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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지금 지구는 강제 해빙기…‘잔인한 사월’오나

기자
윤경재 사진 윤경재

[더,오래] 윤경재의 나도 시인(81)

사월 하고도 그 어느 날. 온통 꽃비가 내리는 날. [사진 윤경재]

사월 하고도 그 어느 날. 온통 꽃비가 내리는 날. [사진 윤경재]

 
사월 하고도 그 어느 날
 
겨우내 그리움으로 상기되었던
연분홍 귀밑머리
차오르는 가쁜 숨을 봄의 세례수가 적셔줍니다
 
온몸을 간질이는 봄비에 길들여진
꽃잎도 꽃비가 되어보기로 했다나요
 
허공의 떨림으로 하늘과 땅을 두드려
단심의 침묵을 열어 보입니다
 
흘러내리는 먹먹함을 뒤로하고
한 번도 혼자인 적 없었다는 듯
펄럭이는 촛불처럼
뻐근한 생명을 잣더군요
 
한 사나흘 피었다가 져도
꽃 그림자 어른거리는
당신과 나 사이에
어슷한 부활의 몸짓만이
부수어지기 쉬운 아름다움을
찰나에서 영원으로 간직합니다
 
사월 하고도 그 어느 날
온통 꽃비가 내리는 날은
 
꽃 진자리의 뿌연 초록을 눈에 새기라며
당신은 꽃비가 되어 어깨 위에 내려앉았습니다  
 
해설
우리에겐 4.19 혁명과 세월호 침몰 사건이 뇌리에 깊이 새겨 있다. TS 엘리엇의 시구처럼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사진 윤경재]

우리에겐 4.19 혁명과 세월호 침몰 사건이 뇌리에 깊이 새겨 있다. TS 엘리엇의 시구처럼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사진 윤경재]

 
해마다 4월이 되면 유난히 생각나는 사건과 인물이 많다. 우리에겐 4.19 혁명과 세월호 침몰 사건이 뇌리에 깊이 새겨 있다. TS 엘리엇의 시구처럼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긴 겨울방학을 끝내고 새 학기를 시작할 때 학생들 모임과 활동이 늘어나서 큰 사건사고의 피해자가 되었다. 2014년 4월16일 아침 8시 49분 어린 생명을 태운 그 커다란 배가 바다 속으로 침몰하는 장면을 속절없이 바라만 보았다. 찢어지는 안타까움에 소리죽여 울음을 삼켰다. 아마 이 트라우마는 오래토록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결국 우리 사회가 성숙하지 못해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안전 불감증과 각자 맡은 책임을 소홀히 한 무책임이 일으킨 총체적 불행이었다. 마치 겨우내 언 땅이 녹으면 기초가 부실해져 무너지기 쉬운 이치와 닮았다.
 
이런 사건이 벌어지면 그 원인을 찾는다. 여러 의견이 분분하다. 최종적으로 인간의 본성 문제에 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인간의 본성이 선한지, 악한지 그도 아니면 모순적으로 혼합되었는지 살피게 된다. 한동안 ‘이기적 유전자’라는 개념 아래 자조 섞인 성찰이 인간의 이해를 주도하였다. 그 실례로 대량으로 벌어진 국가 간 전쟁과 인종 학살, 이방인 혐오 사건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 본성이 그렇게 악하지만은 않다고 밝혀졌다. 우리에게 무언가 약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방향만 잘 잡으면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한다.
 
지구는 지금 강제로 해빙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인간이 가장 잔인한 사월을 향해 스스로 뜀박질하는 중이다. 단체로 바닷물 속에 가라앉는 사고를 당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사진 pixnio]

지구는 지금 강제로 해빙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인간이 가장 잔인한 사월을 향해 스스로 뜀박질하는 중이다. 단체로 바닷물 속에 가라앉는 사고를 당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사진 pixnio]

 
생명의 역사를 38억 년으로 잡으면 최근에 출현한 호모 사피엔스 종이 그나마 많이 길들여진 종이라고 한다. 유인원이 진화된 600만 년 전을 기점으로 갈라진 오랑우탄, 고릴라, 침팬지, 보노보 등과 비교하면 인간 종에서 호모 사피엔스가 가장 사회성이 있으며 공감하는 능력이 많고 잘 길들여졌다고 한다. 특히 침팬지는 하루하루가 폭력과 싸움으로 지샌다.
 
호모 사피엔스가 길들여졌다는 말이 마치 제3의 어떤 존재가 있어서 길들였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생명은 환경에 스스로 길들여지는 선택을 할 수 있다고 한다.
 
3만~5만 년 전만해도 호모 사피엔스와 공존했던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한 이유도 가혹한 빙하기를 헤쳐 나가는데 사회적으로 협동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크단다. 그들은 현생 인류보다 골격과 몸집, 두뇌가 더 컸다고 한다. 구석기 시대를 같이 지냈으며 불과 도구를 사용했고, 음식을 조리하여 가족과 나누어 먹었으며 육식을 했다. 죽음을 슬퍼하여 묘를 만들기도 했다. 다만 동굴벽화는 그릴 줄 몰랐고 동료들과 수렵생활하면서 발생하는 갈등과 분노를 억제하고 소통하는데 서툴렀다고 한다. 그 집단의 크기도 아주 작았다.
 
이와 달리 호모 사피엔스는 공감 언어를 통해 갈등을 해소할 줄 알았다. 인식의 유동성이 컸다. 초기 인류는 아마 자폐증 비슷한 상태에서 살았을 것이다. 최근의 뇌과학에 따르면 감각은 과잉인데 상황을 예측하는 힘이 떨어지는 상태를 자폐증이라고 한다.
 
서로 길들여진다는 건 직접적 폭력보다 공감을 우선하고 부끄러움을 알며 미래의 이익을 위해 당장의 손해와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눈의 흰자위를 타인에게 보여주어 자기가 지금 무엇을 보는지 전달한다. 발달한 입 주위근육을 미소 짓는데 사용하였고 부끄러운 짓을 했을 땐 볼이 빨갛게 상기된다.
 
같은 종에서 더 길들여지면 점점 몸집이 작아지고 두뇌 용적이 줄어든다. 얼굴 윤곽은 부드러워진다. 타인과 친밀감이 증가한다. 한마디로 외형과 성질이 좀 더 어려지고 암컷화한다는 말이다.
 
촛불은 혼자서 켜진 적이 없다. 누군가가 심지에 불을 붙여 밝힌 것이다. 그 누군가는 바로 나다. [사진 pixabay]

촛불은 혼자서 켜진 적이 없다. 누군가가 심지에 불을 붙여 밝힌 것이다. 그 누군가는 바로 나다. [사진 pixabay]

 
인간은 자연을 이해하고 이용하는 기술을 발휘한다. 언어를 통해 사회적 인식을 사용하게 되었다. 그중에 가장 큰 혜택은 인간이 은유를 이해하게 된 점이다. 은유는 시에서처럼 서로 직접 관련이 없는 대상을 동등하게 비유하여 이해를 넓히는 기능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추상화, 형상화할 수 있게 되었다.
 
지식이 축적된 호모 사피엔스는 은유와 상징 언어, 집단지향성을 통해 바늘과 같은 획기적인 발명품을 만들어 냈다. 바늘로 가죽옷을 지어입고 집단 전체가 빙하기를 견뎌냈다. 이처럼 천재적 아이디어는 늘 협업을 통한 집단두뇌에 의해 발명되고 전달되는 법이다. 호모 사피엔스만이 이 과업을 이루었다. 오늘날엔 수십억 명의 인류도 하나가 되는 길을 열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 유전자는 아직도 200만 년 전 수렵채집 시기의 기억을 전달한다. 배가 불러도 여전히 음식을 먹어 열량을 저장하며 공포에 맹목적으로 반응한다. 인간의 지성이 골고루 퍼지기 시작한지는 겨우 200년에 지나지 않는다. 여전히 모르는 게 아는 것보다 많다. 지구 평화공존을 위해 아직도 나아갈 길이 멀었다.
 
인류에게 닥친 가장 큰 문제는 경제난과 전쟁, 인간 간의 갈등보다 지구 환경의 온난화이다. 호모 족이 탄생한 건 홍적세 빙하기 덕분이었다. 해양의 온도가 단 몇 도만 높아져도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오르며, 대기의 산소분압에 변화가 생긴다. 화석연료를 태운 지 겨우 300년 만에 지구 온도가 급상승했다. 수천만 년에 걸친 변화를 고작 300년이란 기간에 엉망으로 만들었다. 그동안 지구 전체 환경보다 당장의 편리함에 빠졌었다. 오늘만 살고 말 것처럼 행동했다.
 
지구는 지금 강제로 해빙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인간이 가장 잔인한 사월을 향해 스스로 뜀박질하는 중이다. 단체로 바닷물 속에 가라앉는 사고를 당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이런 상황과 지식을 모든 사람이 알아야한다.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해결책을 연구하고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 단순한 희망이 아니라 당면한 문제를 인식하고 개개인이 실천해야 하는 사항을 자각해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인간의 본성을 잘 몰랐던 점이 있다. 인간을 움직이려면 경제적 이득이나 보상, 아니면 강제력을 동원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은 각자가 스스로 동기 부여를 했을 때 더 큰 힘을 발휘하였다. 내적 동기가 더 중요하다. 우선 이 점부터 깨닫고 첫 발걸음을 떼자.
 
촛불은 혼자서 켜진 적이 없다. 누군가가 심지에 불을 붙여 밝힌 것이다. 그 누군가는 바로 나다.
 
 
 
한의원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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