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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빛 오태양,“현수막 얼굴 훼손 위협적이지만 맷집 생겨”

서울특별시장 선거 벽보에 즐비한 12명의 후보를 보셨죠. 거대 양당을 빼면 낯선 후보, 작은 목소리들입니다. 중앙일보 2030 기자들이 3040 후보들을 만나봤습니다. 서울시민에게 전하는 그들의 신념과 열정의 출사표를 소개합니다.
 

“존재하지만, 통계조차 없는 성 소수자를 드러내는 선거.”

오태양(46) 미래당 후보가 규정한 4·7 서울시장 선거의 의미다. 차별과 맞서 싸우다 세상을 떠난 트렌스젠더들을 위해 선거에 나섰기에 그의 출사표는 누군가의 죽음을 막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서울시장 3040후보]
기호⑧ 오태양 미래당 후보

 
오 후보는 서울시장이 되면 논란이 되고 있는 서울퀴어문화축제를 공식 후원하고 직접 참여하겠다고 했다. 20년 전 첫 ‘양심적 병역거부’로 소수자 인권 문제에 앞장섰던 그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무지개색' 서울시를 꿈꾼다. 
오태양 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달 31일 건대역 인근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함민정 기자

오태양 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달 31일 건대역 인근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함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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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소수자, 무지개 서울시장 꿈꾸다 

‘대한민국 역사상 첫 양심적 병역거부자 서울시장 후보’라고 자신을 소개한 오 후보의 출마는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2012년 총선에서 청년당 비례대표 후보로 나섰고, 지난해 4·15 총선 때 서울 광진을에 출마했다. 결과는 모두 낙선이었다. 또다시 출사표를 낸 오 후보는 “소수자들을 위해 작은 스피커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오 후보의 핵심 슬로건은 '이기는 소수자'다.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에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오 후보는 ‘진 것 같지만 이긴 사람’으로 불린다. 10년간 함께 활동한 우인철 미래당 정책국장이 붙인 별명이다. 그는 "오태양은 맨날 지는 사람인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고 보면 이겨있다"고 했다. 이어 "어려운 일도 재지 않고 자신의 삶을 완전히 던진다. 그가 말한 대로 소수자들이 이기는 세상이 올 거라 믿는다"고 했다.
오태양 미래당 서울시장 후보와 캠프 관계자들이 지난달 31일 건대역 인근에서 따릉이를 타며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함민정 기자

오태양 미래당 서울시장 후보와 캠프 관계자들이 지난달 31일 건대역 인근에서 따릉이를 타며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함민정 기자

“시민들 ‘차별감수성’ 바뀌어야”

지난달 31일 오후 5시 30분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에서 오 후보를 만났다. 광진구는 오 후보가 35년간 살아온 곳이자 지난해 4·15 총선 때의 패전지다. 그는 서울시 공유 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소수자의 권리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흔들었다. 몇몇 시민은 그를 알아봤다. 명함을 받은 시민 이모(41)씨는 "저번에 봤는데 잘 몰라서 뽑지는 않았다. 공약을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커플은 유세 차량을 보며 “퀴어축제 찬성한다는 후보”라고 속삭이며 지나갔다.
 
퀴어축제나 성 소수자에 대한 일반 시민의 불편한 감정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오 후보는 “이해한다. 광장의 퀴어축제를 부모의 입장에서 미성년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불편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다만 성숙한 시민의식이라면, 1년에 한 번 열리는 축제를 아예 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보다는 장소를 피해주는 방법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일반인들은 소수자와 비교했을 때 ‘선택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보지 않을 권리가 소수자 존재 부정

오 후보는 “일반 시민들은 단순히 ‘보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성 소수자 당사자들은 이것이 ‘자기 존재에 대한 부정’으로 느껴진다는 거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공영방송에 장애인이 등장하지 못했다. 시청자들이 보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하지만, 장애인 당사자들은 ‘TV에 장애인은 나오면 안 돼’라고 했던 게 ‘자기 존재의 부정’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오 후보는 ‘차별감수성’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기존에는 성 소수자를 ‘동성애 싫어’라고 바라봤던 걸 ‘그럴 수 있지’라고 용인하는 것에서 이제는 동성애를 사랑의 방식으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찬성, 반대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차별 감수성이 부족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 후보의 주요 공약은 소수자청·여성청·청년특별청 등 10대 청 신설이다. 권력이 시장에게 집중되는 것을 막고 ‘당사자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2011년 '청춘콘서트'를 기획한 그는 청년 문제에 관심이 깊다. 청년청을 청년특별청으로 승격하고, 청년들이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미래창업지원 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스스로를 '모태 무주택자'라고 밝힌 오 후보는 "청년들의 거주 현실을 너무 잘 알고 있다. 현재 집은 월세로 살고 있다. 7~8평 정도 되는 반지하"라고 했다.
오태양 서울시장 후보 캠프 관계자들이 지난달 31일 건대역 인근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캠프 관계자들은 이날 성 소수자를 상징하는 6색 무지개 깃발과 트렌스젠더를 상징하는 깃발을 들었다. 함민정 기자

오태양 서울시장 후보 캠프 관계자들이 지난달 31일 건대역 인근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캠프 관계자들은 이날 성 소수자를 상징하는 6색 무지개 깃발과 트렌스젠더를 상징하는 깃발을 들었다. 함민정 기자

현수막 20여개 훼손,“맷집 생겼다”

'차별 낙인'의 고통은 그를 정치의 길로 이끌었다. 학창시절의 꿈은 교사였다. 가난과 폭력을 겪다 보니 비슷한 아픔을 겪는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교대에 진학한 그는 교사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2001년 양심적 병역 거부를 했던 대가였다. 3년간 재판을 받았고 1년 6개월 동안 옥살이를 했다.
 
선언 이후엔 혐오와 위협이 일상이 됐다. 이번 선거 기간에도 7개 구에서 현수막 20여개가 훼손됐다고 한다. 오 후보는 “현수막에 있는 얼굴 밑의 목 부분을 칼로 긋거나, 라이터로 얼굴을 불태우기도 했다. 위협감을 느끼지만, 이번이 처음이 아니어서 맷집이 생겼다”고 담담히 말했다. 20년 전 양심적 병역거부 선언을 했을 때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했다.
 
험난한 길을 뚜벅뚜벅 걷는 이유는 뭘까. 오 후보는 “20년 전 양심적 병역 거부 당시 시민단체와 변호사분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고 '빚'으로 남아있다. 차별을 받는 소수자들에게 당시 받았던 힘을 이젠 나눠주고 싶다”고 말했다.
 

성 소수자 극단 선택은 '사회적 타살'

오태양 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달 31일 건대역 인근에서 트렌스젠더 관련 콘퍼런스를 온라인으로 듣고 있다. 함민정 기자

오태양 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달 31일 건대역 인근에서 트렌스젠더 관련 콘퍼런스를 온라인으로 듣고 있다. 함민정 기자

오 후보는 선거 운동을 끝낸 직후 카페에서 해외 트랜스젠더 정치인들이 참석한 콘퍼런스를 온라인으로 들었다. 이날은 트렌스젠더의 삶을 세상에 알리는 ‘트렌스젠더 가시화의 날’이었다.
 
그는 "정치인들이 생각 없이 던진 돌에 소수자들이 느끼는 상처는 깊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2월 "퀴어축제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지난달 12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기도 했다. 오 후보는 "성 소수자들을 향한 정치인들의 발언이 ‘사회적 타살’로 작용할 수 있다"며 "성 소수자들이 자기 존재를 부정당한다고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태양처럼 꼭 필요한 사람 되고파"

오 후보는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을 삶의 목표로 삼고 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이며 우리 삶에 꼭 필요한 태양처럼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자 한다. 특히 어려운 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서울시장의 1순위 자격으로 '인권 의식'을 말하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오 후보는 "서울 시민 누구나 평등하게 대우해야 한다. 성별·연령·학력 등으로 시민을 차별하는 건 시장 후보로서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오 후보는 "성 소수자들은 우리 이웃이지만 보이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그들을 손가락질하고 혐오하기 때문에 드러낼 용기를 못 갖는 것"이라며 "당사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내고 앞장설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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