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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낼까, 말까” 자사고 잇단 승소에 고입 앞둔 학부모 혼란

서울 마포구의 숭문고등학교. 뉴스1

서울 마포구의 숭문고등학교. 뉴스1

중3 아들을 키우는 김모(45‧서울 마포구)씨는 올해 자녀의 고입을 앞두고 고민이 많다. 김씨는 자녀가 초등학생 때부터 집 근처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 보내려 했지만, 지난 2019년 학교가 서울시교육청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하면서 일반고로 마음을 바꿨다. 교육청 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교육청과 자사고 간의 법정소송에서 학교 측이 승소하면서 다시 자사고에 관심을 갖게 됐다. 자사고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평가가 잘못됐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씨는 “대입 진학 노하우나 면학 분위기 등을 고려하면 자사고에 보내는 게 맞는 것 같다”면서도 “다만 정부 정책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 선뜻 결정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자사고-교육당국 소송전에 학부모 "진학 고민"

법원이 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에 또다시 제동을 걸면서 학부모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교육청의 지정 취소로 자사고가 지위를 잃을 것이란 예상이 뒤집어지면서 자녀 진학 계획에도 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서울행정법원은 23일 서울 숭문고‧신일고에 대한 교육청의 지정 취소 결정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부산 해운대고와 올해 2월 서울 배재고‧세화고의 소송에서도 학교 측이 모두 승소했다. 교육청이 평가를 4개월 앞두고 변경된 평가기준을 적용한 게 재량권 일탈‧남용이라는 결론이었다.
2019년 평가대상 자사고 지정취소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2019년 평가대상 자사고 지정취소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에 따라 교육청이 지정 취소한 학교들은 당분간 자사고 지위를 유지한다. 오는 5월 판결이 예정된 서울 경희고‧이대부고‧중앙고‧한대부고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자사고 진학을 쉽게 결정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교육청이 항소하기로 하면서 법정 공방이 계속되고 있어 학교 분위기가 어수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3 자녀를 둔 윤모(47‧서울 강동구)씨는 “자사고에 보내고 싶지만 학교가 소송을 벌이면서 학생을 제대로 신경쓰지 못할 것 같아 걱정”이라며 “자사고가 대안이 될지 확신이 안 선다”고 말했다.
 
학교 측도 이런 상황을 안타까워하는 분위기다. 전흥배 숭문고 교장은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과 교육에 전념해야 할 시기에 법정에 가야 하는 게 씁쓸하다”며 “자사고도 서울교육청에 소속된 학교인 만큼 구성원들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게 정부가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교육단체협의회 회원들이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자사고 재지정 취소 처분 취소 판결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서울교육단체협의회 회원들이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자사고 재지정 취소 처분 취소 판결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자사고 없어진다" "안없어진다" 사교육계 예측도 제각각

사교육 업계에서도 자사고를 둘러싼 의견이 엇갈리면서 학부모들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중3 딸을 키우는 한 학부모는 “최근 집 근처 학원 두 곳에서 고입 상담을 받았는데, 한 곳은 자사고가 없어질거라 하고, 다른 곳은 절대 안 없어진다고 장담하더라. 아이 교육 로드맵을 어떻게 짜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중1~2 자녀를 둔 학부모도 고입 관련해 갈피를 못 잡기는 마찬가지다. 교육부가 현 초등 6학년생이 고교에 진학하는 2025년에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2025년 이전에 정권이 바뀌면 자사고가 존치할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중1 아들을 키우는 남모(45‧서울 송파구)씨는 “첫째를 자사고에 보내고 만족스러워 둘째도 보내고 싶은데, 막차를 태워 보내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이라며 “자사고가 없어진다면 강남으로 이사 가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은데 정부 정책이 하도 오락가락하니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2025년 이후 자사고의 운명은 지난해 5월 학교 측이 제기한 헌법소원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자사고·외고·국제고 24곳은 교육부가 학교 폐지를 위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한 것은 기본권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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