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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이 절도” vs “떼인 돈 받았을 뿐”…사라진 벼 600t 공방

충남 예산의 미곡종합처리장에서 보관 중이던 벼 600t을 농민들이 훔쳐갔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대낮 절도범으로 지목된 농민들은 “떼인 돈을 벼로 받았을 뿐 우리도 피해자”라고 반박했다.
 

작년 못 받은 수납대금 13억 대신
예산 농민들, 미곡처리장 벼 빼내

벼 매입 맡겼던 영광군유통 반발
“영광 농민들 손실 떠안을 판” 고소

30일 충남경찰청에 따르면 미곡 유통업체인 ‘영광군유통’이 충남 예산의 한 민간 미곡종합처리장(RPC)을 통해 매입해 보관 중이던 벼 600t을 농민 200여 명이 불법 반출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이 접수됐다. 영광군유통은 영광군과 영광지역 농민 5만여명이 공동 출자한 지방공기업이다.
 
지난 23일 전남 영광군 영광군유통 저온저장고가 텅 비어 있다. 충남 예산 RPC에서 600t의 벼를 받아와 가득 채울 예정이었지만 물거품이 됐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23일 전남 영광군 영광군유통 저온저장고가 텅 비어 있다. 충남 예산 RPC에서 600t의 벼를 받아와 가득 채울 예정이었지만 물거품이 됐다. 프리랜서 장정필

영광군유통은 지난 1월 12일 쌀 수급 안정을 위해 풀린 정부 공공비축미 600t을 예산지역 RPC를 통해 10억7000만원에 사들였다. 올해 약 10억원 어치의 벼를 쌀로 재가공해 전국 80여곳 유통망에 재판매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대금을 지불한 영광군유통 측이 RPC 창고에 보관 중이던 벼를 영광으로 옮기려던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예산지역 농민들이 벼 출하를 가로막으면서 반출을 못하게 된 것이다. 이후 창고에 쌓여져 있던 벼 600t 전량을 지난 2월 4일과 6일 예산지역 농민들이 가져갔다는 게 영광군유통 측의 주장이다. 영광군유통 관계자는 “농림부와 농협중앙회를 통해 공공비축미 수매 계약을 철회함으로써 돈을 돌려받으려고도 해봤지만 벼가 사라지면서 물거품이 됐다”며 “예산 농민들이 가져간 벼는 대부분 팔린 상태여서 회수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영광군유통 측은 “RPC에 지급한 대금이나 농민들이 가져간 벼를 되돌려 받지 못하면 영광지역 출자 농민들이 10억원의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을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영광지역 농민들 또한 예산 농민들의 벼 불법 반출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대책위를 꾸려 맞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영광군유통 관계자는 “600t의 벼는 영광군유통이 정당하게 매입한 것이어서 ‘농민들의 불법 행위를 막아달라’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지급한 대금 10억원도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0월부터 12월 사이 예산지역 농민 200여 명이 예산지역 민간 RPC에 납품한 약 13억원 어치의 벼 대금을 못 받은 사실이 불거졌었다. 영광군유통이 벼 600t을 매입한 곳과 같은 업체다. 예산 농민들은 지난해 말부터 비상대책위를 꾸려 RPC에 대금 지급을 요구했지만, 받아내지 못했다.
 
당시 예산 농민 비대위 관계자는 “RPC에서 보관하던 벼도 우리 농민들이 농사지어서 수매한 것이고 그걸 가져가면 우리도 돈을 받을 길이 없으니 벼 반출을 막았던 것”이라며 “RPC 대표가 밀린 대금을 벼로 갚겠다고 해서 창고를 열어줘 가져갔을 뿐이다. 우리도 피해자”라고 말했다.
 
이에 영광군유통 측은 “벼 출하 직전에 예산군이 지역 농민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리는 바람에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예산군은 “개인 간 거래였기 때문에 군청에서 관여하지 않았다”며 “지역 농민 200여 명이 10억원이 넘는 대금을 받지 못했던 상황이기 때문에 동향 파악만 했을 뿐 출하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충남경찰청 관계자는 “예산지역 농민이 받을 돈 대신 벼를 가져갔는지 여부 등 정확한 벼 반출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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