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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人들] 800살 곱향나무를 아시나요?

봄은 나무들이 기지개를 켜면서 시작된다. 마른 가지 끝에서 새순이 피어나고 거친 몸통에도 활기가 돈다. 봄은 그렇게 다가온다. 봄이 오면 유난히 바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아픈 나무를 진단·치료하는 나무의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장)진영이 만난 사람(人) - 장인들 두번째, 나무의사 이야기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나무를 향해 고개 숙이며 ‘왔습니다!’라고 먼저 인사합니다. 내가 다가가도 되는지 물어보는 거죠”

 
 
나무의사 문성철 원장(왼쪽)이 전남 순천 송광사 천자암에 있는 천년기념물 쌍향수를 진단하고 있다.

나무의사 문성철 원장(왼쪽)이 전남 순천 송광사 천자암에 있는 천년기념물 쌍향수를 진단하고 있다.

문성철(47) 우리나무병원 원장은 20년 차 베테랑 나무의사다. 대학에서 산림자원학을 전공하고 수목보호 기술자와 천연기념물 치료를 위해 필수인 문화재 수리 기술자 자격증도 취득했다. 지난달 26일 전라남도 순천시 송광사 천자암에서 만난 문 원장은 천연기념물 제88호 쌍향수(곱향나무)를 치료하고 있었다. 수령 800년의 쌍향수는 고려 시대 보조국사와 담당국사의 지팡이가 뿌리내렸다는 전설을 가진 향나무다. 이날은 치료받은 지 30년이 넘은 쌍향수의 보수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쌍향수는 줄기가 실타래처럼 꼬여있는게 특징이며 향나무 두 그루가 나란히 위치한다. 12m 높이로 수령은 800년으로 추정된다.

쌍향수는 줄기가 실타래처럼 꼬여있는게 특징이며 향나무 두 그루가 나란히 위치한다. 12m 높이로 수령은 800년으로 추정된다.

쌍향수의 치료는 앞으로 약 2년간 진행될 예정이다.

쌍향수의 치료는 앞으로 약 2년간 진행될 예정이다.

 
 
쌍향수의 치료는 썩은 부위를 긁어내는 ‘부후부 제거’ - ‘살균, 살충’ - 죽은 부위에 대한 ‘방부처리’ 작업 - 인공수피를 입혀 나무 안으로 빗물이 들어가지 않게 하는 ‘방수처리’로 진행된다. 30년 전 치료했던 쌍향수를 추적, 관찰하며 갈라짐 등의 증상이 보이자 치료를 진행하게 된 것이다. 이번 치료에 대해 문 원장은 “사람으로 치면 치아의 썩은 부위를 긁어내고 메꾸는 치료라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썩은 부위를 긁어내는 부후부제거 작업.

썩은 부위를 긁어내는 부후부제거 작업.

방수작업

방수작업

 
문 원장이 쌍향수의 상태 확인을 위해 표피수분체크를 하고 있다.

문 원장이 쌍향수의 상태 확인을 위해 표피수분체크를 하고 있다.

쌍향수 앞에 선 문 원장, 장진삼·윤철우 문화재수리기술자, 권경안 나무의사(오른쪽부터). 나무의사는 혼자서는 활동하기 힘들다. 기술을 펼치는 전문분야도 다르고 독단적인 의견은 오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 원장과 함께 쌍향수를 치료하고 있는 동료들.

쌍향수 앞에 선 문 원장, 장진삼·윤철우 문화재수리기술자, 권경안 나무의사(오른쪽부터). 나무의사는 혼자서는 활동하기 힘들다. 기술을 펼치는 전문분야도 다르고 독단적인 의견은 오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 원장과 함께 쌍향수를 치료하고 있는 동료들.

나무 치료는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를 얻기 힘들다. 병들게 하는 여러 원인에 대해 생각하고 진행 상태에 따라 치료 방법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나무 하나를 치료하는데 4년의 세월이 걸리기도 한다고 했다. 이에 문 원장은 “나무는 매우 더디게 회복합니다. 아픈 원인도 다양해서 여러 전문가와 시간을 두고 논의해야 합니다. 나의 주관이 강할수록 오진의 확률도 높아지거든요”라고 말하며 그래도 나무의사만이 알 수 있는 치료 효과를 확인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스트레스를 최소로 줄이며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천 옹진군 소이작도 검팽나무 군락지.

인천 옹진군 소이작도 검팽나무 군락지.

지난달 31일에는 인천 옹진군 소이작도 검팽나무 치료현장에 동행했다. 팽나무 중에서도 흔치 않은 검팽나무 군락지에는 수령 약 600년의 보호수 6주도 포함되어 있다. 이날은 지난해 태풍으로 피해를 본 나무들에 대해 가지치기와 영양제 주사 등의 치료작업이 진행됐다. 그런데 가지치기한 나무의 모습이 영 어색해 보였다. 흔히 보던 매끈한 ‘조경’의 모습이 아니었다. 치료로서의 가지치기는 성장에 방해되는 부분만 쳐낸다고 했다. 나무의 통풍과 채광이 주목적이기 때문이다.  
 
 

나무를 아프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은 사람입니다”

 
문 원장이 검팽나무에 영양제를 주사하고 있다.

문 원장이 검팽나무에 영양제를 주사하고 있다.

치료로서의 가지치기는 나무의 성장을 방해하는 가지만 제거하기에 보기 좋게 만드는 조경과 차이점이 있다.

치료로서의 가지치기는 나무의 성장을 방해하는 가지만 제거하기에 보기 좋게 만드는 조경과 차이점이 있다.

문 원장(왼쪽)과 권경안 나무의사가 검팽나무 치료과정을 의논하고 있다.

문 원장(왼쪽)과 권경안 나무의사가 검팽나무 치료과정을 의논하고 있다.

 
문 원장은 "나무를 가장 아프게하는 존재는 사람"이라며 나무성장의 방해요인을 할 수 있는 만큼 제거해주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지켜보는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 원장은 "나무를 가장 아프게하는 존재는 사람"이라며 나무성장의 방해요인을 할 수 있는 만큼 제거해주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지켜보는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 원장은 나무 스스로 기운을 차릴 수 있게 도와주는 게 나무의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예뻐서 만지고, 잘 자라라고 물을 많이 주거나 방치해서 죽이기도 합니다. 나무에는 과하지도, 멀리하지도 않는 적당한 거리 두기가 필요합니다”라며 나무에 해를 끼치는 요소를 줄여 잘 살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자주 들여다보며 합병증을 줄이는 진료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후에는 나무를 믿는 거죠. 제가 살린 게 아니라 나무 스스로 살아날 수 있게 말이죠”
 
 
나무의사제도
수목 진료에 있어서 지난 2018년부터 부적절한 약물사용을 줄이고자 산림보호법 제21조의6에 따른 나무의사 자격증을 받은 사람만이 수목의 피해를 진단·처방하는 등의 치료행위를 시행할 수 있도록 도입한 제도(본인 소유 수목 제외). 나무의사는 150시간 이상의 교육을 이수하고 한국임업진흥원에서 시행하는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사진·글·동영상 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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