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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LH 가족 전수조사" 이랬는데, 경찰은 "우리 일 아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LH사태,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에 대한 1차 조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LH사태,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에 대한 1차 조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오늘부터 국토부·LH·관계 공공기관의 직원 및 가족에 대한 토지 거래 전수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지난 4일 국무조정실이 ‘정 총리, 3기 신도시 개발 관련 투기의혹 발본색원 엄명!’이라는 제목으로 배포한 보도자료 내용이다. ‘전수조사’라는 단어가 등장했고 정부 합동조사단은 이를 장담하는 듯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에 대해 정부는 임직원뿐만 아니라 배우자와 직계존비속까지 폭넓게 조사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후 기류가 달라졌다. 정부는 전수조사 책임을 경찰에 넘기고 경찰이 난색을 표하면서다. 당초 기대와 달리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전방위적인 전수조사가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원만 조사한 것이 전수조사?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조사해 온 정부합동조사단(합조단)은 지난 11일 LH 직원 20명의 투기 의심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와 LH 직원 1만4319명의 토지거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앞서 참여연대 등이 폭로한 13명의 투기 의심 사례에서 7명을 추가로 밝혀낸 것이다. 그러나 당시 조사 대상에선 국토부 공무원과 LH 직원의 배우자·직계존비속·형제자매를 비롯해 퇴직자 모두 제외됐다.
 
이날 합조단 측은 “당초 합동조사단이 맡기로 했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에 대한 조사는 특별수사본부에서 토지거래내역 정보 등을 활용해 조사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합조단은 출범 당시 조사 대상 범위를 ‘공무원·공기업 임직원 및 그 배우자, 직계존비속’이라고 설명하며 “임직원 및 가족에 대한 투기 의혹을 강도 높게 조사해 위법사항 등을 철저히 규명할 계획이다”고 강조했었다.
 

경찰에 넘어 온 전수조사에 “우리 권한 아니다”

국토교통부 감사실 관계자들이 'LH 땅 투기 의혹'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 의뢰를 하기 위해 지난 11일 오후 서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들어서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토교통부 감사실 관계자들이 'LH 땅 투기 의혹'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 의뢰를 하기 위해 지난 11일 오후 서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들어서고 있다. 임현동 기자

그러나 합조단의 1차 조사 결과가 발표된 지 일주일이 넘도록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을 포함한 전수조사는 감감무소식이다. 합조단은 전수조사를 경찰이 맡아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경찰은 “전수조사는 경찰의 권한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합조단의 전수조사 이첩과 관련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고위 관계자는 “조사 업무 자체는 국수본에 이첩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수사 의뢰와 자체 첩보 등을 통해 혐의점을 확인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사가 아닌 수사과정에서 배우자나 친·인척들의 혐의점이 발견되면 수사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이다.
 
18일 경찰이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전국에서 내사·수사 중인 사건은 37건으로 수사 대상자는 198명이다. 전날 국토부와 LH 본사를 압수수색한 경찰은 조만간 본격적으로 관련자 소환을 진행할 예정이다. 최승렬 국수본 수사국장은 “금명간부터 수사 대상자에 대한 소환이 일부 이뤄지기 시작하면서 다음 주부터 압수물 분석, 추가 압수수색, 수사 대상자 소환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수조사로는 차명 못 밝혀”

전수조사가 표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각에선 정부가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전수조사 무리수를 던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친·인척과 퇴직자 등은 개인정보 동의나 증거 확보가 어려운 현실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이강훈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는 “정부가 광범위한 전수조사를 계획했지만,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 본인 외에는 개인정보 이용 동의서를 받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으로 보인다”며 “땅 투기 의혹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전수조사는 한계가 명확한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름을 대조하는 ‘명단’ 위주의 확인이 아닌, 실질적인 ‘토지 거래’를 토대로 투기 의혹을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남근 변호사(민변 개혁입법특위 위원장)는 “정부는 전수조사를 통해서 여러 공직자의 비리를 발견할 수 있는 것처럼 얘기했지만 이는 본인 명의로 투기했는지만 밝혀내는 것에 불과하다”며 “토지 소유자들이 농지를 취득하게 된 경위와 자금 출처, 대출 과정의 정당성, 차명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수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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