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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소녀 칼리우비의 감성 AI 개발 역정

걸 디코디드

걸 디코디드

걸 디코디드
라나 엘 칼리우비 지음

감정 해독 능력 입힌 인공지능
자폐아 돌보고 반자율 주행

결혼생활 위기도 감수하며
감성 AI 회사 CEO 자리 올라

캐롤 콜먼 공저
최영열 옮김
문학수첩
 
아랍계 이슬람교도인 이집트 출신 젊은 여성이 인공지능(AI)에 감정을 불어넣는 첨단 기술을 가진 세계적 테크노기업의 최고경영자로 맹활약하는 모습은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이는 지독한 편견일 수도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그 주인공은 그것이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음을 고백한다. 『걸 디코디드』는 스스로 ‘착한 이집트 소녀’였다고 여기는 라나 엘 칼리우비(42)가 인습의 코드를 깨고 나와 미국의 감성인공지능 회사 어펙티바(Affectiva)의 CEO로 변모하기까지의 파란만장한 일화를 소설처럼 엮은 자전적 에세이다.
 
칼리우비의 성공 뒤엔 엄격하긴 하지만 개방적 교육관을 가졌던 부모님의 후원이 큰 역할을 했다.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아버지와 프로그래머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칼리우비는 어릴 때부터 컴퓨터와 가까이 지낼 수 있었으며 진보적인 서양식 교육을 받았다.
 
15세에 입학한 카이로 AUC대학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칼리우비는 코딩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뛰어났으며 수석으로 졸업했다. 미국 MIT 미디어랩 부교수 로절린드 피카드가 쓴 『감성 컴퓨팅(Affective Computing)』은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기술의 역할과 인간과의 관계를 재조명한 이 책은 인공지능도 감정을 해석하고 처리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인간 감정 해독 능력을 갖춘 감성 인공지능은 곳곳에서 쓰인다. 화가 난 운전자의 운전 통제권을 가져갈 수도 있다. [중앙포토]

인간 감정 해독 능력을 갖춘 감성 인공지능은 곳곳에서 쓰인다. 화가 난 운전자의 운전 통제권을 가져갈 수도 있다. [중앙포토]

영국 케임브리지대 컴퓨터연구소와 미국 MIT 미디어랩은 칼리우비의 오늘을 만든 산실이었다. 칼리우비는 케임브리지대 연구소 박사과정에서 세계 최고의 과학자들과 함께 연구하면서 얼굴 근육의 움직임을 포착해 표정을 분석하는 ‘마인드 리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케임브리지대를 방문한 칼리우비의 롤 모델 피카드 교수는 그녀에게 MIT 미디어랩에서 함께 연구해 보자는 제안을 한다. 이는 칼리우비가 감성 컴퓨팅을 한 단계 높여 연구하면서 이 분야에서 날개를 달게 되는 도약대가 됐다. 그는 비언어적 단서인 얼굴 표정, 나아가 목소리 톤의 변화를 포착해 읽는 법을 컴퓨터에 가르쳤고 인공지능이 이를 인식하고 반응할 수 있는 기술을 발전시켰다.
 
둘은 연구에서 그치지 않고 스타트업 창업에 나서 온갖 어려움을 헤치고 성공 가도를 달렸다. 어펙티바 최고기술책임자로 출발한 칼리우비는 나중에 최고경영자가 됐다.
 
그가 개발한 감성 AI 기술은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중 4분의 1이 활용하고 있으며 한국 주요 기업들도 사용 중이다. ‘감정 디코더’를 탑재한 구글 글라스는 자폐 아동들이 다른 사람들과 사회적으로 더 잘 교류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반(半)자율주행 자동차는 운전자가 너무 화가 났거나, 정신이 산만하거나, 피곤함을 느낄 때 운전 통제권을 가져가 매년 수백만 건에 달하는 사고를 예방할 것이다. 스마트워치, 스마트폰, 스마트냉장고에 설치되는 감정 인식 장치들은 정신적, 육체적 질환이 발병하기 몇 년 전에 미리 감지할 것이다. 인사 감정 분석 도구는 채용자가 직책에 적합한 사람을 보다 정확하게 선별할 수 있게 돕는다. 지능형 학습 시스템은 학생의 집중도를 감지하고 그에 따라 접근 방식을 조정한다. 2016년 미국 대선 후보 TV 토론회에선 어펙티바의 감성 AI가 후보들의 표정 변화를 통해 심리상태를 분석하기도 했다.
 
이 책은 칼리우비의 선구자적 과학자의 길과 함께 전통적 이집트 여성의 삶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디코드(코드해독)’ 여정을 투 트랙으로 소개하고 있다. 칼리우비는 이집트에 사는 남편과의 결혼 생활이 위기에 처하자 과학자보다 아내로서의 삶에 충실하기를 원하는 가족의 압박에 굴복할 뻔했지만 꿈을 성취하기 위해 결혼 생활을 포기하고 미국 이민을 택한다.
 
그가 다녔던 케임브리지대와 MIT에서 겪은 생생한 연구문화 풍토도 유익한 읽을거리다. 부적응자들과 몽상가들, 미친 발상을 가진 사람들의 집합소에서 누가 더 미쳤냐를 두고 경쟁하는 이런 곳에 유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미리 읽어 보면 좋을 책이다. 덤으로 독재자 무바라크 시대부터 무슬림형제단이 집권한 ‘아랍의 봄’을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급변해 온 이집트 사회상과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등 다른 중동 국가들의 실상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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