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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억짜리 호텔 주인이 재산 꼴찌…이상한 공직자 재산공개

인사혁신처 직원들이 지난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1년도 고위공직자 정기재산변동신고사항 공개목록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인사혁신처 직원들이 지난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1년도 고위공직자 정기재산변동신고사항 공개목록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9억 811만원.'

전주한성호텔 소유 김이재 의원 재산 -9억원
10억원 신고 이재명 도지사 아파트 시세는 21억원
8개월 전 공시가격과 시세간 괴리 큰 탓
경실련 "고지거부 재산 은닉 수단으로 변질"

 
전라북도 의회 김이재 의원이 올해 신고한 재산 총액이다. 김 의원은 지난해(3억 4204만원)보다 재산이 12억 5015만원 줄었다고 신고했다. 김 의원은 지난 24일 공개된 행정부·지자체·청와대 등 1885명의 1급 이상 고위공직자 가운데 재산이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의 재산이 크게 줄어든 건 금융채무가 지난 신고 때보다 13억 6000여만원 증가한 탓이다. 김 의원은  "대출을 받아 5년간 끌어온 상속세 납부를 마무리했고, 보유한 호텔 리모델링 공사에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공시가격 25억원, 대출 30억원

 
김 의원은 전북 전주시 고사동에 위치한 전주한성호텔 소유주다. 1949년 처음 지어진 전주한성호텔은 건물 면적 3293㎡에 객실수 40개인 2성급 호텔이다. 지난 두 번의 재산 신고 때 김 의원은 이 호텔의 공시가격을 적어냈다. 지난해 25억 1879만원이었고, 올해는 2604만원 오른 25억 4483만원이다. 김 의원에 따르면 3년 전 이 호텔의 감정 평가 금액은 약 60억원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호텔을 신탁한 뒤 새마을금고에서 29억 9500만원을 대출받았다. 공시가격보다 4억원가량 더 많다. 
 
김 의원은 2018년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도의원에 출마하면서 재산을 59억 9394만원이라고 신고했지만, 이듬해 공직자 신고 땐 4억 2000만원이라고 써냈다. 당시 김 의원은 선거 전 호텔 자산 가치를 감정 평가 금액으로, 나중에는 공시지가로 넣으면서 금액 변화가 생겼다고 해명했다. 
 

현실 반영 못 하는 공시가격 신고 

 
김 의원이 현행법을 어긴 것은 아니다. 다만 공직자 재산 신고 제도의 허술함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로 볼 수 있다.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공직자는 토지·주택 재산을 '평가액(공시가격) 또는 실거래가(취득가)' 중에서 높은 금액으로 신고하도록 한다. 대부분 공직자는 부동산 재산 신고 시 공시가격을 쓴다. 지난해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최대 90%까지 끌어 올리기로 하면서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국 평균 5.98%, 올해는 19.08%(확정 전) 증가했고, 현실화율도 지난해 69.0%에서 1.2%포인트 증가한 70.2%를 기록했다. 공시가격이 오르면서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집계한 1885명의 공직자 재산 상승액은 1억 3112만원으로 나타났다. 
 
공직자재산.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공직자재산.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런데도 여전히 공직자 재산 신고 결과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재산공개는 지난해 12월 31일 기준으로 신고한 것으로 부동산 재산은 2020년 공시가격이다. 공시가격 발표(공동주택 4월)와 재산신고 시점(12월 기준) 사이에 8개월가량 시차가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격이 비싼 서울 강남권 아파트를 보유한 공직자도 아파트 가치를 10억원 이하로 신고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거주하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아파트(129.73㎡)의 지난해 공시가격은 6억 5300만원으로 변 장관은 재산총액을 6억 8380만원이라고 신고했다. 하지만 이 아파트 비슷한 면적(105.74㎡)의 실거래가는 지난 1월 14억 8000만원(5층)이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 전용 164.25㎡를 아내와 공동 소유 중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 아파트를 10억 1300만원에 신고했지만 지난해 12월 같은 아파트, 같은 규모의 아파트는 21억원에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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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억원 아파트, 신고 재산은 2억원

 
지난해 8월 시행된 '임대차 3법'의 영향으로 아파트 전셋값이 큰 폭으로 치솟았다. 이 때문에 전세 보증금이 아파트 공시가격과 거의 비슷하거나 심지어 뛰어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이 보유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 전용 121.08㎡의 공시가격은 16억 7000만원이었고, 지난해 말 기준 이 아파트 시세(한국부동산원)는 25억 7000~27억 5000만원이었다. 이 시장은 공시가격으로 신고를 마쳤다. 
 
하지만 이 시장이 지난해 이 아파트를 전세로 내주면서 보증금으로 받은 금액은 14억 7000만원이었다. 공시가격과 불과 2억원 차이다. 전세보증금은 건물임대채무로 잡히기 때문에 전세보증금이 높을수록 재산이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25억원이 넘는 아파트의 신고 재산은 이에 10분의 1도 안되는 2억원에 불과한 것이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공시가격이 시세를 반영하지 못하면서 공직자 재산이 국민에게 축소, 왜곡돼 전달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축소 신고를 방조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재산 은닉 수단이 된 '고지거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들이 14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21대 국회의원 선관위 신고때와 당선후 재산 신고 내역 검증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경실련은 이날 21대 국회 신규등록 국회의원 175명의 재산내용을 공개했다. 분석결과 국회의원 입후보 당시 선관위 신고한 재산 내역과 당선 후 국회 신고재산이 1,700억이 늘었다고 밝혔다. 뉴스1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들이 14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21대 국회의원 선관위 신고때와 당선후 재산 신고 내역 검증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경실련은 이날 21대 국회 신규등록 국회의원 175명의 재산내용을 공개했다. 분석결과 국회의원 입후보 당시 선관위 신고한 재산 내역과 당선 후 국회 신고재산이 1,700억이 늘었다고 밝혔다. 뉴스1

 
현행법상 재산신고 대상자의 배우자는 재산등록을 반드시 해야 하지만 직계 존·비속의 재산은 독립생계를 유지하는 존·비속의 경우 '고지거부'를 할 수 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의 고지 거부율은 34.2%로 최근 5년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실련 등 시민단체에서 이에 대한 문제 제기를 꾸준히 하고 있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경실련 김성달 국장은 "고지 거부가 공직자 재산 은닉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점이 명확하지만, 정부의 개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며 "수년째 문제 제기를 하고 있지만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고 비판했다.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거짓 신고의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과 징계 또는 해임 등이 내려질 수 있다. 다만 단순히 신고 금액이 틀렸다는 것만으로는 거짓 신고라 보기 어렵다. 신고 대상의 금액과 종류, 신고 당시의 정황을 따져 불성실 신고라고 판단되는 경우에 한해서만 처벌한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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