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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대PC 열자 "조민이다!"…정경심 반격, 헌재 들고갔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게 된 ‘스모킹 건(smoking gun·결정적 증거)’ 중 하나가 동양대 강사 휴게실에서 검찰이 압수한 PC입니다. 이 PC에서 정 교수의 딸 조민 씨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턴십 확인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확인서, 동양대 총장 표창장 파일 등이 무더기로 발견됐습니다.

조국 2라운드③
동양대 PC 속 조민 자료는 누구 것?

 
정 교수 측이 이 PC의 ‘증거능력 뒤집기’에 나섰습니다. 지난 29일 항소심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컴퓨터 임의제출과 관련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예고하고 나선 겁니다. 위헌법률심판제청이란 특정 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헌법재판소가 심판해달라고 요청하는 제도입니다. 
 

검찰의 동양대 PC 압수 방식은 위법?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우상조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우상조 기자

 
정 교수 측이 문제삼은 법 조항은 형사소송법 218조로 ‘검사ㆍ사법경찰관은 소유자ㆍ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원래는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해야만 물품 압수가 가능하지만, 물건 주인이 자발적으로 제출에 동의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검찰은 이 조항을 바탕으로 지난 2019년 9월 10일 동양대 조교 김모 씨로부터 휴게실 PC를 영장 없이 제출받습니다. 정 교수 측은 1심에서 이 부분에 대한 문제 제기를 지속적으로 해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심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아예 헌법 재판소에 직접 시비를 가려달라고 한 겁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압수수색 당시 상황은 이렇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은 2019년 9월 3일 동양대를 한 차례 압수수색하고 일주일 뒤 다시 동양대를 찾습니다. 정 교수는 이 두 번째 압수수색 상황은 알지 못했고요. 압수수색 도중 한 검찰 수사관은 동양대 강사휴게실 문 뒷편에 있던 PC를 발견하고 동양대 조교 김모 씨에게 PC를 켜달라고 합니다.

 

동양대 조교가 PC 제출

2019년 9월 3일, 동양대 압수수색 하는 검찰.

2019년 9월 3일, 동양대 압수수색 하는 검찰.

2016년 12월부터 한 번도 전원이 켜지지 않았던 해당 PC에서는 조민 씨와 관련된 파일이 줄줄이 나왔습니다. 검찰 수사관이 “조민이다!” 라고 외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PC가 고장이 났고, 검찰은 이를 대검찰청으로 가져가기 위해 김씨와 동양대 행정지원처장 정모 씨에게 PC 임의제출을 요구했습니다. 김씨 등이 임의제출 동의서에 서명하면서 압수수색은 끝이 났습니다.

 
정 교수 측이 가장 크게 문제 삼는 부분은 조교 김씨가 PC를 검찰에 마음대로 제출할 권한이 있느냐 입니다. 우선 1심은 김씨가 PC의 ‘소유 내지 보관자’ 지위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강사 휴게실물품 관리 책임자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김씨 혼자서 휴게실 물품을 관리해왔던 점, 김씨가 전임자로부터 ‘강사휴게실 PC는 퇴직한 교수님이 두고 간 건데 반납할 거면 반납하고 아니면 알아서 처리하라’는 말을 들었던 점을 고려했습니다.

 
하지만 정 교수 측은 PC와 그 안에 들어 있는 ‘전자 정보’의 소유자를 별도로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검찰이 실질적으로 압수한 건 PC 안에 들어있는 조민씨와 관련된 자료라는 겁니다. 조교 김씨가 PC를 관리할 수는 있어도, 그 안에 조민 관련 자료까지 소유하거나 보관한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형사소송법상 임의제출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1심 "PC소유자= 파일 소유자" 

이에 대한 1심의 판단은 이렇습니다. ‘전자 정보는 무체물(無體物)이므로 그 소유나 점유를 판단할 때 저장되어 있는 매체의 소유나 점유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김씨는 강사휴게실 PC의 보관자 또는 소지자에 해당하므로, 검찰 수사관에게 강사휴게실 PC에 저장된 전자정보도 적법하게 제출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대해 정 교수 측은 PC의 내용물이나 성격을 따지지 않고 1심이 ‘PC의 소유자= 내용물 소유자’ 라고 못박은 건 문제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전자 정보까지 임의제출이 가능하게 한 형사소송법 조항 자체가 영장 없이 압수수색을 가능하게끔 하는 ‘편법’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위헌 주장을 들고 나온 겁니다. 앞서 지난 15일 열린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에도 “임의제출의 예외가 전자정보라는 특수성과 만나면서 검찰의 수사권 남용이 극대화된 전형적인 케이스가 정 교수 사건”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입시비리 증인 기각…줄어든 '반전 카드'

정 교수 측이 이렇게 PC 증거능력에 매달리는 게 놀랄 일은 아닙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영장 사본만 제시한다든가, 영장에 써있지 않은 물품까지 압수하는 등 검찰이 압수수색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재판에서 무죄가 난 사건들이 종종 생기곤 합니다. 특히 개인의 사생활 정보가 담긴 휴대전화나 컴퓨터에 대한 압수·수색·임의제출은 최근 들어 꽤나 자주 논란이 생기는 이슈입니다.
 
한편 변호인단이 이렇게 PC 증거능력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표창장과 인턴 확인서 위조 기록 등이 고스란히 담긴 증거들이 존재하다보니, 법리 다툼 만으로는 1심의 유죄 판결을 반전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죠. 항소심 재판부는 정 교수 측이 신청한 입시비리 관련 증인을 전부 기각해 불리한 진술을 뒤집기도 쉽지 않아졌습니다.
 
다만 정 교수 측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해도, 바로 헌재가 이를 들여다보는 건 아닙니다. 항소심 재판부가 해당 주장이 타당하다고 결정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건데요. 항소심 재판부는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까요. 다음 소식도 法ON이 충실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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