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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크림 바르면 김태희 돼요” 홈쇼핑 안되고 라방은 된다?

라이브커머스 삽화

라이브커머스 삽화

“이 보디 크림을 바르면 가슴이 커집니다. 부기는 빠지고 셀룰라이트(피부를 울퉁불퉁하게 보이게 하는 피하 지방)도 없어집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적한 라이브커머스의 화장품 과장광고 사례다. 라이브커머스는 온라인 생중계와 전자상거래의 합성어다. 흔히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줄여서 ‘라방’이라고 부른다.
 

과장광고 성행에 규제사각 논란
급성장한 실시간 온라인 쇼핑방송
TV홈쇼핑 비슷한데 방송법 비대상
120건 점검해보니 30건 위법 소지

라방은 소비자가 비대면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홈쇼핑의 일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소비가 증가하면서 라방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실시간 댓글 등으로 판매자와 소통할 수 있다는 걸 장점으로 꼽는다. 판매자 입장에선 TV 홈쇼핑보다 저렴한 수수료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 인터넷 포털인 네이버·카카오와 함께 CJ·SK·KT·배달의민족·쿠팡 등도 라방에 뛰어들고 있다.
 
교보증권 리서치센터는 지난해 4000억원 규모였던 라이브커머스 시장이 올해는 2조8000억원 수준으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3년에는 1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교보증권은 전망했다.
 
라이브커머스 소비자 생각은

라이브커머스 소비자 생각은

문제는 라방의 과장광고 등을 적발하고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라방은 겉모습만 보면 TV 홈쇼핑과 비슷한 점이 많다. 연예인이나 전문 쇼호스트 등이 인터넷 방송에 등장해 제품 정보를 제공하면서 구매를 유도한다. 하지만 라방은 케이블·위성 채널의 TV 홈쇼핑과 달리 방송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대상도 아니다. 방송·통신 관련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얘기다. 공공재인 방송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서 방송발전기금 납부 같은 부담도 지지 않는다.
 
일부 라방에선 과장광고가 성행한다. 소비자원은 지난 15일 “라이브커머스 거짓·과장 광고로 인한 소비자 피해 우려”라는 제목의 자료를 냈다. 소비자원은 라방 120건을 점검했더니 이 중 30건에서 화장품법 등 관련 법률의 위반 소지가 있는 광고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마사지 기기를 홍보하면서 “노폐물을 빼준다”고 하거나, 찜질기 광고에서 “노화 방지, 신진대사 촉진,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한 라방도 있었다.
 
라방 사업자가 부당·과장광고를 했다가 적발되면 전자상거래법 등에 따라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방송이 나가고 한참 뒤에나 조사와 처벌이 이뤄지기 때문에 당장 소비자 피해를 막기는 어렵다. 또 라방은 워낙 다양한 플랫폼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정부나 소비자단체에서 제대로 들여다보기가 쉽지 않다.
 
라이브커머스 부당광고 사례

라이브커머스 부당광고 사례

소비자가 구매 취소나 환불을 요구했을 때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전자상거래법의 통신판매업자인 TV 홈쇼핑은 소비자에 대한 취소·환불은 물론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을 때 손해배상의 책임을 진다. 반면 라방 사업자는 통신판매중개업자여서 직접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16일 ‘라이브 미디어 커머스의 쟁점과 향후 과제’라는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방송과 통신의 경계에서 라방의 적절한 규제가 미비한 상황이라며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해 새로운 미디어 서비스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여라 입법조사관은 “(라방은)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은 문제가 있다. 방송 때 표현의 제약이 거의 없어 허위 과장 광고의 위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바일 기기의 특성상 어린이·청소년 등의 이용이 많다. 무분별한 상업적 콘텐트로 인해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 “플랫폼 책임 강화할 것” … 업계선 ‘제2 타다금지법’ 반발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는라방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준비 중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라방 플랫폼 사업자들이 사실상 결제·배송 등 거래 과정에 관여하고 있다. 그런데 현행법으로는 소비자에게 ‘계약 당사자가 아니다’라는 것만 알리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책임이 돌아가게 전자상거래법 개정을 깊이 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현재) 불법 유해정보에 한해서만 심의할 수 있다. 허위·과장광고를 규제하기 위해선 (별도의)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의 이용자 보호 업무를 평가하는 대상에 라이브커머스를 포함하는 것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내놨다. 법안은 라방 사업자가 방송 영상을 보존하도록 하고 소비자가 원하면 해당 영상을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소비자가 라방의 허위·과장광고로 인한 피해를 입증하기 쉽게 하겠다는 취지다. 업계에선 규제 신설에 반발하는 분위기도 있다. 지난해 ‘타다 금지법’의 사례처럼 새롭게 성장하는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에선 소비자와 판매자의 분쟁을 조정하는 창구를 마련하고 자체 모니터링 인력을 확충하는 방식으로 자구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업자는 물론 소비자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최소한의 규제는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라이브커머스의 본질은 방송이라기보다는 ‘e커머스’(전자상거래)”라며 “물품·서비스를 사고파는 과정에서 제약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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