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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당 만든 87년생 그녀, 강남역에서 '강남해체' 외치다

서울특별시장 선거 벽보에 즐비한 12명의 후보를 보셨죠. 거대 양당을 빼면 낯선 후보, 작은 목소리들입니다. 중앙일보 2030 기자들이 3040 후보들을 만나봤습니다. 서울시민에게 전하는 그들의 신념과 열정의 출사표를 소개합니다.
 

"강남 해체! 평등 서울!" 

지난 1일 오후 6시 강남역 11번 출구. 4·7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 출마한 기호 12번 송명숙(34) 진보당 후보는 강남의 한복판에서 '강남 해체'를 외치고 있었다. 빨간색 홍보 판에 폭발하는 듯한 하얀색 ‘강남 해체’ 글귀가 퇴근길 시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조용신 진보당 공동대표가 용산참사로 숨진 이들의 절규를 떠올리며 쓴 캘리그래피라고 한다. 

[서울시장 3040후보]
기호⑫ 송명숙 진보당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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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송명숙 진보당 후보가 1일 오후 6시 강남역 11번 출구 앞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선거 캠프에 참여한 이들은 ″강남해체 평등서울″을 외쳤다. 함민정 기자

4.7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송명숙 진보당 후보가 1일 오후 6시 강남역 11번 출구 앞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선거 캠프에 참여한 이들은 ″강남해체 평등서울″을 외쳤다. 함민정 기자

강남 해체=상위 1% 집중 해소

강남의 중심에서 강남 해체를 외친 이유는 뭘까. 송 후보는 "서울에서 강남은 부와 권력의 불평등을 상징한다. 70년대부터 부동산 불로소득의 상징이었고 스카이캐슬로 대표되는 교육 불평등의 모델이기도 했다"며 "강남 해체는 상위 1%에 집중된 주거·교육·경제 격차를 해소해 모두가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서울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했다.
 
공약 1순위는 부동산 특권 해체다. 집을 소유와 투기의 대상이 아닌,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사용하는 개념으로 전환한다는 거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최근의 LH 사태를 지켜본 국민의 분노를 반영한 시대적 요구라는 입장이다. 이번 선거에선 득표율 ‘마의 3%'를 넘는 게 목표다. 그간 서울시장 선거에서 2010년 고(故) 노회찬 의원이 3.26% 득표율을 얻은 것을 제외하고 진보 정당이 3% 득표율을 넘은 적이 없어서 불리는 이름이다.
 
이날 강남역 11번 출구에선 송 후보의 얼굴을 보지 않고 지나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한 시민은 "누군지 모르겠다”며 “강남역 앞에서 왜 하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김모(23)씨는 “이름은 처음 듣지만, 청년 후보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송 후보는 “몰라보시는 분들이 많지만, 지난해 4·15 총선 때보다는 인지도가 높아진 것 같다”고 했다.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송명숙 진보당 후보의 홍보 포스터. 송 후보가 타고다니는 차량 앞에 붙어있다. 함민정 기자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송명숙 진보당 후보의 홍보 포스터. 송 후보가 타고다니는 차량 앞에 붙어있다. 함민정 기자

2016년엔 흙수저당 창당

송 후보는 대학생 때 ‘반값 등록금’ 시위에 나섰고, 세월호 집회에 앞장섰다. 2016년에는 ‘흙수저당’을 창당했다. 부모의 경제적 도움을 받지 못하는 청년 세대들이 직접 정치활동을 통해 문제 해결을 하자는 시도였다. 2018년 지방선거 때는 관악구 의원에 출마했고 지난해 4·15 총선 때도 관악구에 출마해 모두 당선에 실패했다.
 
이날 오전 송 후보는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을 만났다. 국내 최대 쪽방 밀집 지역인 이곳을 2410가구가 들어서는 공공주택 단지로 탈바꿈시킨다는 게 정부의 지난 2월 발표다. 이날 주민들은 송 후보를 반기며 “쪽방촌 살려야 해. 잘해야 돼” “할 수 있다. 좋은 세상을 만들어달라”고 격려했다.
 
송 후보의 핵심 공약은 '집 사용권'이다. 양도·증여·매매가 불가한 공공임대주택을 무주택자에게 제공해 집을 '권리'로서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토지주택청을 운영해 주거권을 보장하게 된다. 영국 공공임대주택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또 공공택지와 역세권 공공개발 주택 민간분양 금지, 청년 월세 10만원 실현도 공약에 포함돼 있다.
4.7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송명숙 진보당 후보가 1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을 거닐며 인근에 위치한 쪽방촌을 둘러보고 있다. 함민정 기자

4.7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송명숙 진보당 후보가 1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을 거닐며 인근에 위치한 쪽방촌을 둘러보고 있다. 함민정 기자

성 평등 공약 등 서울시민 안전 중요

다음 일정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송 후보는 기자에게 에너지 음료를 건넸다. "최근 성차별 논란이 있었던 회사 제품이라 좀 그렇지만, (피로회복에) 효과는 아주 좋아요"라며 웃었다. 송 후보의 5대 공약 안에는 '성 평등 서울, 결혼하지 않아도 당당한 서울'이 포함됐다. 공공부문 성차별·성폭력 사건에 대응하는 독립기구 마련, 서울시 공무원 징계 규칙 내에 '2차 가해 금지 규정 신설' 등을 할 계획이다.
 
이날 오전 11시에는 용산구에 있는 미군기지 '캠프킴'을 찾았다. 지난해 12월 우리측으로 반환된 이곳은 환경부 산하 기관이 지난해 조사한 결과,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검출됐다. 환경부가 미군기지 반환 협상 전 실시한 ‘위해성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주거지역으로 사용될 경우 거주자가 100분의 2의 확률로 암에 걸릴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8월 정부는 캠프 킴을 공공택지로 지정해 3100호의 주거지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주민 최명희(41)씨는 초등학교 3학년 아들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 최씨는 “우리가 사는 지역에서 발암물질이 나왔는데도 주민 안전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것에 분노했다"며 "이번 서울시장 후보들은 아무도 이곳에 오지 않았는데, 송 후보는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고 했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송명숙 진보당 후보가 1일 서울 용산구 캠프킴 미군기지 앞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함민정 기자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송명숙 진보당 후보가 1일 서울 용산구 캠프킴 미군기지 앞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함민정 기자

용산참사 무관심 보고 정치 뛰어들어

송 후보는 ‘용산참사’를 계기로 정치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서울 한복판에서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도 충격이었지만, 어느 날 송 후보가 탄 버스에서 한 시민이 “데모는 왜 해서”라고 말하는 걸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그래도 사람이 숨졌는데 각박하고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억울한 죽음은 막고 싶어 정치를 시작했는데, 쉽지 않다는 걸 느끼고 있다”고 했다.
 
송 후보는 코로나19로 고용 충격을 받은 노동자들을 위해 안전망을 만들고 노점상 보호법을 제정하는 공약을 준비했다. ‘해고와 과로사 없는 서울’이 목표다. 그는 "지난해 택배 노동자분들이 과로사하는 일이 계속해서 일어났다. 죽어야만 세상에 알려지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분들의 목소리가 묻히지 않는 서울을 만드는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다.
 

유년시절 꿈 대통령…"작은 개혁자 되고파" 

송명숙 진보당 후보가 1일 기자에게 보여준 종이. 어린시절 본인이 적은 종이라고 한다. 함민정 기자

송명숙 진보당 후보가 1일 기자에게 보여준 종이. 어린시절 본인이 적은 종이라고 한다. 함민정 기자

송 후보는 기자에게 어린 시절 꿈이 ‘대통령’이었다고 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적은 글에는 '우리나라 정치를 살리고 싶다. 지금 우리나라 정치는 부정부패가 많다. 우리나라의 작은 개혁자가 되고 싶다'는 내용이 있었다. 지금의 꿈은 더 소박해졌다. 송 후보는 "지금의 정치는 불친절하다. 시민들이 쉽게 정치를 이용하고 참여하고 바꿀 수 있게 하고 싶다. 시민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세상을 바꿔나가는 것을 해내는 '재밌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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