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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투기 몰수법, 백발백중 위헌" 그래도 밀어붙이는 與

“거의 백발백중 위헌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데….”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민주당 소속 조응천 소위원장이 땅 투기 공직자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한 얘기다. 당시 조 위원장은 "국민의 재산과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소급효는 거의 백발백중 위헌 가능성이 높다. 국민 법감정을 생각하면 시원하겠지만, 굉장히 신중해야 된다"고 말했다. 
 
헌법 상 금지된 ‘소급입법’이 21대 국회에서 자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미 발생한 사건에 대해 새로운 법을 만들어 처벌하거나 보상하는 건 결국 원칙을 깨는 ‘뒷북입법’이란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오종택 기자/20210329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오종택 기자/20210329

 

원칙은 안되는데…전문가 "예외사례도 아냐"

29일 여당이 부동산 투기 부당이익 몰수와 관련해 소급적용 의지를 밝힌 데는 공직자의 부당한 부동산 투기가 “친일 반민족 행위자와 같은 반열(최인호 수석대변인)”이라는 시각이 깔렸다.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과거에도 부정한 재산을 몰수한다든가, 부정한 정치자금 몰수한다든가 하는 경우에는 소급입법 전례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헌법상 소급입법은 엄격히 제한된다. ‘과거의 잘못을 새로 만든 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형벌 불소급 원칙이 있다. 제13조에서 ①행위시 법률에 의해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행위로 소추되지 않고 ②소급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다만 예외도 있다. 과거에 발생한 사건이지만 현재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사실관계‧법률관계에 대해선 소급입법이 원칙적으로 허용된다. 이른바 ‘부진정(不眞正) 소급입법’이다. 
 
기존 법으로 보상을 받기 어려운 국민에게 이익을 주는 ‘시혜적 소급입법’의 경우에도 예외적으로 인정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는 둘다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지금 여당이 주장하는 건)이미 끝난 땅 투기에 대해 처벌하는 명백한 '진정(眞正)' 소급입법”이라며 “아직 처분하지 않은 땅에 대해 나중에 팔 때 (미래에)이익이 실현되면 환수를 하면 된다는 게 (소급입법을 하자는 여권의)주장인데 그렇다면 땅을 (미래에도)안 판다는 사람은 처벌 못 하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과거 선례마다 논란…친일재산귀속법은 극히 드문 예외

역대 어느 정당이든 소급입법을 추진할 때마다 진통을 겪어왔다. 대체로 소급입법이 추진될 때는 ▶국민적 공분을 산 범죄를 처벌하기 위해서나 ▶새로 시행되는 정책에 대한 반감을 무마하기 위한 경우가 많았다는 게 정치권 분석이다.
 
2015년 ‘연말정산 파동’을 부른 세법 개정안이 대표적 사례다. 국민적 반감이 커지면서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폭락하자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은 부랴부랴 그해 연말정산에 일부 항목 세액공제를 확대적용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내놨다. “국민에게 이익을 주는 소급입법이니 괜찮다”는 주장이었지만, 당시 여당 소속이던 정희수 국회 기획재정위원장도 “혜택을 주든 불이익을 주든 법치주의 근간이 무너진다. 이건 아닌 것 같다”고 반발하는 등 논란이 거셌다.  
2015년 '연말정산 파동'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한창 진행 중인 연말정산 문제로 많은 국민들께 불편 드리고 부담 느끼게 해 송구스럽다"고 했다.

2015년 '연말정산 파동'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한창 진행 중인 연말정산 문제로 많은 국민들께 불편 드리고 부담 느끼게 해 송구스럽다"고 했다.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통과된 ‘전자발찌 소급적용 조항’도 논란을 빚었다. 당시 부산여중생 성폭행 피살 사건으로 비난 여론이 일면서 여야가 합의 하에 재범 위험이 높은 성범죄자에게 전자발찌를 소급적용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형벌에 대해 소급적용하는 건 위헌”이란 반박이 있었지만, 2012년 헌재가 “전자발찌는 형벌이 아니라 보안처분”이라는 취지로 합헌 판결을 내면서 논란이 종결됐다.
 
여당이 예로 든 ‘친일재산귀속법’은 형벌 불소급 원칙을 깨뜨린 극히 예외적인 사례다. 2011년 헌법재판소는 친일파 재산을 몰수하는 내용의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 계승을 규정한 헌법 전문에 근거해 친일 과거사 청산은 헌법적으로 부여된 임무”라며 “친일재산 소급박탈이라는 이례적인 경우는 헌법 이념에서 용인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친일파 처벌’ 자체가 헌법 상 용인된 개념이므로 친일파 재산을 국가귀속시켜도 된다는 취지다.  
 
반면 2004년 당시 열린우리당이 추진했던 불법자금국고환수법 소급적용은 형벌 불소급 원칙에 밀려 무산됐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국회의원과 공직자가 받은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 등을 국가가 몰수하고 이들로부터 돈을 전달받은 제3자에 대해서도 국고환수가 가능하도록 소급적용을 추진했다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야권 반발에 밀렸다.  
 

21대 국회서 소급적용 논란 잦아…전문가 “법적 안정성 해친다”

시민단체들이 지난해 8월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파크원 빌딩 앞에서 열린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 정책 반대하는 집회에서 정부를 규탄하며 신발투척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반발한 참석자들은 이날 임대차3법에 대해 과도한 사유재산 침해이며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뉴스1

시민단체들이 지난해 8월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파크원 빌딩 앞에서 열린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 정책 반대하는 집회에서 정부를 규탄하며 신발투척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반발한 참석자들은 이날 임대차3법에 대해 과도한 사유재산 침해이며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뉴스1

21대 국회 들어선 유독 소급적용 논란이 잦았다. 지난해 7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임대차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은 법 시행 후 신규로 체결되는 계약뿐만 아니라 갱신되는 계약에까지 적용돼 소급입법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가 지난해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등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발의한 ‘윤석열 출마제한법(검사가 퇴직한 후 1년 내 공직 후보자로 출마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의 검찰청법 개정안)’도 소급입법 논란에 휩싸였다. “법 시행 전 퇴직한 검사에게도 적용”하도록 한 문구 때문이다. 지난 1월에는 코로나 손실보상법 소급적용 여부를 놓고 당정 간 이견이 불거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소급입법은 원칙적으로 법적 안정성을 해친다”고 주장한다. 전삼현 숭실대 법대 교수는 “예외적으로 부진정 소급입법이나 시혜적 소급입법을 허용하고 있지만, 소급입법 금지는 헌법 사항”이라며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리적으로 정착된 걸 자꾸 흔들면 법적 안정성이 무너진다”고 지적했다. 장영수 교수도 “위헌인 걸 뻔히 알면서 계속 이런 법안을 발의하는 건 선거용이라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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