%(2019년)→21.8%(2020년)로 1년 만에 3.7%포인트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예금(42.6→41.1%)과 채권(3.6→3.4%)은 모두 비중이 줄었다.
 
가계가 금융권에서 조달한 금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가계의 부채 위험도 커졌다.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1년 새 2.12배→2.21배로 확대됐다.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는 유동화해서 갚을 수 있는 자산 대비 부채를 보는 지표로, 높을수록 부채의 위험이 크다고 해석한다.
 

코로나 지원금 여파로 정부 빌려다 쓴 돈 사상 최대

국내 경제부문별 순자금운용 규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내 경제부문별 순자금운용 규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자금 조달을 늘린 곳은 가계만이 아니다. 지난해 정부는 굴리는 돈보다 빌리는 돈이 더 많아졌다. 코로나19 지원금 등의 여파로 순자금운용에서 순자금조달로 돌아선 것이다. 정부가 순자금조달을 기록한 것은 세계금융위기 당시의 2009년 이후 11년 만이다.
 
정부가 금융권에서 끌어다 쓴 돈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정부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27조1000억원으로 통계편제 이후 가장 많았다. 이전 최대치인 2009년(15조원)보다 약 12조원 많다. 지난해 정부의 자금조달(141조5000억원)과 자금운용(114조4000억원)도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재난지원금 등의 정책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채를 찍어낸 영향이 컸다. 지난해 정부의 자금조달 순발행(발행-상환) 규모는 141조5000억원으로, 1년 전(48조3000억원)보다 100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재난지원금 등의 재원 마련을 위해 이전 지출이 늘어나며 정부가 돈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며 “정부 재원 마련은 세금을 걷거나 국채 발행으로 이뤄지는 데 자금순환에는 국채 발행만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기업 자금 수요 사상 최대…“운전자금·시설자금 때문”

제조업 공장들의 모습. 연합뉴스

제조업 공장들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기업의 자금 수요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비금융법인기업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88조3000억원으로, 종전 최대치인 74조6000억원(2011년)보다 14조원이 많았다. 기업의 자금조달(269조원)과 자금운용(180조7000억원)도 통계편제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전기전자 업종을 중심으로 (기업의) 영업이익은 개선됐지만, 단기 운전자금과 장기 시설자금의 수요가 커지며 순조달 규모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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