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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페이는 ‘세금페이’…서울상품권 10% 할인에 작년만 9100억 긁었다

서울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제로페이를 이용해 결제하는 모습. [중앙포토]

서울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제로페이를 이용해 결제하는 모습. [중앙포토]

서울 양천구에 사는 박모(46)씨는 지난해 스마트폰에 제로페이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았다. 서울시가 발행한 지역상품권(서울사랑상품권)으로 자녀의 학원비를 결제하기 위해서였다. 제로페이 앱을 이용하면 이 상품권을 10% 할인한 가격에 살 수 있다.
 

작년 결제액 1조 돌파의 이면
세금 붓는 상품권 결제 80배 늘고
직불결제는 1657억, 2배 증가 그쳐

가장 많이 쓴 곳 소매업 4545억
학원비 결제 17% ‘학원페이’ 비판도

박씨는 “학원비 부담을 10% 줄일 수 있는 셈”이라며 “50만원씩 두 차례 (상품권을) 구매해 학원비를 결제했다”고 말했다. 그는 “1인당 (상품권) 구매액 제한이 있다. 다른 구에 사는 친구들끼리 상품권 품앗이도 한다”고 전했다.
 
상품권이 끌어올린 제로페이 결제액.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상품권이 끌어올린 제로페이 결제액.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시절이던 2018년 말 간편결제 서비스인 제로페이를 선보였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목을 내세웠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초기 반응은 매우 좋지 않았다. 신용카드나 민간 간편결제 서비스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 제로페이는 ‘딴 세상 얘기’였다.
 
그러자 서울시는 제로페이 앱을 통해 지역상품권을 할인 가격으로 팔았다. 상품권을 할인한 금액은 세금으로 메웠다. 이렇게 팔려나간 상품권의 상당 부분은 학원비 결제에 사용됐다. 제로페이가 ‘학원페이’로 불리면서 “세금으로 사교육비를 보조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제로페이 어디서 결제했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제로페이 어디서 결제했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은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간편결제진흥원 등에서 제로페이 관련 자료를 받아 분석했다. 지난해 제로페이의 결제 건수는 3262만여 건, 결제금액은 1조761억원이었다. 결제금액만 보면 2019년(767억원)의 14배로 증가했다.
 
겉보기엔 결제금액이 많이 늘어난 것 같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제로페이의 원래 기능인 상품·서비스 결제액은 지난해 1657억원이었다. 2019년(649억원)보다 94% 증가했다. 반면 제로페이를 이용한 상품권(지역사랑상품권+온누리상품권) 결제액(9105억원)은 전체의 85%를 차지했다.
 
지난해 일반 결제액의 대부분은 소매점(4545억원)·음식점(2397억원)·학원(1823억원)이었다. 제로페이 결제액 중 소매점 비중은 2019년 30.9%에서 지난해 42.2%로 높아졌다. 학원 비중은 같은 기간 10.5%에서 16.9%로 상승했다. 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직격탄을 맞은 음식점의 결제 비중은 같은 기간 39.5%에서 22.3%로 낮아졌다.
 
제로페이에 세금 얼마나 투입됐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제로페이에 세금 얼마나 투입됐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서울시는 이달부터 연간 매출액 10억원 이상인 대형 입시학원에선 서울사랑상품권을 쓸 수 없게 했다. 하지만 중소형 학원에선 여전히 제로페이 상품권을 이용해 학원비를 할인받을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는 지역사랑상품권은 대형마트를 제외하는 등 사용처 제한이 있다. 할인 혜택이 없으면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상품권을 구매하지 않는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소비자 설문조사를 했더니 할인율이 7%를 넘어야 상품권을 구매하겠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제로페이로 사교육비 보조한 셈, 재정 낭비”
 
지난해 지역사랑상품권 9조6000억원어치를 판매하는 데 정부 예산은 6690억원이 들어갔다. 각 지자체도 예산을 지원했다. 올해도 지역사랑상품권 15조원어치를 발행하기 위해 정부 예산 1조522억원을 책정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학원비는 지역사랑상품권을 주지 않아도 지출할 비용”이라며 “추가적인 소비 진작 등의 효과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교육비의 10%를 보조한 것밖에 안 된다. 결과적으로 재정 낭비”라고 지적했다. 현금·신용카드에서 제로페이 상품권으로 결제수단만 달라졌다는 얘기다.
 
윤 의원은 “(제로페이를) 없앨 수 없다면 소비자 편리성을 높이고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제로페이 ‘시즌2’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홍찬 서울시 제로페이담당관은 “상품권이 제로페이 성장의 촉매가 된 건 맞다”며 “소비자들의 결제 습관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선불·직불·후불 결제 인프라를 모두 갖춰 자생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제로페이는 결제 수수료가 없다. 여기에 들어가는 세금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서울시와 중기벤처부는 176억원을 사용했다. 지난해 결제 건수(3262만 건)로 보면 건당 539원의 세금이 들었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제로페이에 쓴 예산은 352억원이다. 올해도 서울시와 중기벤처부는 180억6000만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제로페이가 진출한 간편결제 서비스는 핀테크(금융+기술)·빅테크(대형 기술기업)와 금융회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분야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간편결제 서비스의 하루 평균 이용 건수는 730만 건이었다. 1년 전(530만 건)과 비교하면 38% 증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제로페이를 운영하는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을 중기벤처부 산하에 두는 내용으로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간편결제 업계 관계자는 “세금을 먹고사는 제로페이에 어떤 혁신과 성장 지속성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매출세액 공제 등으로 실질적인 카드 수수료는 이미 제로에 수렴하고 있다”며 “정부가 세금을 들여 자생력 없는 결제 플랫폼을 밀어주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 교수는 “민간이 효율적으로 하는 결제 시장에 정부가 뛰어들어 비효율을 만들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제로페이를 민간에 완전히 넘기고 정부는 완전히 손을 떼는 게 맞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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