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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6노조 맞서 새 노조 만들자"는 MZ세대…고민 깊은 현대車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16일 임직원 타운홀 미팅에서 "정확한 성과보상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현대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16일 임직원 타운홀 미팅에서 "정확한 성과보상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현대차]

현대차에서 최근 '생산직을 뺀' 노동조합 설립 논의가 한창이다. 공정한 성과급 배분을 요청하는 MZ세대의 목소리가 커지면서다. 현대차 생산직 노조의 주축인 586세대(5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와 연구·사무직의 신진세력인 MZ세대 간 충돌이다. 생산직 노조와 신진 연구·사무직 사이에서 '공정한 보상' 방안을 짜내야 하는 과제를 떠안은 현대차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현대차 2030, 2노조 결성 움직임 

30일 현대차에 따르면 연구직·사무직 약 3000명이 최근 카카오톡 단체방 2개에 모여 제2 노조 설립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현대차뿐 아니라 현대모비스·현대오토에버 등에서 근무하는 MZ세대 직원들까지 가세해 “기존 노조에서 단체로 탈퇴하자” “노조에 조합비를 내지 말자” 같은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MZ세대는 1980년대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Z세대를 아우른다. 
 

정년연장 vs 기본급 인상  

현대차의 MZ세대 직원들은 공정과 합리성을 주장한다. 586세대 직원과는 직장 내 이해관계가 충돌한다. 대표적으로 울산 공장을 비롯한 생산직이 주축인 노조는 최근 '65세 정년연장'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MZ세대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들은 오히려 기본급 인상이 중요하다고 여긴다. 현대차 3년 차의 세전월급(약 467만원) 중 기본급은 150만원 안팎인데, MZ세대는 기본급이 적어 성과금(성과급·상여금 등)도 작다고 판단한다. 
 
현대차 3년차 평균 임금과 세부 구성.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현대차 3년차 평균 임금과 세부 구성.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지난해 현대차 노사가 임단협에서 기본급 동결에 합의하자 20~30대 직원은 냉담해 하거나 반발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현대차의 한 30대 직원은 "노조가 60세 정년퇴직자를 1년 계약직으로 고용하는 '시니어 촉탁직'을 위해 다른 부분을 희생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임단협 합의안 투표 당시 젊은 조합원이 많은 남양연구소에선 반대표가 60%가량 나왔다. 
  

콘셉트카 디자인대로 vs 생산 효율 높여야 

MZ세대는 현대차의 신차 경쟁력에 대해서도 마뜩잖아한다. 최근 익명 애플리케이션(앱) '블라인드'에서 자신을 남양연구소 연구직으로 소개한 한 직원은 "신차를 만들 때도 '갓술'이 원하는 대로 디자인과 설계를 맞춰야 한다"며 "콘셉트카 디자인과 비교해 실제 차량 디자인이 단조로운 이유"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갓술은 현대차 젊은 직원들이 기술직(생산직)을 비꼬는 은어다. 공장에서 근무하는 생산직은 디자인·설계가 단순한 차량을 선호한다. 설계가 복잡해지면 제조 과정에서 단차(자동차 외장 부품들이 서로 꽉 맞물리지 않아서 틈이 생긴 현상)나 불량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생산 조립라인의 기술직은 꺼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 9월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2020년 임금협상 타결 조인식에서 이상수(왼쪽) 노조 지부장과 하언태 사장이 서로 악수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지난해 9월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2020년 임금협상 타결 조인식에서 이상수(왼쪽) 노조 지부장과 하언태 사장이 서로 악수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MZ는 80년대 출생 vs 노조는 80년대 문화   

MZ세대와 586세대 간 정서적 차이도 크다. 노조는 1980년대식 사회운동에 기반을 두고 활동한다. 80~90년대생에겐 이질적인 문화다. 현재 현대차 노조를 이끄는 이상수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장은 1965년생, 전임자인 하부영 전 지부장은 60년생으로 77년에 현대차에 입사했다. 이들은 87년 노동자 대투쟁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지만, MZ세대는 그렇지 않다. 이에 대해 권오국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대외협력실장은 "젊은 조합원들의 요구 사항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대응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수 노조 지부장 역시 지난해 11월 정의선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연구직 고급인력의 처우를 개선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MZ세대 직원들이 제2노조로 분리해나갈 경우 현대차 노조(5만1000명)의 위상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현대차 직군별 인력 비중.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현대차 직군별 인력 비중.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생산직도 MZ세대도 모두 껴안아야 하는 현대차로서는 곤혹스럽다. 현대차 경영진은 우선 MZ세대를 달랠 수 있는 기본급 인상 방안을 준비 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기본급을 늘려 저연차(8년 차 미만) 연구직·사무직이 받는 성과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노조와도 협의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본급 규모가 늘어날 경우, 잠정 유보됐던 통상임금 개편도 가시화할 전망이다. 사실 통상임금 개편은 2015년부터 현대차의 숙원사업이다. 6년 전 현대차는 윤여철 부회장이 주축이 돼 호봉제(생산직 및 8년 차 미만 사무직·연구직 등)를 성과·직무 위주로 개편하는 '신 임금체계'를 도입하려다 노조 반발에 철회했다.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는 "MZ세대의 요구는 한국 사회에서 과잉 대표됐던 586세대의 지분을 실제 성과 위주로 재편해달라는 것"이라며 "기성세대가 누렸던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 만큼 기업 입장에서도 젊은 인재를 수혈하기 위해 노무·복지제도를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MZ세대의 성과위주 공정보상 요구 커질 것" 

송호근 포스텍 석좌교수(사회학)는 현대차의 세대 간 갈등을 4차산업 혁명시대의 불가피한 현상으로 해석했다. 그는 2017년 현대차 임직원 50여 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저서『가보지 않은 길: 한국의 성장 동력과 현대차 스토리』를 펴냈다. 송 교수는 "인공지능(AI), 정보기술(IT), 연구개발직 등 전문직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현장 근로자 못지않게 경제적 가치를 생산하는 핵심인력으로 부상한 데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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