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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깨진 두개골만 7년 팠다, 美학술지 실린 韓검시관 성과

지난해 7월 경기도 연천군 소재 육군 5사단에서 성인 유골 한 구가 발견됐다. 재해재난 예방 공사 현장이었다. 그런데 두개골(머리뼈)에서 이상한 점이 확인됐다. 이마 쪽 머리뼈 앞과 위쪽에 뼈가 깨진 듯한 균열이 나 있었던 것. 유골 발굴 현장을 조사한 경찰은 타살 가능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둔기로 맞는 등의 외력이나 사고로 인한 머리뼈 손상 가능성을 놓고 조사가 시작됐다. 
경기북부경찰청 과학수사대 소속 검시조사관인 김영삼 검시조사팀장이 팀원들과 현장으로 출동했다. 면밀한 조사 끝에 내려진 김 팀장의 판단은 ‘범죄 혐의점 없음’이었다. “외력에 의한 머리뼈 손상이 아닌 선천적 요인으로 인한 ‘전두봉합’ 현상”이라는 결론이었다. 김 팀장은 “이런 유골이 발견되는 사건 현장에서 이번과 같은 의학 정보가 없을 경우 이를 두개골 골절로 파악해 수사력을 불필요하게 낭비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했다.

김영삼 경기북부경찰청 검시조사팀장


국제학술지에 ‘두개골 전두봉합’ 논문 공동으로 게제한 경기북부경찰청 과학수사대 김영삼 검시조사팀장(왼쪽)과 이서정 검시조사관. 전익진 기자

국제학술지에 ‘두개골 전두봉합’ 논문 공동으로 게제한 경기북부경찰청 과학수사대 김영삼 검시조사팀장(왼쪽)과 이서정 검시조사관. 전익진 기자

이마 쪽 머리뼈 금 가는 현상 연구

전두봉합이란 해부학적으로 두개골 정수리에서 코 뿌리(비근) 사이 머리뼈를 연결하는 봉합선을 말한다. 김 팀장은 “성인이 되면 여섯 종류의 두개골(전두골, 두정골, 후두골, 접형골, 측두골, 사골)의 이음새 부위인 봉합 부위가 일반적으로 닫혀야 하는데 유전적 또는 환경적 요인으로 닫혀 있지 않고 금이 간 듯 갈라진 희귀한 형태가 전두봉합”이라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지난 2014년부터 7년간 이런 사례 5건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기나긴 노력의 결실은 ‘현장에서 발견된 두개골의 전두봉합’이란 제목의 논문으로 국제학술지인 미국 SCIE 저널에 지난 1일 게재됐다. SCIE(Science Citation Index Expanded) 저널은 미국과학정보연구소가 매년 전 세계의 중요 과학학술지를 선정해 발표하는 법의병리학회지다. 게재된 학술논문은 세계적으로 영향력과 권위를 인정받는다. 이번 논문은 김 팀장과 검시조사팀에서 함께 일하는 이서정 검시조사관이 공동 저술했다.
경기북부경찰청

경기북부경찰청

외력에 의한 머리뼈 손상 오인 방지    

김 팀장이 이번 연구에 착수한 것은 2014년. ‘그림으로 이해하는 인체 뼈와 동물 뼈 비교 도해’라는 책을 저술하면서 인도에서 발표한 한 논문에서 ‘전두봉합’ 연구사례를 접한 게 계기였다. 전두봉합이라는 의학상식을 몰라 수사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혼란을 방지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이후 그는 과학수사현장을 누비며 전두봉합이라는 희귀 사례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7년간 경기 북부 지역에서 전두봉합 현상을 보이는 유골 총 5구를 확인했다. 2019년부터는 과학수사 요원들과 함께 자료를 수집한 끝에 최초로 국제적 과학수사분야 법의병리학 논문을 만들게 됐다. 지난해부터 국제학회지에 문을 두드리기 시작해 마침내 성공했다.
 

“대한민국 과학수사 역사에 큰 발자취”  

김 팀장은 “연구 결과 전두봉합은 인종별로 차이를 보인다”며 “아프리카인 약 1%, 아시아인 약 5%, 유럽인 약 9%에서 각각 발견되는 희귀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현상은 늦을 경우 6∼8세까지 어린이들에게만 나타난다”며 “최근 연구결과들을 종합하면 네팔인의 27.27%, 한국인의 7.69%가 전두봉합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경기북부경찰청 청사. 경기북부경찰청

경기북부경찰청 청사. 경기북부경찰청

권영남 경기북부경찰청 과학수사대장은 “이번 연구 논문은 대한민국 과학수사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기는 것”이라며 “앞으로 두개골 전두봉합 사례는 경찰 과학수사 현장에 적용될 수 있는 중요한 배경지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흡혈 모기에서 범인 유전자 채취하는 연구도   

김 팀장은 앞서 다른 논문으로도 경찰의 과학수사 기법이 진일보하는 데 기여했다. 지난 2016년 7월 사건 현장에서 채집한 모기의 혈액에서 범인의 유전자(DNA)를 채취하는 첨단 수사기법의 연구논문을 국내 최초로 발표했다. 당시에도 7년간 연구 끝에 ‘흡혈 모기로부터 분리한 인간유전자형 분석’이란 연구논문을 한국경찰과학수사학회에 발표했다.
 
그는 “범죄가 발생한 아파트 등 폐쇄된 현장이나 실내, 야외 텐트 안에서 발견된 흡혈 모기는 용의자 추적의 충분한 증거가 될 수 있다”며 “흡혈 모기는 피를 빠는 순간부터 몸이 무거워져 현장에서 106∼170m 이상은 날아가지 못하는 습성이 있다”고 소개했다.
 
김 팀장은 연세대와 대학원에서 임상병리학을 전공하고 석·박사 학위를 딴 뒤 지난 2006년 경찰에 특채돼 유전자 채취와 지문감식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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