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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책임 원리로 군 재조직, 20만 전문병사 정예화 필요

‘뜨거운 감자’ 모병제 - 찬반 지상 토론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우리나라 징병제도는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으로 성장을 도모하던 개발시대의 마지막 잔재다. 1960년대 이래 우리 사회는 군대와 공장에서 대규모 인력을 조직함으로써 산업화의 기초를 닦을 수 있었다. 군대 역시 대군이 방어와 공격의 선을 고수하는 대량전쟁을 수행하는 하나의 공장이었다. 그러나 이런 공장식 군대는 민주주의와 기술 문명이 진화하는 시대에 더는 국가의 자산이 아니라 거추장스러운 짐으로 변하고 있다. 산업화 시대에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앞서갔던 군이 인구 감소와 기술 문명 시대에는 가장 낙후되고 사회와 고립된 단절된 집단으로 전락함으로써 국가에 불필요한 비용만 증대시키기 때문이다.
 

이래서 찬성
전문성 갖춘 직업군으로 전환
스마트 선진 군대로 진화 필요
한 해 5조 더 투입 땐 달성 가능

세계에서 가장 스펙이 좋은 우리나라 엘리트 청년들이 막상 입대하면 타율과 지배에 종속된 하급 국방노동자로 전락한다. 오늘날 우리 군대를 그나마 작동시키는 것은 엄격한 군기와 규격화된 규정들이다. 24시간 통제하고 감시하면서 오로지 명령에 복종하는 기계적 인간, 외부와 단절된 채 농업적 근면성에 요구하는 강제의 원리들이다. 이런 수동적 인간형을 전제로 조직된 집단은 진화하지 못한다.  
 
2014년에 목함지뢰 사건이 터지고 나서 전방에 대대급 무인정찰기를 보급한 적 있다. 자신의 연봉의 10배에 달하는 무인정찰기를 병사에게 다루라고 하니 고장 날까 봐 다룰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창고에 처박아 두기만 했다. 한 대에 40억원에 달하는 전차를 운전하는 전차병이 자신의 전차를 제대로 써먹을 리 없다. 오직 고장이 안 나기를 바랄 뿐이다. 이러니 전방 군인들은 다루기 까다로운 첨단무기를 보급해주면 전혀 반가워하지 않고 재래식 구형무기를 더 선호한다.
 
모병제 논의 어떻게 돼 왔나

모병제 논의 어떻게 돼 왔나

전방 임무를 맡은 22사단에서 최근 이른바 ‘헤엄 귀순’으로 경계가 뚫린 사정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장비가 고장 나도 고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시간만 보내는 징병의 문화, 전문성의 실종이 주범이다. 기술 문명 시대에 똑똑하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선진 군대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자율과 책임의 원리로 군대를 재조직해야 한다. 그 핵심은 군대가 의무 개념을 초월하여 하나의 ‘전문 직업’으로 인식되도록 복무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20대에 이미 사회에 진출하는 유럽의 청년들에 비해 우리나라 청년들의 사회진출 연령은 8년 이상 늦다. 학업과 취업으로 이어지는 청년의 생애주기에서 군대는 개인에게도 버려진 시간으로 인식되고, 국가적으로 생산인구를 유발함으로써 성장 동력 자체를 고갈시킨다. 게다가 입대 연령 청년 인구가 2030년대에는 50만 명의 군대조차 채울 수 없는 상황이라면 한국 징병제는 더는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사회에서 청년 공동화를 초래하는 징병제도를 방치하면 국가는 파산의 상황에 내몰린다.
 
국가별 모·징병제 현황

국가별 모·징병제 현황

군인은 하나의 전문직으로서 직업주의에 기초해야 한다. 한국형 모병제를 근간으로 한 2030년 목표 군 개념을 정립할 것을 제안한다. 이 무렵이면 한국은 세계 5위 군사비를 자랑하는 중견 군사 강국이다. 그 위상에 맞게 최고의 직업군으로서 20만 명의 한국형 전문병사, 20만 명의 장교와 부사관 등 총 40만 명 규모로 정예화한다. 유사시 병력이 모자라지 않겠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한국은 300만 명의 예비군을 보유한 세계 최대 규모의 예비전력이 있다. 민방위 조직까지 고려하면 유사시는 물론 평시에도 동원 인력은 차고 넘친다. 전문병사는 9급 공무원보다 위험수당을 더 받는 최저 4년 복무에, 대학 위탁 교육까지 보장하고 장기근속 간부로의 진출 기회도 부여한다. 이렇게 되면 서민이 군대에 가서 어엿한 민주사회 시민으로 사회적 상승을 도모할 수도 있다.
 
1년에 5조원만 더 투입하면 달성 가능한 목표다. 반면 병력감축으로 줄어드는 부대를 생각하면 절감되는 국방예산도 연간 2조~3조원에 달하니 합리적 투자 아닌가. 게다가 좋은 일자리 20만 개 창출 효과까지 있으니 이 또한 경제에 긍정적 요인이 아닌가. 안전에 종사하는 경찰이나 소방이 전부 직업화되어 있는데 군인이라고 왜 안 되겠는가. 발상을 전환하면 가능한 일이다.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을 지낸 국방 문제 전문가. 정의당 소속 20대 국회의원으로서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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