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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9만9000원 서비스의 효용

최지영 경제산업 부디렉터

최지영 경제산업 부디렉터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로 어수선한 와중에 중요도보다 상대적으로 조용히 묻히고 있는 사안이 있다. 아무리 유료 서비스, 구독 서비스가 요즘 플랫폼 기업의 대세라지만 이번 것은 꽤 비싸다. 한 달에 9만9000원을 내야 한다. 그것도 심심풀이 땅콩을 위한 것이 아닌 생업과 관련된 서비스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달 중순 택시 기사를 대상으로 내놓은 ‘프로 멤버십’ 얘기다.
 

원하는 목적지 승객 먼저 알려주는
카카오모빌리티 택시 유료 멤버십
플랫폼 기업 유료화 모델 논쟁 촉발
시장 80% 장악, 요금 적정성 살펴야

원하는 목적지로 가려는 고객의 호출을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인 ‘목적지 부스터’가 핵심이다. 예를 들어 멤버십 가입 기사가 ‘광화문’을 목적지로 설정하면, 주변의 광화문행 호출을 해당 기사에 먼저 띄워주는 식이다. 고객이 많이 몰려있는 지역을 보여주거나, 단골 고객이 택시를 찾으면 알려주는 기능도 있다. 회사가 그간 구축해온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분석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하는 다양한 기능이 많다고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설명한다.
 
모집 예정된 2만명은 사흘 만에 순식간에 마감됐다. 그 돈을 내고서라도 콜을 먼저 받지 않으면 수입이 깎일 거라고 생각한 개인택시 기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몰렸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다시 이번엔 가입 인원을 제한하지 않고 유료 멤버십 모집에 나섰다. 하지만 ‘먼저’ 승객의 콜을 받을 수 있는 경쟁자가 주변에 숱하게 있다면 과연 ‘먼저’ 콜을 받을 수 있을까. 한 달 9만9000원이 제 돈값을 못할 확률이 현재로썬 높다. 이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일반 소비자가 아닌, 비즈니스 대상 B2B 서비스고, 기능이 다양해 이용료를 그렇게 설정했다”며 “목적지 부스터는 기능 중 하나에 지나지 않으며, 콜을 못받아 낙오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택시들은 단단히 뿔이 났다. 안 그래도 코로나19로 지난해 한 달 평균 수입이 약 270만원(서울시 중형택시 기준)에 그쳤는데, 그중 9만9000원을 내야 한다고 해서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 4개 단체는 7일 “카카오모빌리티의 시장 독점에 대한 대책 수립과 함께 일방적인 택시 호출 서비스 유료화에 대한 법령 정비 등을 강구하라”는 건의서를 국토교통부에 냈다. 이영덕 전국법인택시 상무는 “문제는 가뜩이나 손님이 준 택시 기사들에겐 선택지가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에 대해 무료 체험 기간 중, 기사들의 영업 패턴을 파악해 한 달 9만9000원 외에 맞춤형 상품들로 다변화해 나가는 것에 대해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서소문 포럼 4/8

서소문 포럼 4/8

택시들이 말하는 독점 구도란 전국 택시 기사의 80%가 넘는 23만여명이 카카오T 택시 앱을 쓰는 상황을 말한다. 압도적인 점유율이다. 카카오T를 이용해 택시를 호출하는 소비자도 2800만명. 국민 둘 중 하나 꼴이다.
 
기업은 자선단체가 아니다. 재원을 마련해 투자도 계속해야 한다. 우버와 티맵이 손잡은 우티가 뛰어드는 등 모빌리티 시장에 경쟁도 생겨나고 있다. 이 시장에선 현재 가장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수익 구조가 택시 대상 유료화 모델이다. 앱 안에 광고를 보여주거나, 서비스 연계 보험상품 제공 등이 있지만 매출이 미미하다. 주차, 내비게이션, 자율주행, 마이크로 모빌리티 등 ‘이동하는 모든 것’을 묶는 큰 그림도 아직은 진행형이다. 투자를 계속하면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적자는 2017년 106억원에서 지난해 351억원으로 늘었다.
 
한 달 9만9000원짜리 서비스는 빠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 이 회사가 기업 공개를 꾀하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는 업계 분석이 많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TPG는 2017년 5000억원을 카카오모빌리티에 투자하면서 4년후 상장을 추진한다는 조건을 내건 걸로 알려져 있다.
 
이 상황이 비단 택시와 카카오모빌리티 간의 일일까. 그렇지 않다. 무료로 사용자를 끌어모아 독점적 위치를 구축한 후, 필수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하는 플랫폼 기업의 수익 모델이 현실화한 대표적 사례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도 가입자가 2억명을 넘어서자 세계 각국에서 요금을 인상하고, 계정 공유를 막으며, 한 달 무료 체험 서비스를 없애고 있다.
 
플랫폼의 독점이 소비자에게 많은 효용을 가져다 준다는 찬성 논리도 꽤 많다. 미국 페이팔 공동창업자 피터 틸도 “독점 기업이 가장 효율적으로 사업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용자에게 과도한 부담이 발생한다면 그건 다른 문제다. 압도적인 시장 장악력을 바탕으로 한 고액의 유료화가 적절한 검토 없이 넘어간다면 플랫폼 생태계에도, 소비자에게도 마이너스다.
 
최지영 경제산업부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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