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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락의 한반도평화워치] 흘려보낸 기회, 다가오는 위기

한·미 2+2회의 엇박자

지난 1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의. 왼쪽부터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정의용 외교장관, 서욱 국방장관.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1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의. 왼쪽부터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정의용 외교장관, 서욱 국방장관. [사진공동취재단]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두 달 만에 전개한 대 중국 외교 공세는 알래스카 미·중 고위급 협의를 끝으로 일단 마무리되었다. 미국은 알래스카 협의에 앞서 일본·인도·호주 정상과의 쿼드(4개국 안보 협의체) 화상회의를 필두로 중국 몰이를 시작한 바 있다. 이어 국무·국방장관을 일본과 한국에 보내 2+2회의를 열고, 국방장관을 인도에 보내 동맹과 파트너를 규합하는 노력을 했다.
 

한국은 2+2회의에서 미국 주문 회피하고 미국도 한국에 호응 없어
일본은 모든 문제서 미국과 의견 일치하며 상호 신뢰 굳건히 해
북한 추가 도발 가능성 커지며 한·미·일 대북 압박 공조 강조될 듯
한국은 미·중 압박, 일본 냉대, 북한 도발의 삼각 파도 휘말릴 수도

이 과정에서 열린 한·미 2+2회의는 많은 논란과 화제를 남겼다. 한국은 미국의 주문에 회피적이었다. 그 결과 한·미 공동성명에 ‘중국’과 ‘비핵화’라는 단어가 빠졌다.
 
정부가 이런 대처를 한 배경에는 중국이나 북한을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대처를 해도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인식도 있었을 것이다. 정부 내에는 회의가 잘 되었는데, 언론이 내막을 모르고 비판을 한다는 생각이 다분해 보인다. 그런 류의 자기중심적인 인식은 한국 외교에서 생소한 게 아니다.
  
“전략적 모호성은 비용 크고 이익 없어”  
 
그러나 한·미 2+2회의에 대해서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회의 직후 나온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과 조셉 나이 하버드대 특별공로교수의 ‘한·미 동맹 보고서’도 “미·중 사이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한국의 외교 전략이 중국 편을 든다는 오해를 낳고 있는데, 이는 비용만 크고 이익은 없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두 사람은 균형 잡힌 탁견으로 명성이 높은 인사다.
 
한·미 2+2 협의를 평가할 때 참고할 만한 하나의 준거는 중국의 시각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일 2+2 결과를 두고 일본을 미국의 전략적 속국이라고 매도했으나, 한국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알래스카 미·중 협의에서 미국 측이 중국의 공격적 행태에 대한 역내 국가들의 우려를 거론하자, 중국 측은 그것은 미국의 해석일 뿐이라는 답을 했다. 중국 측은 한국이 미국의 인식에 동조하지 않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이런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중국 언론에는 2+2에서 한국이 합리적인 대처를 했다거나 한국이 미국의 요구를 잘 뿌리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렇게 한국이 미국의 주문을 회피하는 동안, 미국도 한국의 주문에 이렇다 할 호응을 하지 않았다. 미국은 한국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관련하여 제기한 주문에 대해 대북 정책 검토가 진행 중이니 경청하겠다고 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한·미 2+2회의 계기에 한국은 내준 것도, 얻은 것도 별로 없다는 말이 된다. 바이든 정부 취임 후 처음이자 가장 중요한 양자 협의 계기를 이렇게 흘려보낸 것이 잘된 일일까? 앞으로의 상황 전개를 전망하면서 하나씩 짚어보자.
 
미국은 첫 라운드 대중 외교 공세 성과를 기초로 다음 라운드의 수순을 추진할 것이다. 벌써 전조가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은 알래스카 대화 직후에 유럽연합(EU)·영국 등과 함께 중국에 대한 제재를 추가하고, 블링컨 국무장관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외교장관 회의에 파견하여 유럽 동맹국 규합에 나섰다. 동맹을 규합하여 중국과 러시아에 대응한다는 정책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첫 라운드에서 가장 미진한 호응을 보였던 한국에 대한 견인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한국 끌어들이기 나선 중국
 
중국은 이러한 미국의 행보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와 연대를 강화할 것이다. 벌써 알래스카 미·중 협의 직후에 러시아 외교장관이 중국을 방문하였다. 중·러 외교장관은 미국 비판에 한 목소리를 냈다. 러시아 외교장관은 중국 방문 후 서울에 와서 미국을 비판했다. 한편 중국은 한국처럼 미국의 주문에 신중한 나라를 자기편으로 견인하려는 노력도 강화할 것이다. 이미 중국은 한국과 외교장관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휘둘릴 소지가 커졌다고 보아야 한다.
 
이 국면에서 중요한 것은 북한의 행보다. 북한은 중국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구두 친서를 보내 미국을 비판하고 중국 편을 들었다. 또 북한은 대미, 대남 비난을 강화하고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본격적인 도발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
 
한편 일본은 한국이 미국과의 이견을 감수하면서 중국과 북한을 배려하는 모습을 목도했다. 미국과 긴밀한 관계인 일본은 한국의 대미 입지가 일본보다 취약하다는 것을 잘 안다. 한국의 처지를 간파한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 관해 한국을 계속 냉대해도 된다는 생각을 하기 쉽다.
 
주변국들의 행보 전망이 이런 가운데 미국은 이번 주말 한·미·일 국가안보실장 간 워싱턴 협의를 제안했다. 동북아 동맹을 규합하는 노력이자, 북한 도발 가능성에 대한 대비다. 곧 나올 미국의 대북 정책 검토 결과를 논의할 계기이기도 하다.
 
이런 분위기를 고려할 때 한·미·일 협의에서 우리의 설득력이 큰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 2+2회의에서 드러났듯 한·미 간 시각차가 상당하지만, 미·일은 거의 모든 문제에서 의견 일치를 보이기 때문이다. 한·미·일 협의는 미국이 일본과 합심하여 한국을 견인하는 자리가 되기 쉽다.
  
미국은 대북 정책서 일본 견해 존중
 
이런 사정은 대북 정책 협의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미국이 2+2회의 직후 한·미·일 협의를 제안한 것은 대북 정책 검토의 골격이 이미 정해졌다는 점을 말해준다. 바이든 측 인사들의 대북관에 비추어 볼 때 미국이 우리의 유연성 주문을 수용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오히려 일본의 견해를 경청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의 시각이 바이든 측 시각에 가깝기 때문이다. 더욱이 북한의 도발 조짐이 있는 상황에서 한·미·일 협의가 어디로 기울어질지는 짐작할 수 있다.
 
그러므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검토 결과에 유연한 점은 별로 없을 것이다. 기존의 정책 옵션을 가지고 순서와 조합만 바꿀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완전한 북한 비핵화를 목표로 단계적 접근을 추구하며 제재 압박과 협상을 병행하여 목표를 달성한다는 식이다. 제재는 쉽게 완화하지 않을 것이다. 협상의 틀은 북·미 양자 실무 협상을 위주로 하되, 한·미·일 공조체제를 강화하고 이를 북·미 협상과 연동시키려 할 수 있다.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끌어내는 방안도 제기되겠으나, 실효성은 불확실할 것이다.
 
북한이 이 정도의 정책에 호응해 나올 가능성은 적다. 오히려 도발 가능성이 크다. 이미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시작했다. 큰 도발의 전조라 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검토 완료 전후나 앞으로 정해질 한·미 정상회담, 아니면 오는 7월 도쿄올림픽 즈음이 도발의 계기일 수 있다.
  
상황 휩쓸리지 않으려면 현실 직시해야
 
도발이 있으면 분위기는 북한 규탄과 응징으로 기울어진다. 한·미·일 대북 압박 공조가 강조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임기 중 한반도 비핵 평화 프로세스를 어찌해 볼 운신 공간은 대폭 줄어든다.
 
이렇듯 정세 전망은 어둡다. 물론 이는 오래전부터 예상되던 것이므로 피할 대안을 고심했어야 한다. 적어도 바이든 정부를 상대로 국면을 바꿀 새로운 접근을 치열하게 시도했어야 한다. 한·미 2+2 협의는 그럴 기회였다. 그런데도 이를 흘려보냈다. 잘된 일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제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현란한 견인에 방향타 없이 휘둘리고, 일본의 냉대에 시달리는 가운데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초조해야 하는 삼각 파도에 휘말리는 상황으로 밀려가고 있다.
 
상황에 밀려가지 않으려면 우리의 입지와 운신 공간을 늘리고 적극적으로 난국에 대처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런데 그 작업은 현 국면과 우리의 처지를 엄중하게 인식하는 지점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 수순을 논의할 수 있다. 과연 이것이 가능하겠는가?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리셋 코리아 외교안보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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